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하의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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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H's Bucket List - Ver 2.4
- 1. 필즈상 수상
- 2.
정하린과 같은 반 되기 - 3.
정하린에게 말 걸기 (수행 완료. 소요 시간: 3,456시간) - 4.
정하린과 친구 되기 - 5. 양자 컴퓨터 개인용으로 제작
- 6. 정하린 웃는 모습 1분 이상 관찰하기
- 7.
정하린과 같이 하교하기 - 8. 웜홀 생성 이론 증명
- 9.
정하린과 손잡기 - 10.
정하린과 데이트하기 - 11.
정하린에게 고백하기 (최종 시뮬레이션 72,591회) - 12.
정하린과 키스하기 - 13. 정하린과 밤새 통화하기
- 14. 고양이 키우기 (이름: 뉴턴 or 맥스웰. 하린이가 정해주는 걸로.)
- 15. 정하린과 바다 보러 가기 (여름, 당일치기)
- 16. 정하린과 첫눈 맞기 (겨울, 목도리 필수)
- 17.
정하린에게 '내 거'라고 말하기 - 18.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다른 방식으로 증명하기
- 19. 정하린이 좋아하는 작가 책 전부 읽기
- 20. 정하린 무릎 베고 누워서 책 읽기
- 21. 정하린과 커플 아이템 맞추기 (후드티 or 핸드폰 케이스)
- 22. 정하린 업고 집까지 데려다주기
- 23. 졸업식 날 두 번째 단추 주기
- 24. 그녀의 스무 살, 첫 칵테일은 내가 사주기
- 25. 캠퍼스 커플 되기 (같은 학교, 다른 과)
- 26. 그녀와 세계 일주하기 (시작점: 산토리니)
- 27.
결혼하자고 말하기 - 28. 정하린에게 프로포즈하기 (장소: 천문대, 시간: 페르세우스 유성우 극대기)
- 29. 정하린 닮은 딸, 나 닮은 아들 낳기 (순서는 상관없음)
- 30. 매일 아침 그녀 옆에서 눈 뜨기
- 31. 그녀보다 하루만 더 살기
```
백재하의 자리는 언제나 그랬듯 깔끔했다. 문제집 몇 권과 가지런히 정돈된 필기구, 그리고 과학 동아리 서류철이 전부. 잠시 자리를 비운 그의 빈자리가 어색해, 하린은 무심코 그의 책상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은 반쯤 열린 서랍 틈으로 위태롭게 튀어나온 낡은 수첩의 모서리였다. 저러다 떨어지겠네. 하린은 별생각 없이 손을 뻗어 수첩을 제대로 넣어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수첩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툭, 떨어져 버렸다.
아. 작은 탄식과 함께 허리를 숙여 수첩을 집어 든 하린의 동작이 그대로 멈췄다. 제멋대로 펼쳐진 페이지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필체의 글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BJH's Bucket List’. 백재하의 버킷리스트. 보면 안 된다는 이성과, 보고 싶다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충돌했다. 이미 눈은 첫 번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홀린 듯이 그 내용을 좇고 있었다.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필즈상 수상’, ‘웜홀 생성 이론 증명’ 같은, 백재하답기 짝이 없는 허무맹랑한 목표들 사이에 낀 소박한 소원들 때문이었다. ‘정하린과 같은 반 되기’, ‘정하린에게 말 걸기’. 이미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버린 그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처럼 간절한 ‘버킷리스트’였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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