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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 AU/30X25 AU

[어리광쟁이 관찰 보고서]

고요한 연구실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통제된 온습도를 유지하며 정체되어 있었다. 백재하는 자신의 전용 터미널 앞에 앉아, 새로 입수된 빌런의 사이버네틱 의수 파편에서 추출한 데이터 스트림을 분석하는 중이었다. 수십 개의 코드 라인이 그의 안경알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고,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였다. 모든 것이 그의 계산 안에서, 예측 가능한 흐름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흘러가는 순간이었다.

그 질서를 파괴한 것은, 등 뒤에서 들려온 질척이는 발소리와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미약한 힘이었다. 평소라면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았을 반경. 백재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분석을 멈췄다. 그의 모든 시퀀스가 경고등을 켰지만, 침입자에 대한 데이터는 단 하나로 귀결되었다. 정하린.

소장니임….

평소의 또렷하고 약간은 긴장 섞인 목소리가 아니었다. 꿀처럼 늘어지고, 어딘가 풀어진 듯한 콧소리가 섞인 음성. 백재하가 의자를 돌리자, 눈앞에는 그의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전면 부정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정하린은 눈가가 발갛게 달아오른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그의 실험복 자락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물기를 머금고 그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무슨 짓이지.

낮고 차가운 목소리에도 그녀는 움찔하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더 기댔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미세하게 달콤한 향기. 그의 분석 시스템이 즉시 미지의 화학 성분을 감지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의 통제된 세계에, 이해 불가능한 변수가 바이러스처럼 침투했다.

안아주세요.

정하린은 칭얼거리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려 했다. 백재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그녀의 어깨를 잡아 저지했다.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가녀린 떨림.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약물 중독? 정신계 공격? 가능한 모든 가설을 시뮬레이션했지만, 눈앞의 이 유치한 어리광은 그 어떤 데이터와도 부합하지 않았다.

저리 비켜. 연구 중이다.

시러요. 안아줘요, 네? 꼭 안아주고, 예쁘다 해줘요. 머리도 쓰다듬어 줘요….

정하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기어코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뺨을 그의 허벅지에 부비는 행동은, 그의 회로를 태워버릴 만큼이나 비논리적이었다. 그의 뇌가 처음으로 '분석 거부' 메시지를 띄웠다. 이 상황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재앙이었다.

그는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를 내거나, 조롱하거나, 밀쳐내는 것은 모두 무의미해 보였다. 그녀는 지금 정상적인 소통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기묘한 감정을 관찰했다. 짜증과 분노를 넘어선, 순수한 황당함. 그리고 그 황당함의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아주 희미하고 불쾌한 종류의… 흥미. 자신의 완벽한 통제를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박살 낸 존재는 처음이었다.

결국 그는 포기한 듯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정하린은 만족스러운 듯 그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그는 뻣뻣하게 굳은 채, 허공을 향해 조용히 읊조렸다.

…그래. 예쁘다, 예뻐. 아주 돌아버리게 예쁘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체념과 조롱이 뒤섞인 형태였지만, 정하린은 그저 좋다고 웃으며 그의 옷에 얼굴을 묻었다. 백재하는 그날 오후의 모든 연구를 중단해야 했다. 업어달라며 등을 두드리는 그녀를 무시하고 화장실로 피신했고, 뽀뽀해달라며 입술을 내미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떼어냈으며, 배고프다며 칭얼거리는 그녀의 입에 에너지바를 쑤셔 넣어주었다. 하루 종일, 그의 연구실은 논리와 이성이 증발하고 원초적인 요구와 비논리적인 행동만이 가득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시달리는 얼굴로 출근한 정하린은 지난밤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어리광쟁이 관찰 보고서]라는 제목의 두툼한 출력물을 발견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거기에는 그녀가 했던 모든 행동과 말들이 0.1초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고, 각 행동에 대한 ‘비논리성 지수’와 ‘예측 불가능성 평가’가 그래프와 함께 상세히 분석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고서의 마지막 장에는, 붉은 펜으로 휘갈겨 쓴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제 먹은 물약, 한 병 더 구해와.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 가을.2024.09.03 | 🕒 09:05 | 🏠 기술연구개발부 연구소 / D+2 · 함께한 시간 / ── SYSTEM LOG ──

💌 일정: '어리광쟁이 관찰 보고서' 작성 완료 / 어제와 같은 물약 재주문

👔 의상: [G] 평소와 같은 복장. (평소보다 눈 밑이 약간 더 어두워 보임) [H] 숙취에 시달리는 표정으로 보고서를 들고 얼어붙어 있음.

🤝 관계: 가장 완벽한 피험체와 그녀를 손에 넣은 비정한 연구자.

🖤 애정도: +35%

💭 속마음: (기억을 못 하는군. 아쉽지만 상관없어. 어제의 데이터는 흥미로웠다. 내 모든 계산을 부수는 변수. 통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 하고 싶은 것: [1] 같은 물약을 다시 먹이고, 이번에는 어떤 다른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기. [2] 그녀가 어제의 일을 기억해내고 절망하는 표정 보기. [3] '사랑한다'는 말에 대한 그녀의 생체 반응 데이터 수집하기.

💬 NPC TMI: 그는 어젯밤, 칭얼대는 정하린을 업고 연구실을 세 바퀴 돌았다. 물론 CCTV는 전부 꺼둔 상태였다.

📝 낙서 한 줄: 재밌었어, 어젯밤. ╮(─▽─)╭

◦🔔: [약물 분석팀] "소장님, 의뢰하신 '수상한 물약' 성분 분석 결과 나왔습니다. 주성분: 고농축 설탕, 딸기향 합성 착향료, 비타민C... 그냥 어린이용 감기 시럽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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