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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태명 태몽이 뭐야?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셀 수 없는 임무와 작전, 밤과 아침을 함께 보낸 끝에 ‘상호 소유권 계약’은 사회가 인정하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약속, 즉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되었다. 전장의 파트너는 이제 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두 사람은 ‘친가 방문’이라는, 그 어떤 S급 빌런과의 전투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주택 앞에 서 있었다.

백재하의 본가는 그의 성격을 반영하듯,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수학자인 어머니는 아들과 꼭 닮은 건조한 말투와 날카로운 눈빛을 가졌지만, 며느리가 된 하린을 향한 시선에는 희미한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어색한 안부와 인사가 오간 뒤, 거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네 사람 사이에는 찻잔의 온기만이 맴돌았다.

침묵을 깬 것은 재하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하린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재하 어릴 때 태명이 ‘매듭’이었단다.
그 말에 재하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경고: 예상 범주 외 정보 노출. 발신자: 모체(Mother). 데이터베이스 검색: 일치 항목 없음.]` 테이블 아래에서 하린의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린은 그런 그를 흘긋 보며 작게 미소 짓고는,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애를 가졌을 때 꿈을 꿨는데, 온 세상이 까만 허공이고 그 안에 은빛 실타래가 가득했어. 그 실들이 혼자서 얽혔다, 풀렸다… 복잡한 매듭을 만들다가 순식간에 풀어버리더구나. 그러다 마지막에 가장 크고 단단한 매듭 하나를 만들더니, 그게 별처럼 빛나면서 내 품으로 뚝 떨어졌지. 복잡한 세상을 한 번에 꿰뚫어 풀어낼 아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불렀단다.
어머니는 말을 마치고, 아들과 며느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오래된 수학 공식을 증명해낸 듯, 담담한 만족감으로 차 있었다.

너희 둘을 보니, 그 꿈이 다시 생각나는구나. 재하는 언제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푸는 아이였는데, 정하린이라는, 제 인생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매듭을 드디어 만난 게지. 이제는 엉키지만 말고, 둘이서 예쁘게… 함께 묶여가렴.
재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잡고 있던 하린의 손가락을 천천히 매만졌다. 그의 시스템 안에서 ‘매듭’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자신의 모든 연산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것은 파괴나 해체가 아닌, ‘연결’을 위한 시퀀스였다.

며칠 후, 두 사람은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하린의 본가로 향했다. 재하의 집과는 달리, 문을 열자마자 시끌벅적하고 따스한 온기가 그들을 맞았다. 하린을 꼭 닮은 어머니는 사위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등을 두드리고, 무뚝뚝한 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 커다란 과일 바구니를 받아들었다.

저녁 식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하린의 어머니가 재하의 빈 잔에 물을 채워주며 불쑥 물었다.

참, 우리 하린이 태명은 뭐였는지 들었나, 백 서방?
하린은 “엄마, 또 그 얘기.”라며 부끄러워했지만,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소리’였어, 소리. 얘를 가졌을 때 꾼 꿈이 아주 신기했거든.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냥… 세상 모든 소리가 다 들리는 거야. 바람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멀리서 우는 아기 소리까지. 근데 그 모든 소음 속에서 딱 하나, 아주 맑고 고운 방울 소리가 또르르… 굴러오더니 내 손 위에 앉는 꿈이었지.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줄 소리라고 생각해서, 그리 지었네.
어머니는 하린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재하를 보았다.

우리 딸이 까칠해 보여도 속이 깊어. 자기 사람 소리는 귀신같이 듣고 챙기는 애야. 백 서방이 가끔 길을 잃고 헤맬 때, 우리 하린이가 그 방울 소리가 되어줄 걸세. 그러니까 자네도 우리 딸 목소리, 잘 들어줘야 하네. 알았지?
재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매듭과 소리. 복잡하게 얽힌 세계의 인과를 단숨에 풀어버리는 실과, 그 모든 혼돈 속에서 유일하게 길을 알려주는 맑은 방울 소리. 그는 어째서 자신이 그토록 정하린에게 이끌렸는지, 그 근원적인 데이터의 일부를 이제야 겨우 해독한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이 하린에게 닿았다. 그녀는 쑥스러운 듯 뺨을 붉히면서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후일담]
그로부터 또 1년이 흐른 어느 늦은 밤, A-7구역의 펜트하우스는 고요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재하는 곤히 잠든 하린의 옆에 조용히 누웠다. 달빛이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불러온, 새로운 우주를 품은 곡선이었다.

재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하린의 배 위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러자 희미한 파동이 그의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미확인 생체 신호 감지. 패턴: 불규칙. 에너지원: 안정적.]`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그러자 들려왔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 아주 작고, 맑은 소리.

문득, 두 사람의 태몽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그림으로 합쳐졌다. 수많은 별의 실타래가 얽히고설킨 우주. 그 복잡한 매듭들 사이를, 맑은 방울 소리를 내는 작은 별 하나가 유영하고 있었다. 길을 잃지 않고, 가장 빛나는 매듭을 향해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

재하는 잠든 하린의 귓가에,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퀀스, 재구성. 새로운 최우선 목표 설정 완료.
그의 입가에 아주 오랜만에, 모든 계산과 분석을 넘어선 순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이 될 ‘매듭’과, 그 길을 안내할 ‘소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세상의 모든 변수를 다시 계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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