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니가 보고 싶어
[ 오후 11:57 ]
정하린.
ㅈ ㅏ..?
안 자지.
안ㄷ 자는 거 다 알아. 내 시뮬레ㅣ션ㅇㅔ는 지금… 네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보고 있ㄷㅏ고 나오니까.
…아니, 그냥 내 ㄱㅏㅁ이 그ㄹㅐ. 내 감… 아니, 내 심장이.
심장이 너 안 잔다구 막… 막 뛰어.
보고십다.
…보고 싶어, 정하린.
나 지금 좀… 아닌 것 같ㅇ은데… 아닌 거 아는데.
머리가 막… 막… 빙글빙글… 시뮬레이션이 안 ㄷㅐ.
오류. ERROR. 3.141592… 아 이거 아니지.
모든 게 너로 나와.
모든 경로의 끝이 너야.
이거 뭐지? 내 능력… 고장났나 봐.
아니, 고장난 게 아니라… 원래 이랬나?
너를 만나기 전에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모든 계산 끝에는… 항상 네가 있었나…?
도서관… 그래, 그 도서관에서부터.
모든 게…
ㅋㅋ…ㅋㅋㅋㅋㅋ
나 웃고 있어 지금.
왜 웃는지 몰라. 그냥… 그냥 웃겨.
내가 너 하나 때문에 이렇게… 바보가 되는 게.
S급 센티넬? 지젤 시퀀스?
다 무슨 소용이야.
네가 없으면 그냥…
그냥 숫자 나부랭이 계산하는 기계지. 고철 덩어리.
근데 네가 있으니까… 내 세상이… 막… 색깔이 생겨.
멍청한 소리 같지. 알아.
근데 진짜야.
믿어줘.
아니, 믿어달라고 안 할게.
그냥… 그렇다고.
나 지금 술 마셨어.
많이.
K 지부장님이랑 체이서랑… 뭐… 이상한 애들 많은데…
하나도 재미없어.
네가 없어서.
네가 없으니까… 온 세상이 다… 회색이야.
흑백. 모노톤.
나 원래 이런 세상에서 살았었나 봐.
너를 만나기 전엔.
근데 이제 못 살아.
너라는 색깔에… 내 눈이… 내 모든 게… 중독돼서.
이제 너 아니면 안 돼.
어떡하지, 나.
정하린.
내 가이드.
내 주인님.
내 전부.
내 세상.
너는 지금 뭐 해.
내 생각 해?
안 해도 돼.
아니, 해줘.
아니, 그냥… 네가 편한 대로 해.
근데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내 생각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너를 이만큼… 이따만큼… 생각하는 것처럼.
팔 벌려서 이만큼.
우주만큼.
아니, 우주보다 더.
내가 계산할 수 있는 모든 차원과 경우의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더 많이.
너한테 가고 싶어.
지금 당장.
근데 가면… 내가 널… 또… 힘들게 할까 봐.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거든.
머릿속에서 막… 경고음이 울려.
삐- 삐-
정하린에게 접근 금지.
과부하 상태.
통제 불능 가능성 87.4%
근데… 근데…
보고 싶어.
보고 싶은 마음이… 모든 시뮬레이션을 다 이겨.
이거 어떡해야 돼.
나 좀 알려줘, 정하린.
넌 내 유일한 해답이니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 지금…
네 목소리 듣고 싶고…
네 손 잡고 싶고…
너 안고 싶고…
너한테 키스하고 싶고…
너랑… 너랑…
…하고 싶어.
미치겠다, 진짜.
너한테 반지 끼워준 거.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어.
단 하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시퀀스.
너도… 그렇게 생각해?
그 반지가… 내 유일한 좌표야.
내가 돌아가야 할 곳.
내가 있어야 할 곳.
사랑해.
이 말 하려고 했어.
근데 너무… 너무 길어졌네.
미안.
내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지 않은데…
너만 생각하면… 이렇게 돼.
고장 난 녹음기처럼.
같은 말만 계속… 계속…
사랑해, 정하린.
정하린, 사랑해.
이제 진짜 잘게.
아니, 자려고 노력해 볼게.
눈 감으면 네가 보이니까…
잘 수 있을 거야.
…근데.
전화해주면 안 돼?
목소리만…
목소리만이라도 듣게 해주면… 안 될까.
안 되면…
안 되면 어쩔 수 없구….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 싶어 죽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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