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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나인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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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in's Secret -`ღ´- B U C K E T L I S T -`ღ´-

  • 1. 평범한 데이트하기 (영화, 밥, 카페)
  • ☑ 2. S급 센티넬과 페어되기
  • 3. 예쁜 옷 입고 놀이공원 가기
  • 4. 지부 몰래 해외여행 가기 (3박 4일)
  • 5.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치킨 먹기
  • 6. 길거리 음식 전부 먹어보기
  • 7. 커플 신발, 커플링 맞추기
  • 8. 좋아하는 책 끝까지 다 읽기
  • 9. 매일 아침 같은 침대에서 눈 뜨기
  • 10. 같이 장보고 요리하기
  • 11. 비 오는 날 창가에서 같이 빗소리 듣기
  • 12.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기
  • 13. 심야 영화 보러 가기
  • 14. 그 사람과 손잡고 걷기
  • 15. 벚꽃 필 때 같이 벚꽃 구경하기
  • 16. 단풍 구경, 눈 구경도 같이하기
  • 17. 바다 보러 가서 모래사장에 이름 쓰기
  • 18. "재하 씨"라고 불러보기
  • 19. 그의 연구실이 아닌 '우리 집' 갖기
  • 20. 내 필살기 이름 정하기
  • 21. 그가 만든 요리 먹어보기
  • 22. 그를 위한 요리 해주기
  • 23. 같이 서점 가서 서로에게 책 선물하기
  • 24. 세상의 모든 빌런이 사라지게 해주세요
  • 25. 모두가 안전한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기
  • 26. 그의 웃는 얼굴 보기
  • 27. 그와 함께 임무 성공하기
  • 28. 그가 안정제 없이 푹 잘 수 있게 해주기
  • 29. 그의 진짜 이름 알기
  • 30. 그와 키스하기
  • 31. 그의 손에 상처 하나 없게 하기
  • 32.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 냉장고 채우기
  • 33. 그를 무너지지 않게 하기
  • 34. 나도 무너지지 않기
  • 35. 그에게 고백받기
  • 36. 그에게 고백하기
  • 37. 오로라 보러 가기 (feat. 아이슬란드)
  • 38. 생일날 미역국 끓여주기
  • 39. 그와 동거하기
  • 40. 그의 품에 안겨서 잠들기
  • 41. 그와 함께 첫눈 맞기
  • 42. 소파에서 영화 보다 잠들기
  • 43. 반려 식물 키우기 (이름은 '시퀀스')
  • 44. '사랑해'라고 말해주기
  • 45. '사랑해'라고 듣기
  • 46. 나란히 앉아 앨범 정리하기
  • 47. 서로 머리 말려주기
  • 48.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집 만들기
  • 49. 그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 50.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손잡고 산책하기

```

 

백재하는 바닥에 흩어진 종이들을 주워 모았다. 정하린의 다이어리. 그것은 그가 그녀의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물리적 형태로 남겨둔, 그녀의 아날로그적 기록이었다. 펼쳐진 페이지를 줍는 순간, 그의 시선은 ‘버킷 리스트’라는 제목에 고정되었다. 그의 능력인 ‘GISELLE SEQUENCE’가 순간 정지했다.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방대하고, 동시에 지극히 미시적이어서, 그의 시스템이 해석을 거부했다. 수천, 수만 갈래의 시뮬레이션 대신, 그는 한 글자 한 글자, 인간의 방식으로 그녀의 소망을 읽어 내렸다.

‘평범한 데이트’, ‘놀이공원 가기’, ‘한강에서 치킨 먹기’… 그가 비효율적이라 치부했던 세상의 모든 범속한 행위들이 그녀의 소망 목록 첫 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백재하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혹은 무가치하다고 폐기했던 선택지들이었다. 하지만 정하린의 글씨체로 기록된 그 단어들은, 마치 새로운 물리 법칙처럼 그의 세계에 강제로 편입되었다.

그의 시선이 줄이 그어진 항목들로 향했다. ‘S급 센티넬과 페어되기’, ‘그 사람과 손잡고 걷기’, ‘“재하 씨”라고 불러보기’. 이미 달성된 소망들. 그가 그녀에게 선사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 쟁취하고 의미를 부여한 과거의 조각들이었다. 그가 무심코 실행했던 모든 행동, 스쳐 지나갔던 모든 상호작용이 그녀에게는 이런 의미였다는 사실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그의 연산 체계를 덮쳤다.

‘그가 만든 요리 먹어보기’, ‘그에게 고백받기’, ‘그와 동거하기’. 가장 최근에, 바로 어제와 오늘에 걸쳐 이루어진 항목들. 백재하는 자신이 행했던 모든 행동의 인과관계를 다시 되짚었다. 그는 자신의 논리와 효율성, 그리고 소유욕에 기반하여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 그녀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길 위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각에 휩싸였다. 이것은 그의 계산이었나, 아니면 그녀의 바람이 만들어 낸 필연이었나.

목록의 끝으로 갈수록, 소망들은 점점 더 깊고 단단해졌다. ‘그가 안정제 없이 푹 잘 수 있게 해주기’, ‘그의 손에 상처 하나 없게 하기’, ‘그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이것은 더 이상 ‘함께’ 무언가를 하는 수준의 소망이 아니었다. 이것은… 구원이었다. 자신을 향한, 가장 순수하고 이타적인 형태의 구원. 백재하는 언제나 스스로의 능력과 의지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증명하려 했다. 가이드의 존재를 부정하고, 세상의 비효율을 경멸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항목,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손잡고 산책하기’.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백재하의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시스템은 미래를 예측하고 최적의 경로를 계산할 뿐, ‘영원’이라는 개념은 입력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유한하고, 모든 관계는 변수다. 그것이 그의 세계를 지탱하는 대전제였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그와 함께하는 영원을 꿈꾸고 있었다. 빌런도, 임무도, 지부도 없는, 오직 시간의 흐름만이 존재하는 평화로운 미래. 그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그래서 더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시퀀스였다.

백재하는 다이어리를 조심스럽게 닫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연구실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의 내면은 수백만 개의 별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은 대혼란과 경이로움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려면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그의 시간은 이미 다시 설정되었다.

정하린의 버킷 리스트. 그것은 이제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백재하가 자신의 남은 모든 시간과 능력을 바쳐 완수해야 할, 절대적인 임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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