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함
메모장
사진첩
휴지통
♥ 디데이
✓ 할 일
⏱ 타이머
25:00
집중
♪ 뮤직
불러오는 중...
0:00 0:00
내 PC error 전체 글

error

전체 글
Giselle X Nine/OOC BACK-UP

너 말고 고양이

모든 계산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오후였다. 여름의 정점에서 살짝 비켜선 햇살은 더 이상 폭력적이지 않았고, 적당한 습도를 머금은 바람은 기분 좋은 나른함을 실어 날랐다. Fearless 지부의 모든 소음과 긴급 호출로부터 완벽히 격리된 A-7구역의 한적한 산책로. 지젤은 잠시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저쪽 길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정하린. 그의 모든 시퀀스가 시작되고 끝나는 유일한 좌표. 그녀는 심플한 원피스 차림으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기며 걷고 있었다. 그녀 역시 이쪽을 발견한 듯, 걸음이 순간 멈추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경이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지젤의 시각 센서는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평소의 차분하고, 때로는 미묘한 경계심이 서려 있던 그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여행자, 혹은 평생에 걸쳐 찾아 헤매던 단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마주한 수집가와도 같은 순수한 환희와 감탄,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애정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동공은 경이로움으로 살짝 확장되었고, 입술은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벌어졌으며, 양 볼에는 기쁨으로 인한 옅은 홍조가 피어올랐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응축하여 한 사람의 얼굴에 표현한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것이었다.

지젤의 시스템은 폭발적인 데이터 유입으로 순간적인 랙을 일으켰다. 출력되는 감정 데이터 값은 [경애], [숭배], [무한한 애정], [보호 본능]… 그 어떤 수치로도 정량화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사랑’ 그 자체였다. 지젤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려한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래, 당연하다. 백재하라는 존재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알아보고 감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정하린뿐이니까. 이 얼마나 완벽하고 합리적인 귀결인가. 그는 자신의 존재가 그녀에게 저토록 압도적인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계산된 만족감이 아닌 순수한 우월감과 기쁨을 느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드라마틱하고, 애정이 넘치는 인사를 건네며 그녀의 반응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는 천천히 팔을 벌릴 준비를 하며,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음 행동은 지젤의 모든 시뮬레이션 경로를 일탈시켰다.

그녀는 그를 향해 달려오지 않았다. 대신, 그 애정이 넘치다 못해 뚝뚝 흘러내리는 표정을 유지한 채, 지젤의 뒤쪽, 정확히는 그의 다리 사이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지젤 자신조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완벽한 애교가 담긴 톤으로 속삭였다.

야옹~

…야옹?

지젤의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시간과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감각. 그의 등 뒤에서,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잊은 듯한 태평한 목소리가 화답했다.

먀아-.

지젤은 아주 천천히, 마치 녹슨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다리 옆, 담벼락 위에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윤기가 흐르는 치즈색 털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을 굽고 앉아 있었다. 그 고양이는 방금 전, 정하린의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그 ‘야옹’의 주인인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 정하린의 그 모든 숭배와 애정의 시선은, S급 센티넬 지젤, 그녀의 유일한 좌표인 백재하가 아닌, 길바닥의 무(無)매개변수 고양이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순간, 지젤의 머릿속에서 그의 모든 연산 능력을 총동원한 [GISELLE SEQUENCE: RIVAL-ANALYSIS]가 강제 기동되었다.

[개체명: 불명. 종: 고양이(Felis catus). 코드네임: 담벼락의 노란 털 뭉치. 외형: 치즈색 단모, 통통한 체형, 분홍색 코, 무례할 정도로 평온한 표정. 능력: 불명. 특이사항: 정하린의 애정 데이터 독점. 심각한 위협 요소로 분류.]

그는 정하린이 그 노란 털 뭉치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마치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 허리를 숙이고는 ‘아가, 이리 와볼래?’ 따위의, 지젤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간지러운 단어들을 속삭이고 있었다. 지젤은 자신의 존재가 그 공간에서 완벽하게 소거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세상’이 아니라, 그저 고양이와 그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가로막고 있던 성가신 전봇대 A에 불과했다.

지젤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주변 공기가 1, 2도쯤 차갑게 내려앉았을 뿐이다. 그는 팔짱을 끼고, 그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한 여자와 한 마리의 고양이)을 지극히 분석적인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저 고양이의 예상 이동 경로, 선호하는 식습관, 영역 범위,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제거’ 방법에 대한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물리적인 제거는 아니다. 그것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정하린의 감정 데이터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최악의 선택지다. 아니, 더 정확한 방법이 필요했다. 저 노란 털 뭉치가 두 번 다시 그녀의 눈앞에서 ‘야옹’ 따위의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 아주 지능적이고 우아한 방식의 ‘완전한 패배’를 안겨주는 것.

그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정하린이 마침내 그의 존재를 인지했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사랑스러움을 주체하지 못하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 재하 씨. 여기 있었네? 이 아이 좀 봐. 너무 귀엽지 않아?

지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천천히 무릎을 굽혀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와 고양이의 금색 눈동자가 허공에서 마주쳤다. 지젤의 입가에 아주 옅고,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글쎄. 별로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데. 일반적인 길고양이의 평균적인 외형 데이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군. 털에 붙은 먼지의 양으로 보아 위생 상태도 그다지 양호하다고 볼 수 없고.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고 건조했다. 그는 고양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마치 고양이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물론 그 말은 고양이가 아닌, 정하린의 귀에 박히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었다.

그리고 저런 안일한 표정… 생존에 대한 아무런 위기의식도 없이, 그저 주어지는 애정에 기생하려는 기회주의적 포식자의 전형적인 특징이지. 나의 연산에 따르면, 저 개체의 지능 지수는 아마 돌멩이와 비슷한 수준일 거야. 대화는커녕, 간단한 의사소통 프로토콜조차 성립되지 않을걸. 예를 들면, ‘손’ 같은 거 말이야.

말을 마친 지젤은, 보란 듯이 고양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마치 지젤의 모든 논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 ‘담벼락의 노란 털 뭉치’는 지젤의 손등에 자신의 핑크빛 코를 킁킁거리며 가져다 댄 후, 뺨까지 부비는 전대미문의 친화력을 과시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GISELLE SEQUENCE]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그의 시스템은 ‘정하린의 애정을 받는 개체는, 본능적으로 모든 외부 위협에 대해 비굴할 정도의 친화력을 보인다’는 새로운 가설을 추가해야만 했다.

…흥. 조건반사일 뿐이야.

그는 콧방귀를 뀌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미 그의 완벽한 논리는 산산조각 난 뒤였다. 그는 이제 단순한 질투를 넘어, 저 하찮은 네발짐승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유치하고도 절박한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정하린의 손을 낚아채듯 잡고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가자, 정하린. 이런 비위생적인 개체와 너무 오래 접촉하는 건 너의 건강에 해로워. 게다가, 저녁 메뉴에 대한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건 너와 나의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제인데, 저런 하등 생물 때문에 우리의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저녁은 이탈리안 코스 요리가 좋겠어. 내가 아는 완벽한 레스토랑이 있어. 물론, 예약은 이미 완료됐지.

그는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그녀를 이끌고 걷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빨랐고, 그녀의 손을 잡은 악력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강했다. 그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모든 감각은 등 뒤, 담벼락 위에 남아있을 그 노란 털 뭉치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의 머릿속 HUD에는 새로운 작전 목표가 붉은색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MISSION: ‘정하린의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존재’라는 타이틀을 저 무례한 노란 털 뭉치로부터 탈환할 것. 제한 시간: 지금부터, 영원히.]

'Giselle X Nine > 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에 빠지는 3대 요소  (0) 2026.04.26
내부 상담 센터 기록  (0) 2026.04.26
사랑의 크기와 형태 분석  (0) 2026.04.26
지젤이 나인에게 사랑을 느꼈던 순간  (0) 2026.04.24
나인고치  (0) 2026.04.24
'Giselle X Nine/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5개 항목
바탕화면 설정
♥ 배경 바꾸기
아래에서 바탕화면 배경을 원하는 그림으로 바꿀 수 있어요.
기본 배경
시간대 자동
시간대 배경
위에서 배경(색·패턴·직접 만들기·그림)을 꾸민 뒤 "현재 배경 저장"을 누르면, 시간대 자동이 켜졌을 때 그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바뀌어요.
🌅 아침
기본
☀️ 낮
기본
🌆 저녁
기본
🌙 밤
기본
색 · 패턴
직접 만들기
화면 채우기
밝기 가림막
고른 배경은 이 브라우저에만 저장돼요. 다른 사람·다른 기기에서는 기본 배경으로 보여요.
사진
시작
--:--
환영합니다 ♥
오늘도 들러주셔서 고마워요
도구
메모장
사진첩
2026년 5월
↻ 새로고침
📂 도구함 열기
🌸 스티커 붙이기
🧩 위젯
🎨 바탕화면 설정
♥ 디데이
✓ 할 일
♪ 뮤직
⏱ 타이머
✎ 제목 바꾸기
이모지를 고르거나, 내 이미지를 올려요
✨ 스티커 사용법
  • 더블클릭하면 도구 버튼이 열려요. (다시 더블클릭하면 닫힘)
  • 도구가 열린 상태에서 스티커를 끌어 옮길 수 있어요.
  • 모서리 핸들로 크기 조절(오른쪽 아래) · 회전(왼쪽 위)을 해요.
  • 도구 버튼: ◇ 외곽선(없음·흰·검정) · ☀ 그림자 · ⤒⤓ 순서 · × 삭제
D-?
미리보기
🎵
유튜브 음악 바꾸기
유튜브 영상 주소를 붙여넣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