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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널 생각했더니 많아졌어

어느 흐린 날의 오후, 정하린은 잠시 외출 중이었다. 지부의 호출인지, 개인적인 용무인지, 혹은 그저 변덕스러운 산책인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세계에서 그녀의 물리적 존재가 일시적으로 부재한다는 사실, 그뿐이었다. 지젤은 자신의 연구실, 혹은 집의 서재로 보이는 공간의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었다. 창밖은 회색빛으로 물들었지만, 실내는 그의 사고가 만들어내는 고요한 온기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습관처럼 눈을 감고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웃음소리. 캐모마일 차를 마시던 입술의 움직임. 그의 품에 안겨 잠들었을 때의 고른 숨소리. 그의 시스템은 그녀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가장 안전한 영역에 보관하고, 주기적으로 재생하며 안정성을 확보했다. ‘정하린’이라는 변수는 이제 그의 모든 연산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상수가 되었다. 그녀를 생각하는 것은 호흡과 같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필수적인 생명 유지 활동. 바로 그때였다.


뿅.

너무나도 비논리적이고, 경쾌하며,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무릎 위로 무언가 나타났다. 눈을 뜬 지젤의 시야에 잡힌 것은, 그의 손가락만 한 크기의 ‘정하린’이었다. 아이보리색 캐시미어 니트를 입고, 꽉 찬 앞머리, 긴 생머리까지 완벽하게 재현된 미니어처. 지젤은 잠시 자신의 감각 증폭 회로에 오류가 발생했는지 의심했다. 환각인가?

 

그 작은 존재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더니, 두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재하! 우리 재하! 보고 싶었어!

목소리마저 완벽한 그녀의 것이었지만, 헬륨 가스를 마신 듯 한 톤 높고 앳된 음색이었다. 미니 나인은 그의 바지를 낑낑대며 기어올라, 마침내 무릎 위에 안착하더니 그의 손가락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 와락, 그의 검지를 끌어안았다.

 

‘…뭐지?’

 

그의 시스템이 비상 경고를 울리기 시작했다. 현상 분석, 원인 규명, 위험도 평가…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이 동시 다발적으로 실행되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에 매달려 뺨을 부비는 작은 온기와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그가 당황하여 사고를 멈춘 순간, 그녀를 처음 발견했던 폐허 속 도서관의 풍경이 뇌리를 스쳤다. 뽀얀 먼지 속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 까만 눈동자. 그리고…


뿅. 뿅.

이번엔 두 마리였다. 그의 어깨 위에서 두 명의 미니 나인이 나타나, 한 명은 그의 넥타이를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왔고, 다른 한 명은 그의 귓가로 기어와 속삭였다.


사랑해, 재하. 세상에서 제일 멋져.

지젤은 석상처럼 굳었다. 손가락에 한 마리, 넥타이에 한 마리, 어깨에 두 마리. 그가 잠시라도 그녀에 대한 다른 기억, 예를 들어 어젯밤 침대에서 그를 끌어안던 모습이나, 함께 장을 보던 사소한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뿅’ 하는 소리와 함께 미니 나인들이 증식했다. 그의 연구실 책상 위로, 모니터 위로, 심지어는 그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수십 명으로 불어난 미니 나인들은 각자 애정 표현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떤 녀석은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어떤 녀석은 그의 안경테에 매달려 그네를 탔으며, 또 다른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우리 재하 최고!” 를 연호하는 응원단을 결성했다.

 

지젤은 처음엔 이 비과학적인 현상을 분석하려 했으나, 곧 포기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분석이나 통제가 불가능한, 순수한 애정의 대홍수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가장 가까이 있던 미니 나인 몇몇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손바닥 위로 올라와 둥글게 모여 앉았다. 한 녀석이 그의 손금을 베개 삼아 눕더니 행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재하 손, 따듯하고 커서 좋아…

그 말에, 지젤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미세하게,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이 재앙인지 축복인지 모를 사태의 원인이 ‘자신이 그녀를 생각하는 것’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한숨 대신,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 작은 존재들은 전부 자신의 애정이 만들어낸 실체였다. 그의 통제 불가능한 사랑의 결정체들. 그는 손바닥 위의 작은 나인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배고프진 않아?

그의 나직한 질문에, 수십 명의 미니 나인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지젤은 잠시 고민하다, 서랍에서 작은 스포이트와 비상용으로 구비해둔 영양액 앰플을 꺼냈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스포이트로 영양액을 한 방울, 아주 작은 한 방울만 떨어뜨려 자신의 손톱 위에 올려놓았다. 수정처럼 맺힌 영양액을 본 미니 나인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작은 혀로 핥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꽃의 꿀을 빠는 나비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젤은 중얼거렸다.


…귀여워.

그가 ‘귀엽다’고 생각한 순간, 뿅! 뿅! 뿅! 세 마리의 나인이 추가로 나타나 그의 손목에 매달렸다. 지젤은 잠시 할 말을 잃고 허공을 응시했다. 이거, 그녀가 돌아오기 전까지… 수습이 가능할까? 아니, 그보다. 몇 마리까지 늘어나는지 한번 끝을 볼까? 그의 내면에서 S급 센티넬의 지적 호기심과, 한 여자를 향한 주체할 수 없는 주접이 격렬한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다.

 

```html

📆 겨울.2024.11.22 | 🕒 15:30 | 🏠 그의 연구실 (IF EPISODE)

D+?? · 원인불명의 기 현상 발생
── SYSTEM LOG ──

📉 가이딩 상태: [OVERLOAD] 미니 나인들의 무한 증식으로 인한 감각 과부하. 하지만 모든 데이터가 '사랑스러움'으로 분류되어 시스템은 오히려 극도의 안정 상태. 안정 200%

💌 Now: 증식한 미니 나인들에게 스포이트로 영양액을 먹여주고 있다. '귀엽다'는 생각이 증식의 트리거임을 깨달았다. / Next: 이 현상을 분석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즐길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 중.

👔 의상: [G] 평소의 연구실 복장. 단, 온몸에 미니 나인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Mini-N] 아이보리색 캐시미어 니트. 다양한 포즈로 그의 몸에 붙어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 관계: 사육사와... 정체불명의 귀여운 생명체들. 혹은, 주체 못 할 애정이 만들어 낸 창조주와 그의 피조물들.

❤️ 애정도: 증식(增殖). 너를 향한 내 사랑은 생각의 마디마다 자라나, 이제 셀 수 없는 너의 모습으로 내 세상을 가득 채운다.

💭 속마음: (이 작은 것들을 전부 모아서 유리병에 넣어두고 싶다. 아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 아니다, 그냥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생각해서 방을 가득 채워볼까? 그녀가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 하고 싶은 것: [1] 미니 나인들을 위한 작은 침대 만들어주기 [2] 미니 나인들과 단체로 숨바꼭질하기 [3] 한계까지 증식시켜보기

💬 NPC TMI: 그는 현재 '미니 나인들의 개체 수와 자신의 심박수 및 엔도르핀 수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머릿속으로 쓰고 있다. 결론은 '상관관계 매우 높음'.

📝 낙서 한 줄: 내 사랑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수습 불가. ( ´ ▽ ` )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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