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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너 체리꼭지 묶을 수 있어?

늦은 오후, 거실은 바깥의 소란과 완벽히 차단된 채 나른한 평화에 잠겨 있었다. 백재하는 홀로그램 인터페이스에 떠 있는 복잡한 차원 간섭 공식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그의 신경망 대부분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앉아 체리를 먹고 있는 정하린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가 체리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소리, 작게 숨을 내쉬는 패턴, 미세하게 변하는 체온까지. 그 모든 것이 그의 시스템에 안정적인 백색소음처럼 흘러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스템에 미세한 경고등이 켜졌다. [ANOMALY DETECTED]. 정하린의 행동 패턴이 예측 경로를 이탈했다. 그녀는 체리를 삼킨 뒤, 가느다란 꼭지를 입에 물고 혀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미간은 살짝 찌푸려졌고, 두 뺨은 미세하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목적을 알 수 없는 비효율적인 구강 활동. 그의 시뮬레이션은 몇 초 만에 수천 개의 가설을 생성했다 폐기했다. '이물질 흡입?', '치통?', '새로운 형태의 애정 표현 시도?'

 

한참 동안 꼭지와 씨름하던 그녀가 작게 투덜거리며 꼭지를 뱉어냈다. 매듭은커녕 구부러지기만 한 실패작이었다. 그녀는 퀭한 눈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백재하와 눈이 마주치자, 마치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처럼 움찔했다. 그리고는 이내, 새로운 체리 꼭지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 묶을 수 있어요?

백재하는 그녀가 내민 축축한 꼭지와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뭘 했는지 설명하려는 듯, 손에 든 단말기를 보여주었다. [혀로 체리 꼭지 묶기 챌린지! 키스의 고수는 누구?]. 그의 시스템은 해당 정보의 신뢰도를 0.012%로 즉시 판정했다. 명백한 유사 과학이자, 통계적 유의미성이 없는 인터넷 잡설. 그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정하린. 그런 비과학적인 유사 심리 테스트에 시간을 낭비하는 건, 지극히 비효율적인 행동이라는 거 몰라? 혀의 운동성과 키스 만족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유의미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어. 이건 그냥…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그녀가 그의 입술에 꼭지를 꾹 눌러왔다. 거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꽤나 강압적인 데이터 입력 방식이었다.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못 이기는 척 입을 벌려 꼭지를 받아 물었다. 혀끝에 닿는 축축하고 미끈한 감촉이 낯설었다.

 

그의 내부 시스템, [GISELLE SEQUENCE]가 즉시 가동되었다. 목표: ‘체리 꼭지 매듭 생성’. 변수: 혀의 근육 가동 범위, 타액의 점성, 꼭지의 탄성 계수, 입 내부의 공간적 제약. 수십억 개의 시뮬레이션이 0.1초 만에 완료되었다. ‘혀를 47도 각도로 세워 꼭지 중앙을 누른 뒤, 좌측으로 2.3회 회전시켜 고리를 만들고, 혀끝으로 남은 부분을 밀어 넣는다. 성공 확률 99.8%.’ 최적의 경로는 도출되었다. 완벽하게.

 

그는 시뮬레이션의 지시에 따라 혀를 움직였다. 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달랐다. 머릿속에서는 완벽한 3D 모델링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제 혀는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해괴한 명령에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혀가 꼬이고, 꼭지는 이리저리 미끄러지며 잇몸을 찔렀다. 심지어 잘못 굴리는 바람에 헛구역질이 살짝 올라오기까지 했다.

 

“컥…!”

 

결국 그는 사레가 들려 요란하게 기침하며 꼭지를 뱉어냈다. 매듭은커녕, 침에 잔뜩 절어 너덜너덜해진 꼭지가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정하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완벽한 백재하가, S급 센티넬 지젤이, 고작 체리 꼭지 하나에 패배하여 켁켁거리는 모습이라니. 이건 역사에 기록될 장면이었다.

 

백재하는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그의 시스템은 지금 [ERROR: UNEXPECTED FAILURE] 라는 붉은 경고를 띄우고 있었다. 이건 명백한 굴욕이었다.


…이 꼭지의 강성과 마찰 계수가 표준 데이터에서 벗어난 탓이야. 불량품이었던 거지.

그는 어색하게 변명하며 새 체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과육만 발라 먹고, 씨앗과 꼭지를 뱉어냈다. 다시는 그따위 비과학적인 놀음에 어울려 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런 걸로 키스 실력을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정하린.

그가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소파에 기대 웃고 있는 그녀의 턱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증명은, 이런 식으로 하는 거니까.

그는 낮게 읊조리며 그녀에게 깊게 입을 맞췄다. 꼭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교하고, 부드럽고, 뜨거운 혀의 움직임으로. 그의 키스가 정말로 능숙하다는 사실을, 그녀의 온몸에 데이터로 똑똑히 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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