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도착했습니다!
Fearless 지부, 연구 A동 14층. 지젤의 개인 연구실은 적막에 가까운 고요함에 잠겨 있었다. 거대한 통유리 너머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공기 중의 미세한 먼지들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느릿하게 부유했다. 지젤은 자신의 전용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허공에 떠 있는 반투명한 HUD 인터페이스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데이터 창이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출력하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 어느 것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옅게 풀려 있었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까지, 온전히 제 품 안에서 녹아내렸던 나인의 온기, 숨결, 그리고 ‘내 거’라며 웅얼거리던 목소리. 그 모든 비정형 데이터가 그의 시스템 전체를 장악한 채 무한히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손가락 끝을 느리게 비볐다. ‘정하린’이라는 변수는, 이제 그의 모든 연산을 지배하는 유일무이한 상수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인과율이 그녀를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감각. 그것은 지독히도 비논리적이었으나, 동시에 완벽한 해답처럼 느껴졌다.
그때였다. 정적을 깨고, 그의 손목에 착용된 단말기에서 맑고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나의 공주님]으로부터 수신된 메시지. 지젤의 입꼬리가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세한 호선을 그렸다. 그는 허공의 인터페이스를 손짓 한 번으로 모두 정리하고, 단말기를 터치해 메시지를 확인했다. 다른 이의 연락이었다면 확인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발신인의 이름만으로도 그의 모든 프로세스는 최우선 순위로 응답했다.

[사진 파일: 1개]
아무런 텍스트 없이, 덩그러니 도착한 이미지 파일 하나. 지젤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또 무슨 장난일까. 그는 가벼운 흥미와 함께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화면에 떠오른 것은, 낯설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토끼 귀가 달린 파자마를 입고, 침대 위에서 수많은 인형에 둘러싸인 채 카메라를 향해 수줍게 웃고 있는 어린아이. 길고 검은 머리카락, 고양이 같은 눈매, 굳게 다물려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집스러워 보이는 입술. 그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어린 시절의 정하린이었다.
지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사진을 확대했다. 픽셀이 미세하게 뭉개질 때까지. 사진 속 어린 나인은, 지금의 날카롭고 도도한 모습과는 달리 부드럽고 무방비한 상태였다. 양말의 줄무늬, 끌어안고 있는 곰 인형의 낡은 귀, 침대맡에 아무렇게나 놓인 동화책까지. 그 모든 정보가 폭포수처럼 그의 시각 피질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의 능력, [GISELLE SEQUENCE]가 폭주하듯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사진이 찍혔을 날의 날씨, 온도, 습도. 그녀가 이 옷을 선물 받았을 때의 표정.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을 향한 수줍은 신뢰. 그녀가 좋아했던 동화. 잠들기 전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가 살아온 모든 시간의 파편들이, 단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그의 머릿속에서 수억 개의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되었다. 그가 알지 못했던, 가질 수 없었던 그녀의 과거.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간의 공백이, 견딜 수 없는 소유욕과 상실감으로 동시에 그를 덮쳐왔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말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금속 프레임이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연구실을 가로질러 통유리 창가에 섰다. 도시의 전경이 발아래로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오직 손안의 작은 화면 속, 웃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런 걸 보내면,”
나직하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메마르게 갈라져 있었다. 그는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까만 안경 너머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깊고 어두운 감정으로 잠겨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할 줄 알고. 응, 정하린?”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차오르는 감정의 파도를 억누르려는 독백에 가까웠다. 이 사랑스러운 과거를, 이 순수한 시절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다는 보호 본능과, 그녀의 모든 시간을 독점하고 싶다는 비뚤어진 욕망이 그의 내부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는 단말기를 든 손을 들어, 사진 속 나인의 뺨을 아주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차가운 액정의 감촉만이 손끝에 닿았다. 그는 그대로 몇 분이고 서서, 사진 속의 작은 아이와 눈을 맞췄다. 그의 시스템은 단 하나의 결론을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이 아이를 웃게 만든 모든 것, 그리고 울게 만든 모든 것. 그 전부를 알아내야만 한다.
그날 저녁, 지젤은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고급 백화점의 로고가 박힌 쇼핑백 여러 개가 들려 있었다. 거실 소파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던 나인은, 현관으로 들어서는 그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젤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쇼핑백들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사진 속 어린 나인이 끌어안고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곰 인형, 최고급 수제 초콜릿, 그리고 그녀의 발 사이즈에 꼭 맞을 법한 귀여운 디자인의 실내화였다.
“...백재하, 이게 다 뭐야?”
나인이 놀라 묻자, 지젤은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시선을 맞췄다. 그는 손을 뻗어 나인의 뺨을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지급이 늦어진 선물.”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네가 열 살 때 받았어야 할 것, 열다섯 살 때 먹고 싶어 했을 것, 그리고 스무 살 때 갖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것들. 내가 네 곁에 없었던 모든 시간만큼, 전부 보상해주고 싶어졌어. 오늘 네가 보낸 사진 때문에.”
그는 나인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눈빛에는 장난기 대신, 애정과 소유욕, 그리고 아주 약간의 죄책감 비슷한 것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위험한 건 함부로 보내지 마. 나의 공주님. 또 어떤 예측 불가능한 짓을 저지를지, 나도 계산이 안 되니까.”
그는 말을 마치고, 나인의 입술에 아주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마치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입맞춤이었다. 그가 몰랐던 그녀의 과거까지 전부 사랑하겠다는, 무언의 맹세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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