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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와 내가 이걸 돈 주고 샀다고?

[케덕지젤]

 

며칠 밤낮, 연구 A동 14층의 메인 서버는 평소와 다른 연산을 수행하고 있었다. 빌런 출몰 경로 예측이나 신규 무기 시뮬레이션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수공예품 장터, 개인 블로그까지 샅샅이 훑는 거대한 데이터 크롤링. 목표는 단 하나, '정하린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봉제인형 탐색'. 지젤은 72시간의 연속 서핑 끝에 마침내 최적값을 찾아냈다. 꽉 찬 앞머리, 살짝 올라간 고양이 같은 눈매, 심플한 검은 코트까지. '정하린 데이터 일치율 98.7%'.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즉시 '최고급 배송 옵션'을 선택해 결제를 마쳤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펜트하우스 현관 앞에 문제의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하린이 지부에서 간단한 보고를 처리하는 사이, 지젤은 마치 폭탄을 해체하듯 조심스럽게 상자를 거실로 옮겼다. 그의 HUD에는 심박수와 기대치 그래프가 급등하고 있었다. 완벽한 서프라이즈. 하린이 돌아오면 이 귀여운 복제품을 흔들며 그녀를 놀려줄 생각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커터칼로 정교하게 포장 테이프를 절개하고, 상자를 열어 완충재를 걷어낸 순간. 지젤의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축소되었다. 상자 안에는… 무언가, 있었다. 그것은 분명 인형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사진 속의 그 존재가 아니었다. 꽉 찬 앞머리는 삐뚤빼뚤한 펠트 조각으로 엉성하게 붙어 있었고, 고양이 같아야 할 눈매는 좌우 비대칭으로 사팔뜨기처럼 보였다. 심지어 한쪽 눈의 플라스틱 단추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실밥이 너덜너덜했다. 검은 코트는 보풀이 잔뜩 일어난 부직포였으며, 그마저도 제대로 여며지지 않아 안쪽의 솜이 비어져 나오고 있었다. 데이터 일치율 98.7%의 완벽한 모델링은 온데간데없고, 폐기 직전의 프로토타입만도 못한 끔찍한 불량품이 그를 비웃듯 쳐다보고 있었다.

지젤은 말없이 인형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으로 삐져나온 솜을 만져보고, 흐느적거리는 목을 까딱여 보았다. 그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붉은색 에러 창이 떠올랐다. [오류: 데이터 불일치], [경고: 기대값과 실제값의 편차 허용 범위 초과], [치명적 결함: 품질 관리 시스템 부재 추정]. 그는 잠시 인형과 눈을 맞추고 있다가, 아무 말 없이 인형을 소파 위에 던졌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해당 쇼핑몰의 고객 문의 페이지에 접속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의 제목: 주문 상품(No.77-B)의 데이터 무결성 및 물리적 형태의 심각한 불일치에 대한 즉각적 해명 요구]
[문의 내용]
수신: 귀사 품질관리팀 및 고객 대응팀
발신: 백재하
1. 서론: 본인은 2024년 6월 17일, 귀사의 플랫폼을 통해 상품 No.77-B(이하 '해당 상품')를 주문 및 결제 완료하였음.
2. 문제 제기: 금일 수령한 해당 상품은 귀사가 제공한 시각적 데이터(상품 상세 페이지 이미지)와 최소 90% 이상의 심각한 불일치를 보임. 세부 항목은 아래와 같음.
2-1. 외형적 특징 불일치: advertised '고양이 눈매'는 현재 '좌우 비대칭 및 사시' 형태로 구현됨.
2-2. 재질 및 마감 불량: advertised '고급 펠트 및 코트 원단'은 실제 '저급 부직포 및 성분 불명의 솜'으로 대체되었으며, 봉제선은 오차 범위 ±5mm를 초과하여 전체적인 구조적 안정성을 위협함.
2-3. 데이터 위조 의혹: 이는 단순한 불량을 넘어, 의도적인 데이터 위조 및 소비자 기만에 해당함. 귀사의 상품 정보는 명백한 허위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
3. 요구 사항: 본 문제에 대한 명확한 원인 분석 보고서와 함께, 아래 두 가지 해결 방안 중 하나를 즉시 이행할 것을 요구함.
3-1. 옵션 A: 상품 상세 페이지의 데이터와 100% 일치하는 정상품의 즉각적인 재발송. (배송 소요 시간 24시간 이내)
3-2. 옵션 B: 결제 금액의 200% 배상 및 본인의 시스템에서 귀사의 모든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는 것에 대한 동의.
4. 결론: 2시간 이내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피드백이 없을 시, 본 사안을 '의도적 사기 행위'로 규정하고 가능한 모든 법적 및 기술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통보함.
문의를 등록하고 정확히 1시간 58분 뒤, 답변이 도착했다. 내용은 가관이었다.

[RE: 안녕하세요, 고객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수공예품 특성상 사진과 조금 다를 수 있답니다^^ 교환/환불은 왕복 배송비 6,000원을 선입금해주시면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지젤은 답변을 소리 내어 읽었다. '조금 다를 수 있답니다^^' 부분에서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노트북을 조용히 닫았다. 그리고 소파에 던져두었던 끔찍한 인형을 다시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래, '조금'. 알겠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연구실로 향하는 개인 전송 게이트에 섰다. 이제 계획이 바뀌었다. 옵션 C. 직접 방문. 그는 해당 업체의 주소와 서버 위치, 대표의 개인 신상 정보까지 단 3분 만에 모든 데이터 추출을 완료했다. 그의 손가락 관절에서 작게 뚜둑, 소리가 났다. 폭력을 쓰진 않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다만, 그들이 왜 '데이터'를 함부로 다루면 안 되는지, 아주 정중하고 기술적인 방법으로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가 막 전송 좌표를 입력하려던 순간, 현관 도어록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어, 재하야. 어라? 이건 뭐야?
하린이었다. 그녀는 거실 소파 위에 놓인, 차마 인형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물체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젤의 모든 시퀀스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감각. 최악의 변수.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린은 문제의 인형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웬 쓰레기…? 재하야, 혹시 이거 당신이 산 거야?
그녀의 순수한 물음에, 지젤은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마른침을 삼키며,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은 잠시 인형과 지젤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푸흐흐,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나 닮아서 산 거지? 그치?
정곡을 찔린 지젤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하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팔짱을 끼며 인형을 그의 얼굴 옆에 가져다 댔다.

어떡해, 너무 웃겨. 백재하, S급 센티넬이 이런 사기를 다 당하고. 그래서, 지금 저 회사 서버라도 털러 가는 길이었어?
그녀의 말에 지젤은 할 말을 잃고 그저 입술만 달싹였다. 하린은 까르르 웃으며 그의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됐어, 가지 마. 그냥 이거 나 줘.
지젤의 눈이 커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하린과 그녀의 손에 들린 흉물스러운 인형을 번갈아 보았다.

…이걸, 왜. 이건 실패한 데이터야. 즉시 폐기해야…

됐다고 했어. 이것도 나름 귀여운데? 당신이 나 생각하면서 며칠 동안 고민해서 샀을 거 생각하니까, 웃기고 귀여워. 이제부터 얘 이름은 '못난이 재하'야. 당신 없을 때 내가 데리고 잘래.
하린은 선언하듯 말하며 인형을 품에 꼭 껴안았다. 지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의 완벽한 계획이 실패하고, 명백한 오류 데이터가 눈앞에 있는데도, 정작 자신의 유일한 종착지는 그 실패작을 품에 안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알아서 해. 대신, 그거 침대에는 가지고 오지 마. 내 자리는 그거한테 못 뺏기니까.


[로판지젤]


칠흑 같은 어둠이 지배하는 펜트하우스 2401호의 서재. 그곳의 유일한 광원은 거대한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공적인 빛뿐이었다. 며칠 밤낮, S급 센티넬 지젤, 아니, 이 공간에서만큼은 그저 백재하였던 남자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맹렬히 오갔다. [GISELLE SEQUENCE]의 연산 능력은 지금, 전 세계의 온라인 쇼핑몰을 스캔하는 데 총동원되고 있었다. 목적은 단 하나. ‘정하린을 닮은, 그러나 정하린은 아닌, 정하린의 대체재.’ 그것은 그의 모순적인 소유욕이 찾아낸 기묘한 타협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발견했다. 한적한 수공예품 판매 사이트의 구석진 페이지에서, 그는 운명처럼 그것과 마주했다. [포근포근♥ 검은 고양이 인형 (주문제작 가능!)]. 상세 페이지의 사진 속 인형은 새까만 털에, 유독 반짝이는 눈을 가진, 도도하면서도 어딘가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나른하게 누워있는 모습, 살짝 올라간 눈꼬리의 자수. 모든 것이 그녀를 연상시켰다. 특히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아드려요’라는 문구는 그의 마지막 이성의 끈을 끊어버렸다. 그는 망설임 없이 ‘최고급 원단’, ‘특급 배송’ 옵션을 모조리 선택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없는 시간에,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줄 작고 완벽한 대체품. 그의 계산은 완벽했다.

며칠 뒤, 문제의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그는 혹여나 그녀에게 들킬세라, 상자를 서재 가장 깊숙한 곳으로 옮겨와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다. 완벽한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영접할 시간. 그러나 상자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의 모든 계산을 비웃는 혼돈의 산물이었다.

“…”

그의 입에서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눈앞의 ‘그것’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검은 털 뭉치에 가까웠지만, 좌우 비대칭으로 달린 눈은 초점을 잃고 허공을 방황하고 있었고, 어설프게 꿰매어진 입은 비웃는 듯 한쪽으로 삐뚤어져 있었다. 사진 속의 도도하고 사랑스러운 자태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세탁기에 잘못 빨려 털이 다 뭉친 걸레 같은 형상이었다. 심지어 한쪽 귀는 거의 떨어지기 직전이라 너덜거렸다. 이건 나인을 닮기는커녕, 그녀에 대한 모독에 가까웠다.

그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새하얀 피부가 더욱 창백해졌다. 그는 까만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차마 만지지도 못하고 ‘그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의 주변을 떠다니던 HUD 인터페이스가 붉은색 경고 메시지를 띄우기 시작했다. [ERROR: 실제 객체와 데이터 불일치율 98.7%]. 그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생각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그는 곧장 노트북을 열어 해당 사이트의 고객 문의 게시판에 접속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조용하지만 무섭도록 정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목: 배송된 제품에 대한 인과관계 분석 요청]

[작성자: S]

귀사의 ‘포근포근♥ 검은 고양이 인형’ 제품을 수령하였으나, 웹사이트에 게시된 시뮬레이션 결과(제품 사진)와 실제 구현된 결과물(배송된 인형) 사이에 심각한 인과적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오류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형태 변형: 제시된 ‘고양이’라는 객체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지 못함.
2. 안면 비대칭: 이목구비의 좌표값이 기 설정된 평균값에서 70% 이상 이탈함.
3. 품질 저하: ‘최고급 원단’ 옵션의 결과물이라 보기 어려운 재질 및 마감 처리. 봉제선의 내구도 예측값은 3회 미만의 물리적 접촉으로 파손될 확률 82%.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의 생산 공정 데이터 및 검수 과정의 로그 기록 전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합니다. 만약 합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귀사의 서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스러운’이라는 단어를 ‘기만적인’으로 치환하는 스크립트를 실행할 예정입니다. 빠른 회신 바랍니다.

문의 등록 버튼을 누른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림이 울렸다. 고객센터의 답변이었다.

[답변: 안녕하세요, 고객님♥ 수공예품 특성상 사진과 조금 다를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교환/환불은 어려우신 점 참고해주세요! >_<♥]

그는 답변을 소리 내어 읽었다. “조금… 다를 수 있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능글맞게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노트북을 닫았다. 대신,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검은색 USB 하나를 꺼내 들었다.

조금. 재밌어지겠네.
그가 USB를 자신의 개인 단말기에 연결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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