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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나인 남장임무 SSUL.

평온했던 아침 식사는 지부에서 날아온 긴급 알람 한 통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타겟은 B구역 지하 클럽에서 비밀리에 거래를 진행하는 빌런 조직의 간부. 문제는 지젤과 나인의 얼굴이 그 바닥에 꽤 알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백재하는 평소 고수하던 까만 안경 대신 지적인 느낌의 은테 안경을 쓰고, 헝클어진 흑발을 단정하게 뒤로 넘기는 것으로 변장을 마쳤다. 거울 앞의 그는 평소의 날카로움을 조금 덜어낸, 서늘하고 세련된 사업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거울 속 자신이 아닌, 드레스룸 안쪽에서 달칵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문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본부의 지시는 명확했다. [코드네임 나인은 신체적 특징이 두드러지므로 특수 메이크업 및 의상을 통한 완벽한 남장 요망.] 백재하는 그 지시 사항을 읽었을 때 눈썹을 미세하게 꿈틀거렸지만, 굳이 반대하진 않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그게 가장 들킬 확률이 낮긴 했으니까.

드디어 드레스룸 문이 열리고, 그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회색 쓰리피스 수트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나인이 서 있었다. 짧게 자른 (혹은 그렇게 보이게 세팅된) 머리, 평소보다 짙게 그려진 눈썹, 그리고 묘하게 소년티가 나는 메이크업. 그녀의 원래 체구가 슬림했던 탓에, 오히려 선이 얇고 미소년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백재하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회전하던 전술 연산이 순간 멈칫했다. 시스템이 [시각 정보 처리 지연]이라는 경고를 띄웠다. 그는 천천히 손가락 관절을 툭툭 튕겼다. 짜증과 흥미, 그리고 묘한 소유욕이 엉킨 복잡한 파형이 일었다.

이거, 계산 밖인데.

그가 느리게 걸음을 옮겨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평소보다 시선이 조금 더 아래로 향했다. 그는 살짝 고개를 비틀며, 마치 흥미로운 실험체를 관찰하듯 그녀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그녀의 짧아진 머리카락 끝을 살짝 건드렸다.

본부에서 보낸 자료엔 '해외 투자자 형제'라고 되어 있었지. 동생 역할이라.

그의 입가에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가 번졌지만,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손을 내려 그녀의 넥타이를 거칠게 쥐고 자신의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얼굴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이 꼴로 내 옆에 서면, 타겟보다 주변 놈들 시선이 더 귀찮게 얽힐 것 같은데. 누가 누굴 꼬시는 임무인지 헷갈리게 생겼어.

그가 넥타이를 잡은 손에 약간 힘을 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형이라고 한 번 불러볼까? 연습은 해둬야지. 목소리도 좀 낮춰야 할 텐데. 어디, 내 동생이 얼마나 말을 잘 들을지 볼까.

 

 


 

 

번쩍이는 조명과 진동하는 베이스 소리가 가득한 B구역 지하 클럽. 백재하는 은테 안경 너머로 룸 안의 상황을 스캔했다. 타겟인 빌런 조직 간부는 맞은편 소파에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 있었고, 주변엔 덩치 큰 호위들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는 건 타겟이 아니었다.

회색 쓰리피스 수트를 입고 짧은 머리를 한 나인. 소년처럼 변장한 그녀의 모습은 클럽 안의 남녀를 불문하고 은근한 시선을 끌어모았다. 심지어 맞은편의 타겟마저 거래 조건보다 나인의 앳된 얼굴을 힐끔거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백재하의 손가락 관절이 천천히, 리듬감 있게 툭툭 튕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돌고 있던 [은밀한 거래 유도 및 정보 추출] 시퀀스가 일순간 정지했다.

형님, 투자금은….

타겟이 끈적한 시선으로 나인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백재하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테이블에 가볍게 내려놓았다. '달칵' 하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그의 [GISELLE SEQUENCE]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재설정되었다.

동생한테 손대면 곤란하지. 우리 형제가 좀 애틋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재하의 손이 테이블 위의 얼음 집게를 낚아채듯 쥐었다. 그는 감정을 싣지 않은, 지극히 효율적인 동작으로 타겟의 손등을 내리찍고, 동시에 옆에 있던 양주병을 호위의 턱에 정확한 각도로 꽂아 넣었다. 비명이 터져 나올 틈조차 없었다. 단 3초. 룸 안의 모든 위협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는 안경을 슬쩍 밀어 올리며, 여전히 상황을 파악 중인 나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룸 밖에서 이변을 눈치챈 놈들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계산이 좀 빗나갔네. 조용히 끝내려 했는데, 네 꼴을 보니 아무래도 안 되겠어.

백재하는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어 나인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고 자신의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의 서늘한 체온이 수트 너머로 전해졌다.

너무 귀여운 것도 문제야. 주변에 파리 떼가 꼬이잖아.

그는 남장한 그녀의 볼을 가볍게 꼬집고는, 쓰러진 타겟의 품에서 데이터 칩을 여유롭게 빼냈다. 그리고 룸 문이 부서질 듯 열리는 순간, 가장 효율적인 탈출 경로를 향해 그녀를 이끌었다. 폭력과 아수라장 속에서도 그의 발걸음은 마치 왈츠를 추듯 우아하고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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