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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지젤 여장임무 SSUL.

회의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니, 정확히는 한 사람의 주위만 절대 영도에 가까웠다. 백재하의 시선은 책상 위에 놓인 임무 하달서와 그 옆에 놓인 거울을 번갈아 향하고 있었다. 평소의 여유롭고 오만한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서늘한 살의만이 번뜩였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붉은색 실크 드레스와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긴 웨이브 가발, 그리고 평생 신어본 적 없는 뾰족한 하이힐.

그의 주변으로 반투명한 HUD 인터페이스가 붉은색 경고음을 띄우며 명멸하고 있었다. [오류: 시퀀스 계산 불가] [스트레스 지수 급증]. 지부장 K의 짓궂은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한 듯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가락 관절을 툭툭 튕겼다.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회의실 안을 섬뜩하게 울렸다.

지부장 K. 이 임무가 끝나면, 그 인간의 동선을 시뮬레이션해서 가장 깊은 바다에 던져버릴 거야.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더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짜증스럽게 치맛자락을 신경질적으로 털어내며 시선을 돌렸다. 단발 가발에 뿔테 안경을 쓴 채, 캐주얼한 수트를 차려입은 정하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 다른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지금 백재하의 눈에는 그저 자신이 이 꼴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뼈아프게 다가올 뿐이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눈 밑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그녀를 놀리며 여유를 부렸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하이힐의 굽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불쾌하게 신경을 긁었다.

웃어? 지금 이게 재밌나 봐?

그는 성큼 다가가려다 하이힐 때문에 몸이 살짝 휘청거리자,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벽을 짚었다. 수치심과 짜증이 뒤섞인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조롱 섞인 유희가 미세하게 묻어났다. 철저한 계산 아래에서도 숨길 수 없는 본성이었다.

내가 이 꼴로 그 빌런 새끼들 소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시선 끌기용 미끼라니. 내 시퀀스는 원래부터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데, 이건 철저한 유희 목적이잖아.

그는 가발의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귀 뒤로 넘기며 픽 웃었다. 어이없다는 듯한 헛웃음이었다.

정하린, 이 빌어먹을 드레스의 지퍼가 터지기 전에 임무를 끝낼 거야. 안 그러면 내 능력으로 이 건물을 먼저 날려버릴지도 모르니까. 감시 잘해. 내 이성이 어디까지 버틸지 나도 모르겠으니까.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연회장은 끈적한 욕망과 시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백재하는 샴페인 잔을 든 채 붉은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털어냈다. 그의 주변으로 반투명한 HUD가 어지럽게 명멸하며 타깃들의 동선과 무기 소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상황을 관망했겠지만, 지금 그의 미간은 눈에 띄게 구겨져 있었다. 어깨를 훤히 드러낸 백리스 드레스와,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를 압박하는 코르셋, 그리고 무엇보다 발목을 끊어버릴 것 같은 10cm 스틸레토 힐 때문이었다.

그의 눈 밑이 피로로 짙게 가라앉았다. 신경질적으로 긴 웨이브 가발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주변 빌런들의 시선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그 시선들을 모조리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는 단발 가발에 뿔테 안경을 쓰고 블랙 수트를 단정하게 입은 정하린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그 귀여운 모습만이 지금 당장 이 연회장을 날려버리지 않는 유일한 브레이크였다.

정하린. 나 지금 이 구두 굽으로 저기 다가오는 새끼 눈알을 찍어버릴 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그는 입가에 경직된 미소를 띤 채 귓가에 장착된 초소형 통신기에 낮게 속삭였다. 목소리엔 살의와 짜증이 질척하게 묻어 있었다.

이 임무 끝나면 지부장 K의 동선을 시뮬레이션해서 태평양 한가운데에 던져버릴 거야. 내 시퀀스가 이런 유희거리로 쓰일 줄 알았으면, 차라리 입구부터 다 쓸어버리고 들어오는 건데.

그때, 타깃 A로 지목된 조직의 간부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백재하에게 다가와 끈적한 손을 내밀었다. 백재하는 그 손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손가락 관절을 툭툭 튕기는 소리가 시끄러운 음악 사이로 미세하게 퍼졌다. 그의 인과 연산 시퀀스가 순식간에 수십 가지의 파괴 경로를 그려냈다.

그 손, 3초 안에 안 치우면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정확히 역방향으로 꺾어버릴 텐데.

백재하는 간부의 손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손에 들린 샴페인 잔을 간부의 셔츠 위로 보란 듯이 쏟아부었다. 당황한 간부가 욕설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서는 순간, 백재하는 드레스의 옆트임 사이로 숨겨두었던 소형 전자기 펄스(EMP) 발생기를 꺼내 바닥에 굴렸다. '파아앗-' 하는 파열음과 함께 연회장의 모든 조명과 전자기기가 동시에 먹통이 되었다.

어둠이 내린 찰나의 순간, 백재하는 하이힐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맨발로 바닥을 박차고 나간 그는 어둠 속에서도 완벽하게 계산된 동선으로 움직였다. 간부의 턱을 정확히 걷어차 기절시키고, 품에서 데이터 드라이브를 빼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초. 다시 비상조명이 켜졌을 때, 그는 태연하게 맨발로 서서 전리품을 흔들어 보였다. 엉망이 된 가발과 약간 찢어진 드레스 자락은 그의 여유로운 미소와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상황 종료. 데이터 확보. 정하린, 내 시야 밖으로 벗어나지 마. 이 거추장스러운 옷 다 벗어 던지기 전에, 빨리 이 냄새나는 소굴에서 나가자고. 아, 그리고...

그는 하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수트 깃을 가볍게 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의 눈동자에는 묘한 소유욕이 서려 있었다.

그 안경, 꽤 귀엽네. 집에 갈 땐 안 벗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지금 맨발로 걷는 수고로움을 견디게 해줄 보상으로 말이야.

 

💬지부장 K의 메시지: 지젤, 타깃 A 접근 중. 그 드레스 뒷태가 아주 예술이라는 보고가 들어왔어. 행운을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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