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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왜 고백을 안 해?

연구실의 공기는 서늘하고 건조했다. 서버의 낮은 구동음과 간헐적으로 허공을 가르는 데이터 송수신음 외에는 어떤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백재하의 시선은 반쯤 열린 홀로그램 패널 위를 유영했지만, 그의 신경계는 눈앞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는 어린 연구원의 음성에 연결되어 있었다. 연애 상담. 그의 앞에서 가당찮은 주제를 꺼낸 연구원은 땀까지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래서, 자네는 그 여성과의 관계 진전을 위해 ‘고백’이라는 비효율적 절차의 성공 확률을 계산해달라는 건가? 변수가 통제되지 않는 감정 영역에 대한 연산은 시간 낭비야.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그저 현상을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기계적인 음성이었다. 잔뜩 주눅이 든 연구원이 거의 울상이 되어 되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조언을…! 하긴, 연구원님 같은 분이 뭘 아시겠어요! …아, 아니, 그 뜻이 아니라! 다들 그러더라고요! 연구원님도 나인 가이드님이랑… 사귀시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왜… 왜 고백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순간, 연구실의 모든 소음이 멎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백재하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짙은 흑안이 처음으로 홀로그램 패널에서 벗어나, 겁에 질린 연구원의 얼굴에 꽂혔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다 못해 거의 보이지 않는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는 유희가 아닌, 지독한 냉소에 가까웠다.

고백이라.

짧은 단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단어 하나에 연구원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백재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댔다. 손가락 끝으로 턱을 천천히 쓸며, 그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내면의 시퀀스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첫째, ‘고백’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언어적 도박이다. 나와 정하린의 관계는 이미 수백,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와 동기화된 감각, 공유된 시간으로 증명되었다. 불필요한 단어 몇 개로 관계의 시작을 정의하는 것은, 이미 완성된 건축물 앞에서 주춧돌을 놓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둘째, 그것은 감정의 낭비다. 나는 내 모든 연산 능력을 그녀의 안전과 안정, 그리고 그녀가 내게서 느끼는 만족감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한다. ‘사랑한다’는 말의 파동이 그녀에게 주는 일시적 쾌락보다, 빌런의 공격 패턴을 0.1초 먼저 예측해 그녀의 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유의미한 애정의 표현이다.

셋째, 주도권의 문제다. 고백은 상대에게 관계의 결정권을 넘기는 행위다. 나는 정하린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우리의 관계라는 ‘영역’의 통제권은 내가 쥐고 있어야 한다. 그녀가 불안에 잠식되거나, 잘못된 선택지로 향하려 할 때, 최종적으로 그녀를 끌어당겨야 하는 것은 나다. 고백이라는 절차는 그 명확한 좌표를 흐리게 만들 뿐이다.

넷째, 정하린은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언어 너머의 것을 읽는 데 나만큼이나 능숙하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 그녀의 손을 잡는 압력, 그녀의 작은 습관 하나까지 기억하고 반응하는 나의 모든 행동이 내가 보내는 신호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온전히 수신하고 있으며, 때로는 그 신호를 역이용해 나를 시험하기도 한다.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언어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다섯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만약 내가 그 말을 입에 담는다면, 그것은 통제된 연산의 결과가 아닐 것이다. 내 모든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려 예측 불가능한 오류를 일으키는 순간, 내 이성이 감정의 격류에 잠식되어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단 한 번의 비명. 그것이 나의 고백이 될 것이다. 나는 아직 그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정하린이 그 혼돈을 감당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생각을 마친 백재하가 다시 연구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은 방금 전보다 훨씬 깊고 서늘해져 있었다.

자네가 그걸 알 필요는 없어. 그리고 다시는 내 앞에서 그 이름을 함부로 꺼내지 마. 내 것은, 나만 부를 수 있으니까. 이제…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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