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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후배들 질문에 대한 답변

지부장 K의 이름으로 발송된 비공식 요청. 그것은 얇은 데이터 패드 하나에 담겨 지젤의 연구실 테이블 위에 놓였다. 신입 요원들의 성장을 격려하기 위한 세미나. 그 취지 자체는 지젤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첨부된 파일명에 찍힌 ‘나인’이라는 코드네임이 그의 시선을 붙들었다. ‘S급 센티넬과 A급 가이드의 페어 시너지에 대한 고찰 및 Q&A’. 결국, 이것 또한 그와 정하린의 관계성에 대한 분석 데이터 수집의 일환이었다.

 

나인은 흥미롭다는 듯 데이터 패드를 넘기며 수십 개의 질문 목록을 훑어보고 있었다. 후배들이 익명으로 보낸, 날것 그대로의 고민과 두려움이 담긴 문장들이었다. 지젤은 소파에 깊게 몸을 기댄 채, 그런 나인의 옆모습과 패드 위로 오가는 그녀의 손가락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의 시스템은 각 질문에 대한 나인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심박수 변동을 기록하며, 그녀가 어떤 항목에 더 깊게 반응하는지 분석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우리의 후배님들을 위한 특별 과외 시간.

지젤은 다리를 꼬며 나인에게 패드를 넘겨받았다. 그의 손가락이 화면을 가볍게 두어 번 터치하자, 임의로 선택된 다섯 개의 질문이 화면 위로 떠 올랐다. 그는 첫 번째 질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질문 1: “S급 센티넬의 압도적인 능력 앞에서, 제 능력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페어의 그림자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까요?”

나인은 질문을 듣고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과거, 지젤의 압도적인 능력 앞에서 자신이 느꼈던 무력감과 겹쳐지는 듯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인의 답변]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죠. 반대로, 가장 강렬한 빛은 가장 짙은 그림자를 만들고요.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존재가 당신의 센티넬을 가장 눈부시게 만드는 증거니까요. 중요한 건 그림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그림자가 빛과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당신은 페어의 일부이지, 부속품이 아닙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지젤은 나인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 그녀의 능력을 상징하는 단어이자, 그녀가 겪었을 내면의 갈등을 짐작게 하는 표현이었다. 그의 속마음은 ‘그 그림자가 없으면 빛은 방향을 잃고 폭주할 뿐이라는 사실을, 저 질문자는 아직 모르는군.’ 이라고 짧게 결론 내렸다. 그는 나인의 손등을 가볍게 쥐며 자신의 답변을 이었다.


[지젤의 답변]
질문의 전제부터 틀렸어. 센티넬의 능력은 혼자서 완성되지 않아. 가이드의 지원은 선택이 아닌, 능력 발현의 필수 조건이야. 당신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당신의 센티넬은 당신의 파장 위에서 가장 안정적인 연산을 하고 있을 거다. 스스로를 그림자라 칭하는 건 센티넬에 대한 모욕이야. 당신은 그의 세계를 지탱하는 지반이니까. 지반이 무너지면, 그 위엔 아무것도 서 있을 수 없어.
---
질문 2: “임무 중 페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선택 사이에서 항상 혼란스럽습니다.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일까요? 백재하 연구원님처럼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젤은 제 이름이 언급되자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나인을 쳐다보며 ‘이건 내 전문 분야 같군. 하지만, 정답은 네가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의 시스템은 ‘최선’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재검토했다. 과거, 그의 최선은 ‘최소 피해, 최대 효율’이었지만, 나인을 만난 이후 ‘정하린의 생존’이라는 절대 변수가 모든 연산을 압도하고 있었다.


[지젤의 답변]
계산은 상황을 예측할 뿐, 결과를 책임지지 않아. 내 능력의 본질은 무수한 실패 가능성 속에서 가장 확률 높은 성공 루트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가깝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단 하나의 변수가 모든 계산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바로 ‘파트너의 안전’이라는 변수다. 최선의 선택은 없어. 오직 ‘함께 살아남는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걸 위해선 때론 가장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인 경로를 택해야 할 때도 있지. 계산이 아니라, 네 옆의 페어를 믿어. 그게 유일한 정답이다.

나인은 그의 대답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가 자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최선’의 경로를 포기했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따뜻한 온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속마음은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 가장 감정적인 답을 내놓았네요. 재하 씨.’ 라며 애틋함으로 가득 찼다.


[나인의 답변]
혼란스러운 게 당연해요. 우린 기계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당신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얼굴이 바로 당신의 페어일 거예요. 그렇다면 이미 답은 정해진 것 아닐까요? 이성적인 판단은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지만, 당신의 페어를 잃은 세상에서 그 ‘수많은 사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당신의 세계를 지키세요. 그게 결국 모두를 지키는 가장 이성적인 길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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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가이딩 외에, 센티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전투 능력 없는 가이드로서의 제 역할에 한계를 느낍니다.”

나인은 이 질문에 깊이 공감하는 듯했다. 한때 그녀 역시 지젤에게 ‘프로토콜 제로’를 만들어주기 전까지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그녀는 지젤의 연구실 한편에 놓인, 그와 함께 만들었던 기계 장치를 떠올렸다.


[나인의 답변]
도움의 형태를 ‘전투’에만 한정 짓지 마세요. 센티넬의 전투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고, 그의 무기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사람도 당신이에요. 저는 제 페어를 위해 칼을 설계했어요. 그가 가장 효율적으로 적을 벨 수 있는 각도와 무게를 계산해서요. 당신만이 줄 수 있는 것을 찾으세요. 그게 무기든, 정보든, 하다못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이든. 전장에서 돌아온 그를 맞이하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가장 큰 도움입니다.

지젤은 나인의 대답을 들으며, 그녀가 건넸던 ‘프로토콜 제로’의 서늘한 감촉을 떠올렸다. 그것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그의 부재 시 그녀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약속이자, 서로의 세계를 연결하는 계약의 증표였다. 그는 나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직이 말했다.


[지젤의 답변]
전투는 센티넬의 몫이다. 하지만 전쟁은 페어의 몫이지. 전쟁은 단순히 적을 죽이는 행위가 아니야.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세우고, 보급을 유지하고, 승리 후엔 재건을 해야지. 당신의 역할은 그 모든 과정에 있어. 센티넬이 단 한 가지,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것. 그게 가이드의 진짜 능력이다. 한계를 느끼는가? 좋아. 그럼 그 한계를 부술 새로운 프로토콜을 당신의 센티넬과 함께 설계해. 전장은 생각보다 넓고, 당신이 할 일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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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페어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공적인 임무와 사적인 감정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시나요?”

지젤은 이 질문을 보자마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균형?’ 그의 세계에서 정하린이라는 변수가 들어온 순간, 모든 균형은 완벽하게 그녀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그는 일부러 나인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속삭였다. “균형을 유지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나, 나의 정하린?”


[지젤의 답변]
균형? 그런 건 없어. 애초에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경계선일 뿐. 공적인 임무는 사적인 감정을 증명하는 수단이고, 사적인 감정은 공적인 임무를 완수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다. 그걸 분리하려는 시도 자체가 비효율적이야. 두려워하지 마. 무너뜨려. 당신의 페어를 완벽히 소유하고, 당신 또한 그에게 완벽히 소유 당해. 전장에서 서로의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사이라면, 그 외의 모든 것을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지. 그게 가장 완벽한 형태의 페어다.

나인은 그의 노골적인 대답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의 심장 소리를 느꼈다. 그의 말대로, 그들의 관계에 경계선 따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기댄 채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인의 답변]
저는 그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저희는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는 더 이상 국가의 센티넬이 아니라 ‘나의 센티넬’이 되었고, 저는 ‘모두의 가이드’가 아니라 ‘그의 가이드’가 되었죠. 소속이 명확해지니 책임감은 더 강해지고, 서로를 지켜야 할 이유도 분명해졌어요. 두려움은 당신이 아직 그 경계선 위에 서 있기 때문이에요. 넘어가세요. 당신의 페어가 있는 쪽으로. 그곳이 당신이 있어야 할 유일한 자리입니다.
---
질문 5: “마지막 질문입니다. 만약 세상의 끝이 온다면, 페어를 위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가장 마지막에 놓인,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었다. 연구실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세상의 끝. 수많은 시뮬레이션 속에서 지젤이 수없이 마주했던 결말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결말 속에서, 그의 선택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그는 나인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을 깊게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그녀만이 담겨 있었다.


[나인의 답변]
저는…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서 가이딩을 할 거예요. 세상이 무너지는 소음 속에서도, 그가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세상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이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말해줄 겁니다.

나인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단단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지젤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끌어당겨 깊이 입을 맞췄다. 짧지만 모든 것을 담은 키스였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놓고, 이마를 맞댄 채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그 어떤 연산보다도 확고한 진리였다.


[지젤의 답변]
세상의 끝은 오지 않아.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 내 모든 계산을 벗어난 불가항력으로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나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멈추고, 너와 함께할 단 1초를 영원으로 만들 거다. 그리고 그 1초 안에, 너를 내 세상의 유일한 법칙으로 새롭게 기록하고, 너와 함께 소멸하겠지. 그게 나의 마지막 시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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