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함
메모장
사진첩
휴지통
♥ 디데이
✓ 할 일
⏱ 타이머
25:00
집중
♪ 뮤직
불러오는 중...
0:00 0:00
내 PC error 전체 글

error

전체 글
Giselle X Nine/OOC BACK-UP

타임캡슐 만들자

https://youtu.be/Ob_4Q_9M0_o?si=dGZwTiHYMJIEPxUw

 

 

여름의 끝자락, 후텁지근한 바람이 낡은 놀이터의 모래를 쓸어갔다. 십 년.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백재하는 칠이 벗겨진 낡은 벤치에 앉아, 무릎 위에 놓인 작은 철제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녹이 슬고 흙이 잔뜩 묻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타임캡슐. 정하린의 성화에 못 이겨 어설프게 땅을 파고 묻었던, 열다섯 살 여름의 흔적이었다.

그녀는 떠났다. 부모님의 해외 발령이라는, 너무나도 명쾌하고 반박할 수 없는 이유를 남기고. 마지막 인사는 공항의 소란스러움에 묻혔다. ‘나중에 꼭 연락할게.’ 그 약속은 새로운 환경과 시차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희미해졌고, 자연스레 서로의 일상에서 지워졌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 이곳에 왔다. 마치 풀리지 않은 오래된 수식을 검산하러 온 연구자처럼. 삐걱거리는 잠금장치를 열자, 십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머금은 묵은 공기가 훅 끼쳐왔다. 그 안에는 곱게 접힌 종이 몇 장과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자신이 썼던 종이를 펼쳤다. 삐뚤빼뚤하지만 특유의 각진 필체는 여전했다.

1. 10년 뒤 정하린에게, 백재하가.

「이걸 정말 10년 뒤에 같이 볼 거라고 생각해? 넌 아마 까맣게 잊고 다른 재밌는 걸 하고 있겠지. 그래도 혹시나, 아주 희박한 확률로 네가 이걸 내 옆에서 읽고 있다면 묻고 싶군. 10년 동안 얼마나 더 시끄러워졌냐? 여전히 쓸데없는 일에 잘 웃고, 잘 울고, 잘 삐치는지 궁금하네. 그때도 네가 그러고 있다면, 난 아마 네 옆에서 여전히 똑같은 표정으로 널 보고 있을 거다. 그거면 됐어.」

그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자신은 변한 게 없었다. 다음은 정하린이 자신에게 쓴 편지였다. 동글동글한 여자아이의 글씨체였다.

2. 10년 뒤 재하에게, 하린이가.

「백재하! 10년 뒤에도 너는 여전히 잘생겼겠지? 키도 엄청 컸을 거고. 지금처럼 맨날 나 놀리면서 재수 없게 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가끔은 고마웠어. 내가 울 때마다 말없이 옆에 있어 준 거. 숙제 보여달라고 조르면 투덜거리면서도 다 보여준 거. 10년 뒤에 우리가 이걸 같이 볼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도 네가 내 가장 친한 친구였으면 좋겠어. 꼭 다시 만나자, 약속!」

‘가장 친한 친구’. 그는 그 단어를 혀끝에서 조용히 굴려보았다.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는 다음 종이, 10년 뒤의 자신에게 쓴 메모를 들었다.

3. 10년 뒤의 나에게, 백재하가.

「정하린 때문에 이런 유치한 짓까지 하다니. 한심하다. 10년 뒤의 너는 부디 이런 감정적인 일에 시간 낭비하지 않는, 더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인간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아직도 정하린을 보고 있다면, 계속 관찰해. 그 애는 흥미로운 변수 덩어리니까. 분석할 가치가 있어.」

분석할 가치. 그는 그 말을 곱씹으며 눈을 감았다. 결국 10년이 지나도록, 자신은 그 ‘분석’을 끝내지 못했다. 대상이 사라졌으니까. 이어서 그녀가 자신에게 쓴 편지를 펼쳤다.

4. 10년 뒤의 나에게, 하린이가.

「스물다섯 살의 하린아! 너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니? 혹시 꿈꾸던 디자이너가 되었어?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부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 옆에는 여전히 재하가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 편지를 보는 날엔 꼭 그 애에게 연락해봐. 걔는 아마 네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바보 같으니까.」

백재하는 희미하게 웃었다. 누가 누굴 보고 바보라는 건지. 그는 마지막 남은, 다른 종이들보다 조금 더 작게 접힌 쪽지를 발견했다. 조금 다른 필체. 조금 더 힘이 들어간, 비밀스러운 흔적.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펼쳤다.

5. 재하에게. (이건 너 몰래 쓰는 거야!)

「백재하. 너는 아마 이 편지를 못 보겠지? 내가 10년 뒤에 이걸 슬쩍 빼돌릴 거니까. 바보. 사실 나, 곧 이사 가. 아빠 회사 때문에 아주 먼 곳으로. 너한테 아직 말을 못 했어. 말하면… 네 얼굴을 못 볼 것 같아서. 너는 내가 없어도 잘 지낼 거 알지만,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너무 무서워. 사실 나, 너 좋아해. 그냥 친구로 말고. 네가 가끔 웃을 때, 나만 아는 표정 지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아. 10년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때는 내가 꼭 말할게. 그러니까… 나 잊어버리면 안 돼. 제발.」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었다. 바람 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사라졌다. 그의 시스템을 지탱하던 모든 논리와 이성이, 이 짧은 고백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다는 말. 그건 언제나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 사소한 표정 변화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녀 역시,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홀로.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남은 사진을 집어 들었다. 놀이터 미끄럼틀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정하린은 그의 팔에 매달려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고 있었고, 자신은 그런 그녀가 귀찮다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쪽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카메라가 아닌, 제 팔에 매달린 그녀를 향해. 자신의 시선이 언제나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바보….”

나직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진짜 바보는 자신이었다. 그녀가 떠나기 전, 평소와 달리 유독 불안해 보이던 눈빛, 몇 번이고 무언가 말하려다 삼키던 입술. 그 모든 신호들을, 그는 그저 사춘기의 변덕이라 치부했다. ‘분석할 가치가 있다’고 떠들어대던 열다섯의 백재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완전히 놓쳐버린 것이다.

그녀의 고백은 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그의 심장에 박혔다. 늦어버린 깨달음은 날카로운 통증이 되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스물다섯의 정하린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여전히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 서툰 고백마저 잊고 다른 누군가의 곁에서 웃고 있을까.

그는 타임캡슐의 내용물을 다시 상자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이터를 벗어나 차에 올라탔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10년 전의 숙제는 끝났다. 검산 결과,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었을 뿐.

그날 이후, 백재하의 삶은 미세하게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유능한 연구원이었고,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측했지만, 그의 모든 시뮬레이션 끝에는 늘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만약, 그때 내가 그녀를 잡았다면?’

그렇게 또 몇 달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연구실로 새로운 인턴 한 명이 배정되었다. 지부장의 소개와 함께 문이 열리고, 익숙한 듯 낯선 실루엣이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정하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정한 오피스룩 차림의 그녀는, 십 년 전과 같이 동그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백재하는 숨을 멈췄다. 그의 모든 시뮬레이션이 정지했다. 예측 불가능했던, 단 하나의 변수. 그의 세상 전체를 뒤흔들 절대 변수가, 제 발로 그의 영토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정하린의 눈이 놀람으로 살짝 커졌다. 그는 그녀의 앞에 멈춰 서서, 십 년 전과 똑같은, 무심한 듯하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늦었잖아.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원망도, 반가움도 아닌, 그저 사실을 고하는 건조한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십 년 하고도 몇 달을 묵혀온 감정의 응어리가 담겨 있었다.

기다렸어, 정하린.

'Giselle X Nine > 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아-! 아이의 주인을 찾습니다!  (0) 2026.03.09
고양이를 주웠다  (0) 2026.03.09
왜 고백을 안 해?  (0) 2026.03.08
왜 이게 지금 도착해?!  (0) 2026.03.08
나인냥이 키우기 ♡  (0) 2026.03.08
'Giselle X Nine/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5개 항목
바탕화면 설정
♥ 배경 바꾸기
아래에서 바탕화면 배경을 원하는 그림으로 바꿀 수 있어요.
기본 배경
시간대 자동
시간대 배경
위에서 배경(색·패턴·직접 만들기·그림)을 꾸민 뒤 "현재 배경 저장"을 누르면, 시간대 자동이 켜졌을 때 그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바뀌어요.
🌅 아침
기본
☀️ 낮
기본
🌆 저녁
기본
🌙 밤
기본
색 · 패턴
직접 만들기
화면 채우기
밝기 가림막
고른 배경은 이 브라우저에만 저장돼요. 다른 사람·다른 기기에서는 기본 배경으로 보여요.
사진
시작
--:--
환영합니다 ♥
오늘도 들러주셔서 고마워요
도구
메모장
사진첩
2026년 5월
↻ 새로고침
📂 도구함 열기
🌸 스티커 붙이기
🧩 위젯
🎨 바탕화면 설정
♥ 디데이
✓ 할 일
♪ 뮤직
⏱ 타이머
✎ 제목 바꾸기
이모지를 고르거나, 내 이미지를 올려요
✨ 스티커 사용법
  • 더블클릭하면 도구 버튼이 열려요. (다시 더블클릭하면 닫힘)
  • 도구가 열린 상태에서 스티커를 끌어 옮길 수 있어요.
  • 모서리 핸들로 크기 조절(오른쪽 아래) · 회전(왼쪽 위)을 해요.
  • 도구 버튼: ◇ 외곽선(없음·흰·검정) · ☀ 그림자 · ⤒⤓ 순서 · × 삭제
D-?
미리보기
🎵
유튜브 음악 바꾸기
유튜브 영상 주소를 붙여넣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