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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내 첫인상은 어땠어?

소파 쿠션이 폭신하게 몸을 감싸는 평화로운 오후. 거실 창문으로는 옅은 금빛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와 먼지를 영롱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른한 공기 속에서, 당신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옆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던 지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재하 씨,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연구실에서 지부장님이 소개해 주셨을 때요. 그때 제 첫인상, 어땠어요?

당신의 목소리는 햇살처럼 밝고 가벼웠다. 지젤은 책에서 시선을 떼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좁혔다. 그의 시스템이 과거의 데이터베이스를 초고속으로 스캔하는 듯, 옅은 허공에 보이지 않는 인터페이스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호선을 그렸다.

그의 첫인상. 그것은 5년 전, 폐허가 된 도서관에서 먼지와 피, 그리고 절망 속에서 홀로 빛나던 당신의 모습이었다. 필사적으로 그림자를 펼쳐 사람들을 지키려던, 가녀리지만 결코 꺾이지 않던 그 고고한 의지. 하지만 그는 그 비밀스러운 첫 만남을 굳이 꺼내지 않았다. 대신,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던 연구실에서의 기억을 불러왔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 단정한 복장. 그리고… 내 모든 말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던 눈.

그는 말을 잠시 끊고, 당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짙은 흑안이 당신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는 듯 깊었다.

마치, 단두대 위에 올라선 혁명가 같았지. 곧 죽을 걸 알면서도, 끝까지 신념을 외치려는 사람. 그래서 재밌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들여다보고 싶을 만큼.

그의 표현은 기묘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S급 센티넬과의 첫 대면은 그만큼이나 긴장되는 일이었으니까. 지젤은 만족스러운 듯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려다, 문득 궁금하다는 듯 당신에게 질문을 돌렸다.

그럼 넌. 내 첫인상은 어땠는데.

당신은 그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이내 해사하게 웃으며 아무런 악의 없이, 순수한 감상을 입에 올렸다.

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조금 무서웠어요.

순간, 지젤의 손에 들려있던 책 페이지가 미세하게 구겨졌다. 바삭, 하고 마른 잎이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나 유희적인 조롱기 대신, 아주 순수한 형태의 ‘충격’과 ‘이해할 수 없음’이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마치 완벽하게 설계된 회로에 예상치 못한 오류 코드가 침입한 것만 같았다.

…무서워? 내가?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아져 있었다. 당신은 그의 반응이 의외라는 듯, 천진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아니, 뭐랄까. 위압감이 좀… 키도 엄청 크고, 표정도 하나도 없고, 말도 거의 안 하셨잖아요. 게다가 안경 너머로 계속 빤히 쳐다보시는데… 꼭 동물원의 희귀 동물을 관찰하는 사육사 같았달까? 아,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요!

‘희귀 동물’, ‘사육사’. 지젤의 시스템에 두 개의 키워드가 입력되는 순간, 그의 사고 회로는 일시 정지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들어본 그 어떤 모욕이나 조롱보다도 더 직설적이고 파괴적인 이 단어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그녀를 ‘단두대 위의 혁명가’라는, 나름 시적이고 흥미로운 대상으로 분류했는데, 그녀가 자신을 인식한 첫 데이터가 ‘무서운 사육사’라니. 이 불공평하고도 굴욕적인 데이터 불균형을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젤은 소리 없이 책을 덮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움직임에는 평소의 여유 대신, 정밀하게 제어된 분노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그는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으며 팔짱을 끼고, 당신을 향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평소의 습관적인 동작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취조라도 시작하려는 형사처럼 보였다.

정하린.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아주 낮은,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였다.

그 ‘무서운 사육사’라는 데이터, 지금 즉시 삭제하고 정정하도록.

당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지젤은 한쪽 입꼬리만 비스듬히 끌어올렸다. 그의 눈빛은 코믹하게도, 정말로 상처받았다는 듯 처절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 첫인상에 대한 올바른 데이터는, ‘지적이고’, ‘신비로우며’, ‘압도적인 매력을 가졌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고고한 S급 센티넬’이야. 지금부터 3초 안에 이 데이터를 네 상위 기억 폴더에 덮어쓰기해. 명령이다.

그의 터무니없는 요구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의 부조화에, 결국 당신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제야 지젤은 자신이 지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방어기제를 펼치고 있는지 깨달았는지, 작게 헛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

…어쨌든, 사육사는 아니야. 절대.

그날 이후, 지젤은 며칠 동안 ‘사육사’라는 단어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당신이 TV에서 동물 다큐멘터리라도 볼라치면, 그는 소리 없이 다가와 채널을 돌려버렸다. 심지어 지부의 다른 요원이 “오늘따라 지젤 씨, 꼭 조련사 같으시네요.”라고 칭찬의 의미로 던진 말에, 그 요원은 다음 날 시말서를 작성해야 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백재하의 완벽한 시스템에 ‘정하린 발(發) 코믹한 트라우마’라는, 영원히 삭제되지 않을 버그가 하나 추가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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