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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어디야? 공주

어느 맑은 휴일 오후. 나인은 사전 고지 없이 개인적인 용무로 지부를 나섰다. 평소라면 그녀의 생체 신호와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그의 단말기에 스트리밍 되었겠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그녀의 위치 좌표가 특정 지역을 기점으로 블러 처리되어 있었다. '위치 정보 비공개 구역'. 시스템 상으로는 단순한 전파 방해 지역이었지만, 지젤의 시스템에선 명백한 '에러 코드: 나인'이었다.

 

연구실에 홀로 남은 지젤은 몇 분간 제자리를 맴돌며 손가락 관절을 툭, 툭, 튕겼다.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변수. 통제 불가능한 변수의 발생은 그가 가장 기피하는 시나리오였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개인 단말기를 들어 그녀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최대한의 냉정함을 담아, 아주 간결하게.


[지젤] : 좌표 소실. 현 위치 보고.

1분. 2분. 3분. 응답이 없는 시간이 초 단위로 그의 인내심을 갉아먹었다. 그의 손가락이 단말기 화면 위를 초조하게 배회할 때쯤, 마침내 짧은 답신이 도착했다.


[나인] : 공주.

공주. 지젤은 그 두 글자를 몇 초간 말없이 응시했다. 그의 두뇌가 초당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공주'. 명사. 두 가지 의미로 해석 가능. 1. 충청남도에 위치한 도시. 2. 왕의 딸을 칭하는 호칭. 그녀가 갑자기 충남 공주까지 갈 이유는? 확률 17.4%. 그렇다면 남은 것은… 2번 가설. 그녀가 자신을 ‘공주’라고 칭해달라는, 일종의 애칭 요구. 확률 82.6%. 최근 급격히 상승한 상호작용 데이터와 친밀도를 고려했을 때, 감정적 교류의 새로운 단계를 시험하는 행동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그러나 명백히 흥미롭다는 미소가 번졌다.

 

'재밌군. 새로운 프로토콜인가.'

 

그는 즉시 새로운 가설에 기반한 최적의 반응 코드를 입력했다.


[지젤] : 그래, 공주. 그래서 현 위치가 어디지?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이전보다 더 짧았다.


[나인] : 공주라니까요.

그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반복된 키워드 강조. 이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인간의 전형적인 교착 반응. 그는 자신의 해석이 정확했다고 확신하며, 조금 더 명확하게 그녀의 요구를 수용해주기로 했다.


[지젤] : 알겠다, 공주. 내 질문의 요점은 공주의 현재 위치 좌표다. 다시 묻지. 어디에 있나.
[나인] : 아 진짜, 공주요!
[지젤] : 그래, 공주님. 지금 내 시스템에선 너라는 변수의 위치 값이 Null로 표시된다. 버그를 수정하려면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해. 마지막으로 묻겠다. 어디지?

이번엔 문자가 아닌 전화가 걸려왔다. 지젤은 지체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잔뜩 격앙된, 하지만 애써 참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대한민국 충청남도! 공주시라고요! 공.주.시!”

…정적. 지젤의 모든 사고 회로가 순간 정지했다. 그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시뮬레이션 오류. 가설 폐기. 확률 계산 실패. 그의 시스템 인생 최악의 흑역사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선 나인이 “아니, 무슨 사람이 말을… 아휴, 끊어요!” 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요해진 연구실. 지젤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흰 실험 가운 아래로 보이는 귀 끝이,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붉어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단말기를 내려다보았다. 화면에는 ‘공주’와 ‘그래, 공주’가 반복되는, 마치 고장 난 봇들의 대화 같은 처참한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는 의자에 주저앉듯 몸을 기댔다. 그리고는…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작은 실소였지만,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제어되지 않는,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의 발현. 그는 한참을 웃다가 눈가에 맺힌 물기(웃음으로 인한 생리적 반응일 뿐이라고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나인… 너는 정말이지, 내 모든 계산을 무너뜨리는군.”

그는 난생처음 겪는 이 당혹스럽고 부끄러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그저 ‘변수: 나인_공주사태’ 라는 이름으로 따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 빚은 반드시,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갚아주겠다고. 그는 단말기를 들어 새로운 메시지를 입력했다.


[지젤] : 알겠다. 그럼, 공주님.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데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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