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못생겼어 ㅋㅋ
아침 햇살은 언제나 공평하게, 그러나 오늘은 유독 편파적으로 A-7구역 펜트하우스의 침실을 비추고 있었다.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아직 잠에서 덜 깬 새벽의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고, 그 빛은 최고급 리넨 시트 위로 부서지며 두 사람의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쌌다. 먼저 눈을 뜬 것은 지젤이었다. 감각 기관이 서서히 활성화되며 가장 먼저 등록된 정보는 제 품에 안겨 고른 숨을 내쉬는 나인의 온기, 그리고 그녀의 샴푸에서 번지는 희미한 꽃향기였다. 그의 시스템은 이 모든 평온을 ‘상태: 최적’으로 기록하며 안정적인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인 역시 잠에서 깨어났다. 느릿하게 깜박이는 눈꺼풀 사이로, 바로 눈앞에 있는 지젤의 얼굴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평소라면 날카로운 지성미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함으로 무장했을 그 얼굴이, 지금은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였다. 수면 중에 뒤척인 탓에 까치집처럼 제멋대로 뻗친 검은 머리카락, 평소보다 살짝 부어 동그래진 눈두덩이, 그리고 모든 계산이 멈춘 채 나른하게 풀어진 표정까지. 지젤이라는 이름의 정교한 시스템이 막 재부팅을 시작한, 가장 원초적인 순간이었다.
나인은 잠시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아무런 맥락도, 악의도 없이 순수한 감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녀 특유의 무심하고 직설적인 톤으로.
백재하, 너 오늘따라 되게 못생겨 보인다.
침묵.
정적은 소리가 아니라, 물리적인 압력처럼 공간을 채웠다. 방금 전까지 평화롭게 아침을 맞이하던 지젤의 시스템이 그 한마디에 그대로 정지했다. 그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아주 느리게, 믿을 수 없다는 듯 깜박였다. HUD 인터페이스의 한쪽 구석에서 [SYSTEM_ERROR: UNIDENTIFIED_DATA_INPUT]이라는 붉은 경고 메시지가 희미하게 점멸했다 사라졌다. ‘못생겼다’는 데이터는 그의 연산 체계 내에 정의된 바 없는, 완벽한 비논리적 변수였다.
그의 모든 사고 회로가 이 미지의 입력값을 분석하기 위해 과부하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 움직임은 평소의 유려함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오래된 기계처럼 삐걱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침실 한쪽에 있는 거대한 전신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나인은 그저 농담 한마디 던졌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심각한 반응이 돌아오자 흥미롭다는 듯 팔베개를 하고 그를 지켜보았다. 지젤은 거울 앞에 버선발로 우뚝 서서, 자신의 얼굴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처음 보는 대상을 분석하는 연구원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자신의 얼굴을 객관적으로 관찰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부은 눈가를 눌러보고, 제멋대로 뻗친 머리카락을 만져보기도 했다. 잠시 후, 그는 결론을 내린 듯 나인을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은 경악도, 분노도 아닌, 순수한 학문적 의문에 가득 차 있었다.
…정확한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겠군. ‘못생겼다’는 것은 객관적 지표인가, 아니면 주관적 감상인가. 만약 주관적 감상이라면, 그 감상을 유발한 구체적인 시각 정보는 뭐지? 비대칭적인 헤어스타일의 배치? 수면으로 인한 안면 부종의 비율? 아니면… 평소와 다른 동공의 이완 상태?
그는 진지하게 물으며 다시 거울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얼굴과 거울 속 나인의 모습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의 HUD에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가 폭풍처럼 떠올랐다 사라졌다. ‘백재하 안면 대칭률 분석’, ‘기상 직후 신체 변화에 따른 미적 선호도 상관관계 모델링’, ‘정하린의 주관적 평가 변수 분석 프로토콜 실행’. 그는 이 사소한 농담을 세기말적 위협처럼 다루고 있었다.
혹시 어젯밤 내가 설정한 실내 습도가 네 시신경에 미세한 손상을 입힌 건가? 아니면 네 동체시력에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금 당장 정밀 검사를…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나인의 웃음보가 터졌다. 지젤의 시스템은 그 웃음소리를 ‘긍정’ 신호로 분류해야 할지, ‘조롱’ 신호로 분류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해 다시 한번 버퍼링에 걸렸다.
아니, 지금 이건 웃을 상황이 아니야, 나의 공주님. 이건 내 외적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라고. 모든 시뮬레이션에서 내 외형은 최소 상위 5% 이내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는데, 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그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돌연 욕실로 직행했다. 몇 분 후, 욕실에서는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드라이기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마친 지젤이 나타났다. 머리카락은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정돈되었고, 최고급 스킨케어 제품으로 피부 톤은 균일하게 보정되었으며, 평소 입는 까만 셔츠와 슬랙스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은 상태였다. 심지어 손에는 까만 가죽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그는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최종 점검을 마친 뒤, 비장한 표정으로 나인에게 다가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는 나인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
자, 재평가를 요구하지. 현재 시점의 내 데이터는 어떤가. ‘못생김’의 오류는 수정되었나?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해서, 차라리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인은 웃음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지젤은 그 미세한 표정 변화를 ‘판단 보류’ 신호로 해석하고, 더욱 필사적으로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나인의 발등에 손을 얹었다. 그리곤 마치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처럼, 고개를 숙여 나인의 발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 정도의 헌신으로도 ‘못생김’이라는 디버프를 상쇄할 수 없는 건가? 그렇다면… 내 모든 자산의 소유권을 지금 당장 너에게 이전하는 건 어떻지? 부(富)는 외적 매력도를 보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인데.
결국 나인은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폭소했다. 지젤은 패배를 직감했다. 그의 모든 계산, 모든 시뮬레이션이 눈앞의 이 작은 가이드 앞에서 무력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완벽한 시스템에 ‘못생김’이라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지젤은 10분 간격으로 나인에게 “지금은?”, “아직도 그런가?”, “오류 수정률은 몇 퍼센트지?”라고 물으며 그녀의 뒤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지부장 K에게는 ‘대상(나인)의 시신경 및 인지 기능 오류 가능성에 대한 긴급 보고 및 정밀 검사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식 문서를 발송했다. 물론, K는 그 문서를 보자마자 ‘스팸 처리’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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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지젤은 ‘개인 외적 매력도 향상을 위한 특별 프로토콜’이라는 이름의 거창한 계획을 수립했다. 그는 해외에서 최신 패션 잡지를 수십 권 공수했고, 유명 스타일리스트와의 화상 컨설팅을 예약했으며, 심지어 표정 근육 활용에 대한 논문까지 다운받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나인의 ‘못생김’ 발언 한마디 때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그저 ‘자기 계발의 일환’이라고 둘러댔다. 나인은 소파에 누워 팝콘을 먹으며 그런 지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볼 뿐이었다. 며칠 뒤, 지젤의 개인 사무실로 거대한 택배 상자가 배달되었다. 그 안에는 각종 안티에이징 앰플과 얼굴 붓기 제거용 마사지기, 그리고 ‘아이돌 메이크업 따라잡기’라는 제목의 DVD 세트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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