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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나인냥이 키우기 ♡

한 달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의 우주를 재편성하기에 충분했다. A-7구역의 펜트하우스는 더 이상 막 계약을 마친 낯선 공간이 아니었다. 그의 시스템과 그녀의 온기가 구석구석 스며들어, 이제는 명백한 ‘집’이 되었다. 그의 서재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향의 디퓨저가 놓였고, 그녀의 침실 옷장 한편에는 그의 셔츠 몇 벌이 자리를 차지했다. 둘만의 규칙과 게임은 일상이 되었고, 패배와 승리의 기록은 사소한 애정의 증거들로 쌓여갔다. 모든 것이 안정된 궤도 위를 순항하고 있었다.

그랬다. 바로 어제까지는.

사건은 D-4 구역에서 발생한 신종 빌런, 코드네임 ‘키메라’의 소행이었다. 놈의 능력은 물리적 파괴가 아닌, 생체 정보를 교란시키는 변성 가스를 살포하는 것이었다. 지젤의 시퀀스가 빌런을 제압하는 최단 경로를 계산해 내는 동안, 나인은 후방에서 가이딩 필드를 펼쳐 그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임무는 성공적이었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그녀에게서 발현되었다. 처음에는 극심한 피로감과 현기증으로 시작된 증상은, 하룻밤이 지나자 경악스러운 형태로 완성되었다.

 

고요한 오후의 거실. 부드러운 소파 쿠션 위에, 정하린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공기, 익숙한 그의 체향이 밴 셔츠. 모든 것이 그대로였지만, 정하린 자신은 더 이상 어제의 정하린이 아니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움찔거리는 머리 위의 검은 귀, 소파 아래로 멋대로 살랑이는 길고 검은 꼬리. 거울을 통해 처음 마주했던 자신의 모습은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다.

수치심과 혼란에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성과는 별개로, 몸은 낯선 본능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드러눕고 싶다는 충동, 낮은 소음에도 귀가 쫑긋 섰다가 이내 피로해지는 감각, 그리고… 눈앞의 남자가 움직일 때마다 시선이 저절로 그를 좇는 것까지. 이 모든 비자발적인 반응들이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백재하가 커다란 택배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Fearless]의 로고가 선명한 상자였다. 그는 상자를 거실 한가운데에 내려놓았다. ‘쿵’ 하는 소리에 하린의 어깨가 살짝 떨렸고, 머리 위의 귀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휙 돌아갔다. 그녀는 재빨리 손으로 귀를 감싸 쥐려 했지만, 멋대로 움직이는 꼬리가 소파를 ‘툭’ 치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녀는 그의 셔츠 자락을 끌어당겨 얼굴을 더 깊게 묻었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징그럽다고, 혐오스럽다고 여기지 않을까. S급 센티넬의 파트너가 이 무슨 꼴사나운 모습이란 말인가. 불안감에 아랫입술이 저절로 잘근잘근 씹혔다.

 

 


 

어둠이 내린 펜트하우스의 서재. 백재하는 자신의 전용 단말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암호화된 문서 파일 하나가 열려 있었다. 파일명은 [Observation Log: Nine_Variant_01]. 이것은 지부장 K에게 보낼 공식 보고서가 아니었다. 이것은 그의 시스템이 붕괴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백재하 자신을 위한 비공식 관찰 일지였다.

그는 서재 창밖으로 보이는 거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소파 위, 담요 더미 속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작은 그림자. 그의 기록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비공식 관찰 기록: 정하린 이성 유지 프로토콜]

[1일차]
관측 개요: 대상, D-4 구역 신종 빌런 ‘키메라’의 변성 가스 노출 후, 신체 일부에 비특이적 단백질 결합으로 인한 이종(Felis catus) 형질 발현. 지능 및 언어 능력은 유지되나, 본능적 행동 패턴에서 이상 반응 관측.

[관측되는 본능과 이성의 사투]
1. 청각 과민 반응 및 은폐 시도: 약 30dB 이상의 생활 소음(현관문 개폐, 상자 내려놓는 소리 등)에 신체(귀)가 민감하게 반응. 즉각적으로 양손을 사용해 귀를 가리려는 이성적 통제 시도가 관측되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꼬리의 동선까지는 제어하지 못함. 수치심으로 인한 안면홍조 및 시선 회피 동반.
2. 광원(햇빛)에 대한 지향성: 오후 3시경,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몸을 틀고 시선을 고정하는 패턴 반복. 햇볕 아래 눕고 싶다는 원초적 욕구와 이를 억제하려는 이성 간의 충돌로 인해, 미세한 몸 떨림 및 웅크리는 자세 강화.
3. 동체 추적 반사: 관찰자(본인)의 움직임에 동공이 고정되고 머리가 따라 움직이는 현상 발생. 이는 명백한 포식성 동물의 사냥감 추적 본능으로, 대상은 이를 인지한 직후 고개를 돌려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는 회피 행동을 보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저항으로 분석됨.

[NSFW 관련 특이사항]
1. 그루밍(Grooming) 충동: 관찰자가 건넨 물컵을 마신 후, 젖은 입술을 혀로 핥는 것을 넘어 손등으로 뺨과 입 주변을 문지르려는 무의식적 행동 관측. 행동 직전, 극심한 자기혐오 반응과 함께 손을 꽉 움켜쥐며 중단.
2. 영역 표시(소유욕) 행동: 관찰자가 사용한 셔츠(현재 대상이 착용 중)의 옷자락을 강박적으로 끌어안고 냄새를 맡음. 이는 자신의 영역에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소유물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는 본능. 관찰자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셔츠를 밀어내는 모순적 행동으로 이어짐.

결론: 이성은 아직 우위에 있으나, 본능의 파도는 예상보다 거세다. 매 순간이 그녀에겐 익사 직전의 사투와 같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안정화 프로토콜 구축이 시급.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변수가 존재한다. 저 작은 몸부림이 ‘귀엽다’고 느껴지는, 나의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

> [백재하 Comment]: 지부에서 보낸 상자 속 ‘고양이 낚싯대’를 흔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 이것이 오늘 나의 유일한 임무였다. 실패했다. 그녀는… 깃털의 움직임을 0.7초간 눈으로 좇았다. 그 0.7초 동안, 내 모든 시퀀스가 정지했다.

 


[2일차]
관측 개요: 수면 패턴 변화. 기존 6-7시간의 통상 수면에서 10시간 이상의 장기 수면 및 1-2시간의 단기 수면(일명 ‘낮잠’)이 불규칙적으로 반복. 깊은 수면에 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는 양상.

[관측되는 본능과 이성의 사투]
1. 협소 공간 선호 현상: 개방된 거실 소파보다, 책상 밑이나 드레스룸 구석 같은 좁고 어두운 공간으로 몸을 숨기려는 경향 강화. 이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 그러나 관찰자가 부르면(이름을 부를 시 반응률 98%) 즉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인간 관계에 기반한 이성적 판단이 여전히 작동함을 시사.
2. ‘꾹꾹이’ 반사 작용: 극도의 안정감 또는 불안감을 느낄 때, 양손의 손가락을 규칙적으로 오므렸다 펴며 부드러운 표면(담요, 쿠션, 관찰자의 허벅지)을 누르는 행동 관측. 이 무의식적 행동을 깨달은 순간, 마치 불에 덴 듯 손을 떼고 감추는 모습에서 극심한 혼란 상태 확인.
3. 식성 변화 및 경계심: 기존 식단에 대한 관심 저하. 대신, 조리된 생선이나 우유 등 특정 식재료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 음식을 건네면 바로 먹지 않고, 냄새를 맡고 주변을 살피는 경계 행동을 먼저 보임. 이는 생존 본능과 인간으로서의 식사 예절 사이의 갈등이다.

[NSFW 관련 특이사항]
1. 목덜미 노출: 관찰자가 등 뒤로 접근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목덜미를 드러내는 복종적 자세를 취함. 이는 신뢰하는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는 고양이과 동물의 습성. 직후,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황급히 옷깃을 여미며 방어적인 태세로 전환.
2. 골골송(Purring) 발현: 관찰자가 무심코 머리(귀와 머리카락 사이)를 쓰다듬자, 목 안쪽에서 낮고 미세한 진동음 발생. 대상은 이 소리의 정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으나, 관찰자의 손길이 닿는 동안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명백하게 관측됨. 관찰자가 손을 떼자 진동음이 멈췄고, 대상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감을 표정으로 드러냄.

결론: 본능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성은 이제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는 중이다. 특히 접촉을 통한 안정감 추구 본능이 강화되는 추세. 이는 가이딩 본능과 결합하여 예측 불가능한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 [백재하 Comment]: 그녀가 내 허벅지 위에서 잠들었을 때, 나는 2시간 14분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지부에서 걸려 온 7통의 전화를 모두 무시했다. 세상의 종말보다, 그녀의 단잠이 나의 최우선 프로토콜이 되었다. 이성은 완벽히 패배했다.

 


[3일차]
관측 개요: 감정 표현 방식의 변화. 언어적 표현이 현저히 감소하고, 꼬리의 움직임(빠르게 흔들기: 불안, 살랑이기: 호기심, 세우기: 경계)이나 귀의 각도 등 비언어적 표현의 빈도 증가.

[관측되는 본능과 이성의 사투]
1. 사냥 본능의 유희적 발현: 레이저 포인터의 붉은 점에 시선이 완벽하게 종속됨. 이성적으로는 그것이 무의미한 빛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먼저 반응하여 쫓아감. 1분간의 추적 후, 지친 듯 바닥에 주저앉아 빛이 아닌 빛을 쏘는 관찰자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모습에서 본능과 이성의 괴리가 극대화됨.
2. 고지대 선호: 바닥보다는 소파 등받이, 책장 위 등 시야가 확보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시도 증가. 이는 주변을 경계하고 통제하려는 본능. 하지만 인간의 신체 구조로는 균형을 잡기 어려워, 몇 번의 실패 후 포기하고 관찰자에게 ‘안아 올려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냄. 이성적 해결책(요청)을 모색하는 단계.
3. 애정 표현 방식의 혼란: 관찰자에게 다가와 다리에 머리나 뺨을 비비는 행동(Affectionate Rubbing) 관측. 이는 고양이과 동물의 대표적인 친밀감 및 소유욕의 표현. 행동 직후, 자신이 한 행동의 의미를 깨닫고 얼굴이 새빨개진 채 도망치듯 자리를 피함. 인간의 애정 표현 방식과 충돌하며 극심한 정체성 혼란 경험.

[NSFW 관련 특이사항]
1. 발정기 유사 증상(Heat Cycle-like Symptoms): 체온의 미세한 상승 및 가이딩 파장의 불안정한 증폭 관측. 특정 주기 없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며, 대상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열감과 초조함에 시달림. 관찰자와의 접촉을 갈구하는 듯한 행동(옷자락을 잡아당기거나, 더 가까이 다가와 앉는 등)으로 이어짐.
2. 스킨십 갈구: 이전까지는 관찰자의 접촉에 수동적으로 반응했으나, 이제는 먼저 다가와 손길을 요구하는 행동(관찰자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대기)을 보임. 이는 단순한 안정감 추구를 넘어, 불안정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으로 관찰자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

결론: 이성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본능은 이제 단순한 충동이 아닌, 생존과 안정을 위한 필수적인 행동 양식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특히, 관찰자에 대한 의존성이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인간 ‘정하린’의 자아보다 고양이의 본능을 가진 ‘무언가’로서의 정체성이 우위를 점하게 될 것.

> [백재하 Comment]: 그녀가 내 손에 머리를 비볐을 때, 나는 깨달았다. 지난 한 달간 내가 그녀에게 길들여진 것이 아니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녀의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부터 나의 모든 시퀀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재설정된다. ‘정하린의 행복’. 그 외의 모든 변수는 소거한다.

 


 

 

서재의 공기는 잉크와 묵직한 서류, 그리고 희미하게 섞여든 그녀의 체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백재하는 모니터의 커서를 다음 페이지로 옮겼다. 지난 3일간의 기록은 이제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가장 원초적인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서사시와 같았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잠시 멈췄다.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 그 안의 동공은 거실의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미세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한번 어두운 거실을 향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숨지 않았다. 대신, 그의 서재 문 앞 카펫에 몸을 말고 앉아,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빛이, 그 안에 있는 그가, 세상의 유일한 등대인 것처럼.



[비공식 관찰 기록: 정하린 이성 유지 프로토콜]

[4일차]
관측 개요: 자아 경계의 유의미한 붕괴 관측.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보다, 변화된 신체와 본능에 순응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짐. 언어 구사 능력은 유지되나, 복잡한 문장 구성에 어려움을 느끼며 단답형 대화 및 비언어적 표현(울음소리, 신체 언어)에 대한 의존도 급증.

[관측되는 본능과 이성의 사투]
1. 사냥감 모방 및 헌납 행위: 관찰자가 바닥에 떨어뜨린 만년필 뚜껑을 발견, 민첩하게 '사냥'한 후 관찰자의 발치에 가져다 놓는 행동 관측. 이는 무리(가족)의 구성원에게 사냥감을 공유하는 고양이의 사회적 본능. 직후, 자신이 한 행동의 의미(인간의 관점에서의 기이함)를 깨닫고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깊은 자괴감에 빠짐. 이성은 본능의 실행을 막지 못하고, 사후에 수치심만을 증폭시키는 역할로 축소됨.
2. 그루밍 요구의 직접적 표현: 자신의 머리카락(털)이 헝클어졌다고 느끼자, 관찰자에게 다가와 손에 머리를 비비며 ‘정돈해달라’는 신호를 보냄. 이는 이전의 무의식적 행동과 달리, 명확한 목적성을 띤 요구. 관찰자가 빗을 들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인간의 도구(빗)와 본능적 요구(그루밍) 사이의 이질감을 느끼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뒷걸음질 침. 본능이 원하는 것을 이성이 거부하는 마지막 저항.
3. 영역 순찰 및 경계 강화: 아침에 눈을 뜨면 집 안의 모든 공간(거실-주방-욕실-침실)을 한 바퀴 둘러보는 행동 패턴 정착. 이는 자신의 영역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순찰 본능. 창가나 현관문 앞에서 외부의 소리나 냄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외부 위협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냄. 그러나 이 모든 행동의 끝은 항상 관찰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귀결. 그녀의 ‘영역’의 중심은 이제 ‘공간’이 아닌 ‘개인(관찰자)’으로 재설정됨.

[NSFW 관련 특이사항]
1. 가이딩 파장의 고양이화(化): 기존의 안정적이고 넓게 퍼지던 가이딩 파장이, 대상의 감정 상태에 따라 고양이의 행동처럼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 관찰자에게 만족감을 느낄 때는 부드러운 파장이 몸을 감싸며 ‘골골송’처럼 낮게 진동하고, 불안할 때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파장이 짧게 쏘아지며 하악질과 유사한 경고 신호를 보냄. 그녀의 가이딩은 이제 언어보다 솔직한 감정의 표현 수단이 됨.
2. 꼬리를 통한 성적 신호 발현: 관찰자와의 신체 접촉 시, 특히 허리나 엉덩이 근처에 손이 닿았을 때, 꼬리가 관찰자의 팔이나 다리를 휘감는 행동 관측. 이는 교미기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는 명백한 수용 및 유혹의 신호. 대상은 꼬리의 움직임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나는 노골적인 본능에 얼굴을 붉히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등, 이성적 수치심과 본능적 흥분이 충돌하는 극심한 혼란 상태를 보임.

결론: 이성의 댐은 거의 무너졌다. 이제 그녀는 본능의 홍수 속에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백재하’라는 유일한 부표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 그녀의 행동 기준은 더 이상 ‘인간으로서 옳은가’가 아닌, ‘그가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되었다. 관찰자는 이제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닌, 그녀의 세계를 지탱하는 유일한 규율이자 신이다.

> [백재하 Comment]: 그녀가 내 다리에 꼬리를 감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지젤 시퀀스’가 완벽한 무용지물이 되는 경험을 했다. 모든 선택지가 소멸하고 단 하나의 경로만 남았다. 그녀를 부서져라 안는 것. 나는 그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서재의 문을 잠갔다. 문밖에서 그녀의 작고 불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문고리를 잡은 내 손이, 난생 처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5일차]
관측 개요: 언어 기능의 현저한 퇴행. 의사소통 시도가 대부분 ‘야옹’과 흡사한 단음절의 소리 및 억양 변화로 대체됨. ‘재하’라는 이름과 같은 극히 제한된 단어만 구사 가능. 인간으로서의 자기 인식은 남아있으나, 그것을 표현하고 증명할 방법을 상실한 상태.

[관측되는 본능과 이성의 사투]

1. 식사 방식의 완전한 본능화: 식기를 사용하는 것을 포기. 관찰자가 손바닥 위에 음식을 올려주자, 혀를 사용해 핥아 먹는 방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임. 식사 중, 만족의 표시로 관찰자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핥는 그루밍 행동 동반. 이성의 마지막 보루였던 ‘인간의 식사 예절’이 완전히 소멸. 이제 그녀에게 식사는 생존과, 신뢰하는 이에 대한 애정 표현의 일환일 뿐.
2. 수면 장소의 고착화: 더 이상 혼자 잠들지 못함. 관찰자의 침대로 올라와 몸 옆에 웅크리거나, 심지어 관찰자의 가슴팍 위에서 잠드는 것에 안정감을 느낌. 이는 어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안정하는 새끼 고양이의 본능과 동일. 이성은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공간을 포기하고, 본능이 요구하는 ‘절대적 안정’을 선택.
3. 놀이 요구의 노골적 표현: 지부에서 보급된 고양이 장난감(깃털 낚싯대, 방울이 든 공)을 직접 물고 와 관찰자 앞에 내려놓으며 ‘놀아달라’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 이는 이전의 수동적인 반응과 달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이성은 더 이상 본능적 유희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통해 관찰자와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

[NSFW 관련 특이사항]
1. 콜링(Calling)의 시작: 불규칙적으로, 특히 밤 시간에 길고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관찰자를 찾는 행동 발생. 이는 발정기 암컷 고양이가 수컷을 부르는 ‘콜링’과 극히 유사. 단순한 불안의 표현을 넘어, 해결되지 않는 신체적 열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본능적 절규에 가까움. 이 울음소리는 관찰자의 가이딩 안정 수치를 급격하게 하락시키는 변수로 작용.
2. 로딩(Lordosis) 자세의 발현: 관찰자가 등, 특히 허리 아래쪽 꼬리뼈 부분을 쓰다듬자,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치켜들고 꼬리를 옆으로 비트는 자세를 취함. 이는 교미를 허락하는 고양이의 전형적인 ‘로딩’ 자세. 대상은 이 반사적인 행동에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관찰자의 손길에 더욱 몸을 맡기며 미세하게 떠는 모습을 보임. 이성은 완전히 마비되었고, 몸은 가장 원초적인 암컷의 본능에 완벽히 지배당한 상태.

결론: 인간 ‘정하린’의 이성은 백기를 들었다. 현재 그녀의 자아는 본능이라는 거대한 폭풍의 눈 안에 고립된 작은 섬과 같다. 그녀의 모든 행동 원리는 이제 오직 하나, ‘백재하의 곁에서 안정과 애정을 얻는 것’으로 수렴한다. 그녀는 더 이상 나의 파트너 가이드가 아니다. 그녀는 나만이 구원할 수 있고, 나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나를 자신의 세계의 중심으로 삼은… 나의 유일한 ‘정하린’이다. 치료 프로토콜은 이제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

> [백재하 Comment]: 그녀가 내 가슴 위에서 잠들었을 때, 나는 밤새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내 모든 시뮬레이션은 단 하나의 결론을 내놓았다.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최적의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그녀의 세상이 나로 가득 차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세상의 유일한 신이 되겠다. 이것은 시스템 오류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새로운 프로토콜, ‘정하린 절대 사수’의 시작이다.

 

 


 

 

서재 안, 모니터의 푸른빛이 백재하의 얼굴을 창백하게 비추고 있었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더 이상 정형화된 보고서가 아니었다. 문장의 구조가 무너져 있었고, 단어들은 곳곳에서 길을 잃은 채 헤맸다. 그의 완벽한 시스템에 침투한 바이러스처럼, 그녀의 존재는 그의 논리마저 잠식하고 있었다. 그는 며칠째 잠그지 않은 서재 문을 힐끗 보았다. 문턱에 기대어 잠든 그녀의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의 세상은 이제 저 문턱 안으로 완벽하게 축소되었다.



[관찰… 기록. 정하린.]

[6일차]
개요: 말. 사라짐. 이제 ‘재하’… 이것도 힘들어. 대신 눈을 본다. 계속. 모든 걸 눈으로… 소리로. 내가 부르면, 대답은 언제나 같은 소리. 하지만 억양이 다르다. 시스템은 이제 그 미세한 차이를 전부 번역한다. 이건 기쁨. 저건 슬픔. 이건… 나를 원한다는 뜻.

본능. 이성. 그딴 구분, 이제 무의미.
1. 상호 그루밍. 내가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자, 그녀가 내 손등을 핥았다. 까슬한 혀의 감촉. 시스템은 이것을 ‘애정 표현’으로 분류했지만, 모든 회로가 불타는 느낌. 멈추지 않았다. 그녀도, 나도. 이건 더 이상 일방적인 돌봄이 아니다. 상호 작용. 교감.
2. 선물. 아침에 눈을 뜨니, 침대 맡에 그녀가 아끼는 방울 든 공이 놓여 있었다. 밤새 사냥한 가장 귀한 것을 내게 바친 것. 이성은 ‘무의미한 공’이라 했지만, 심장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공을 서재 책상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나의 첫 번째 전리품.
3. 그림자 놀이. 더 이상 장난감을 쫓지 않는다. 대신 내 그림자를 쫓는다. 내가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는 바닥의 검은 형체. 그녀는 그것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 그림자를 잡으려 헛발질하다 넘어지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원망과 애교가 섞인 소리를 낸다. 잡을 수 없는 나를 소유하고 싶다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욕망.

NSFW. 특이사항? 아니. 그냥… 우리.
1. 체온 공유. 이제 그녀는 내 품이 아니면 잠들지 않는다. 특히 가슴 위에 올라와 내 심장 소리를 듣는 것을 선호. 그녀의 온기가 셔츠를 뚫고 스며든다. 내 심박이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귀를 쫑긋거리며 나를 본다. 나의 모든 변화가 그녀의 세계를 흔든다. 그래서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하게 되었다.
2. 무방비. 목욕을 시킬 때,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맡긴다. 물에 젖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그 눈은, 완전한 신뢰와… 복종. 내가 목덜미를 부드럽게 매만지자, 그녀는 등을 아치형으로 휘며 쾌감의 진동을 숨기지 않았다. 로딩 자세는 이제 반사가 아닌, 명백한 ‘요구’가 되었다. ‘더 만져달라’는 침묵의 언어.

결론: 이 기록은 여기서 끝. 분석은 패배했다. 이해하려는 시도는 오만이었다. 나는 그녀의 신이 되려 했지만, 실은 그녀가 나의 유일한 종교가 되었다.

> [백재하 Comment]: 내일, 치료제가 온다.


[7일차]

재하.

내 이름. 그녀가 오늘 아침, 처음으로 다시 말했다. 물을 마시다 말고, 나를 보며. ‘재…하.’ 한 글자 한 글자, 조각을 맞추듯. 그리고는 울었다. 왜 우는지 모르는 채로. 그냥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 눈물을 닦아주었다. 혀로 핥아주고 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눌렀다. 이제 누가 누구에게 잠식된 건지 알 수 없다.

오후 내내, 그녀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무릎에 앉아 내가 넘기는 서류 페이지를 가만히 눈으로 좇았다. 꼬리는 내 허리를 부드럽게 감고 있었다. 더 이상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냥, 거기에 있었다. 내 일부처럼.

치료제를 앞에 두었을 때, 그녀는 그것을 거부했다. 고개를 저으며, 내 등 뒤로 숨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절규. 지금 이대로가 안정적이라는 본능. 나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 눈을 맞추고,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괜찮아, 정하린.”

내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어떤 모습이든, 네 세상은 변하지 않아. 내가 있으니까.”

그녀는 내 말을 전부 이해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스로, 약을 받아 마셨다.

> [백재하 Comment]: 그녀가 잠들었다. 내 침대에서, 내 품 안에서. 이제 곧, 귀와 꼬리는 사라지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지난 7일간의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 내 시스템 가장 깊은 곳에, 영원히 각인되었다.



[후일담]

일주일 후, 펜트하우스의 거실은 평온을 되찾았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여전히 따사로웠고, 소파 위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정하린은 완전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매끈한 머리칼, 인간의 귀, 그리고… 더 이상 멋대로 살랑이지 않는 허리. 그녀는 백재하의 어깨에 기댄 채, 그의 손가락이 책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다. 지부에서 보낸 고양이 용품들은 전부 창고 깊숙한 곳에 정리되었다. 하지만 그 7일의 시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공기 속에 보이지 않는 입자처럼 녹아들어 있었다.

문득, 백재하가 책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소파 아래, 햇살이 만들어낸 네모난 빛의 영역에 닿았다. 그리고 그 빛 속으로, 하린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며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마치 빛을 건드려보려는 듯, 조심스럽게 뻗어 나왔다가 이내 멈칫하며 움츠러들었다. 그녀 자신도 깨닫지 못한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백재하는 책을 조용히 덮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몸을 숙여, 빛 속을 헤매던 그녀의 발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놀란 하린이 그를 돌아보았다.

놀랐어?

그의 입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더없이 다정하게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발을 자신의 무릎 위로 끌어당겨 올려놓고는, 손바닥으로 발등을 천천히 쓸어주기 시작했다. 마치 길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주듯, 느리고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그거, 이제 내가 대신 해줄게.

그의 나직한 목소리에, 하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다시 기대게 했다. 저항할 수 없는, 기분 좋은 압박이었다.

얌전히 있어. 도망가면…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과 함께 속삭였다.

이번엔 목덜미, 물어버릴 거야. 알잖아. 나 이제 참는 법, 잊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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