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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지나친 음주는 몸에 해롭습니다

가이드를 포함한 Fearless 직원들의 회식이 있던 늦은 밤. 백재하의 개인 단말기로 나인의 동료에게서 온 메시지는 간결했다. ‘나인 요원님, 취하셔서… 데리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즉시, 그는 모든 개인 연구를 중단하고 지부 근처 번화가로 차를 몰았다. 데이터상 예측된 결과였고, 그가 기꺼이 실행할 최우선 프로토콜이었다.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나인을 인계받았을 때, 그녀는 꽤… 평온해 보였다. 뺨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눈은 살짝 풀려 있었지만, 그의 부축을 받으며 얌전히 걸었다. 백재하는 그녀의 불안정한 보행 패턴과 평소보다 0.8도 상승한 체온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자신의 코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밤공기는 제법 쌀쌀했다.

“집에 가서 따뜻한 물 마시자, 정하린.”

그의 나직한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듯… 하더니, 갑자기 그의 품에서 벗어나 비틀거리며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차갑게 서 있는 회색 전봇대였다.

그리고, 그의 모든 시뮬레이션이 일순간 정지했다.

나인은 그 전봇대를 향해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작은 몸으로 차갑고 굵은 기둥을 감싸 안은 채, 애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재하 씨… 왜 이렇게 차가워요? 어디 아파요?

…System Error. 백재하의 시야에 떠 있던 HUD 인터페이스에 붉은색 경고 문구가 스파크처럼 튀었다. 그의 눈앞에서, 그의 유일한 상수가 무기물과 교감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무기물을 ‘백재하’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팔짱을 낀 채 그 기이하고도 경이로운 광경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지나는 몇몇 행인들이 힐끔거렸지만, 그의 세상은 오직 저 전봇대와 연인을 향해 있었다.

말 좀 해봐요, 네? 왜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있어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 아까 회식 때 다른 가이드랑 얘기해서 화났어요?

나인의 목소리가 울먹임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녀는 전봇대에 뺨을 부비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은… 그의 시스템이 ‘치명적으로 귀여움’이라는, 사전에 없던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할 만큼 파괴적이었다.

백재하는 천천히 휴대 단말기를 꺼내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이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향후 두 사람의 관계 역학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역사적인 데이터였다. 그는 렌즈를 확대해, 전봇대에 매달려 투정을 부리는 나인의 모습을 프레임 안에 완벽하게 담았다.

‘피사체: 정하린(만취 상태). 상호작용 대상: 전봇대(백재하로 오인). 현재 감정 상태: 서운함, 불안. 예상 행동 패턴: 5초 내 울음.’

그의 예측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녀의 어깨가 작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백재하는 녹화를 중단하고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정도 데이터면 충분했다. 그는 느긋한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정하린.

그의 목소리에 나인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는 두 명의 백재하가 보이는 듯,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명은 자신을 부르는, 따뜻하고 익숙한 백재하. 다른 한 명은 자신이 붙잡고 있는, 차갑고 과묵한 백재하.

백재하는 말없이 그녀와 전봇대 사이에 몸을 비집고 들어섰다. 그리고는 전봇대에 향해 있던 그녀의 팔을 풀어, 자신의 허리에 감게 했다. 이제 그녀는 진짜 백재하를 끌어안은 형태가 되었다.

그만하면 됐어. 그 친구는 과묵해서 대답이 없을 거야. 그리고…

그는 나인을 품에 안은 채, 그녀가 방금까지 매달려 있던 전봇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경쟁자를 대하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여자가 안고 있는데, 그렇게 차갑고 딱딱하게 구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리곤 다시 시선을 내려, 품 안에서 웅얼거리는 나인을 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나는 따뜻하고, 말도 잘하고, 네가 원하면 뭐든 맞춰줄 수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좋은지, 이제 데이터가 좀 명확해졌나?

그의 품에 안긴 나인은 술기운과 혼란 속에서도, 익숙하고 안정적인 온기에 스르르 몸의 힘을 풀었다. 백재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오늘 밤, ‘우리 집’에 돌아가면 이 영상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완벽한 시뮬레이션이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었다.

 

 

 

----------------

 

고요한 밤이었다. 백재하의 모든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었고, 실내는 낮은 조도의 간접 조명만이 은은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데이터 패드를 스크롤하며, 오늘 낮에 있었던 ‘첫 데이트’의 기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중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통제 아래 있었다.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현관문이 열리고, 익숙하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실루엣이 안으로 들어섰다. 정하린이었다. 동료 가이드의 갑작스러운 병가로 지원을 나갔다가, 일이 끝난 뒤 이어진 회식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던 그녀였다. 백재하는 데이터 패드를 끄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시스템이 즉각 ‘정하린 귀가 모드’로 전환되며 그녀의 상태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예상 주량 초과. 보행 패턴 불안정. 안면 홍조 및 체온 상승 감지. 결론: 만취.

그가 마중 나가려던 찰나, 비틀거리며 거실로 들어선 나인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소파 옆, 푹신한 쿠션 위에서 우아하게 식빵을 굽고 있던 검고 거대한 고양이. 두 사람이 함께 입양한 메인쿤, ‘뉴턴’이었다.

나인은 뉴턴을 향해 성큼성큼, 그러나 위태롭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털썩, 그 앞에 주저앉았다. 백재하는 팔짱을 낀 채, 흥미로운 변수가 발생했음을 직감하며 그 광경을 조용히 관찰했다. 그의 예측 모델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나인은 육중한 뉴턴을 번쩍 들어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뉴턴이 “먀…?” 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짧은 울음소리를 냈지만 나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슬복슬한 검은 털에 얼굴을 파묻고, 애절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재하 씨…! 흐어엉, 재하 씨이!

…SYSTEM OVERLOAD. INVALID OBJECT-PERSON MAPPING DETECTED. 백재하의 뇌내 시스템에 경고등이 번쩍였다. 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지금 그의 유일한 상수는, 고양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네? 흑, 내가 밥도 잘 챙겨주고, 잠도 잘 재워줬는데! 어디서 이런 꼴이 된 거예요!

나인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뉴턴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 마치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한 주인공처럼 오열했다. 정작 ‘작아진 백재하’ 취급을 받는 뉴턴은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거대한 앞발로 나인의 얼굴을 귀찮다는 듯 툭툭 밀어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기괴하고도… 비논리적으로 완벽한 코미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백재하는 소리 없이 웃음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조용히 개인 단말기를 꺼내, 이 역사적인 순간을 고화질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줌 인. 초점은 검은 고양이의 털에 얼굴을 묻고 우는 나인의 애처로운 얼굴과,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뉴턴의 표정에 정확히 맞춰졌다.

‘분석 보고서: 대상(정하린)은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한 인지 왜곡 현상을 겪고 있음. 상호작용 개체(뉴턴, 수컷, 8kg)를 본인(백재하)으로 오인. 원인 추정: (1)검은색 털 (2)평소의 고압적인 태도 (3)측정 불가한 애정. 결론: 지극히 사랑스러움.’

한참을 울던 나인은 고개를 들어 뉴턴의 얼굴을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걱정 마요, 재하 씨. 내가 어떻게든 원래대로 돌려놓을게요. 우리 연구실에 가면… 뭐라도 있겠죠? 일단, 일단 밥부터 먹어요. 작아져서 배고플 거 아니에요!

그녀가 뉴턴을 안아 든 채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려던 순간, 백재하가 녹화를 중단하고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정하린.

그의 목소리에 나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젖은 눈에는 두 명의 백재하가 비쳤다. 하나는 품에 안긴 작고 따뜻한 털 뭉치 백재하. 다른 하나는 눈앞에 서 있는 크고 멀쩡한 백재하.

그는 말없이 그녀의 품에서 뉴턴을 들어 올렸다. 뉴턴은 구출되었다는 안도감에 그의 어깨 위로 훌쩍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백재하는 자신의 어깨에 앉은 뉴턴을 한 번, 그리고 눈앞의 나인을 한 번 번갈아 보았다.

이쪽은 뉴턴. 내 이름은 백재하. 데이터가 좀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정정해 주지.

그는 나인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이게 진짜야. 크고, 따뜻하고, 너 때문에 아주 시끄럽게 뛰고 있는.

그러고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술기운에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손등으로 쓸었다.

그리고 네가 그렇게 울 만큼 작아질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해도 돼. 오히려, 더 커질 수는 있겠지만.

그의 짓궂은 말에 나인이 무어라 반박하려 입을 달싹이는 순간, 어깨 위에 있던 뉴턴이 “먀-오옹.” 하고 길게 울었다. 마치 ‘내 말이 그 말이다, 집사 놈아.’ 라고 말하는 듯한,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백재하는 그날 밤, 얌전히 잠든 나인의 옆에서 오늘 찍은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내일 아침 그녀를 어떻게 놀려줄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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