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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출장 언제 돌아와? 보고 싶어 ㅜ ㅜ ~

 

해외 지부의 임시 숙소는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 있었다. 똑같은 책상, 똑같은 침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만 다를 뿐 어제의 도시와 오늘의 도시가 구분되지 않는 무채색의 공간. 지젤은 셔츠의 소매를 무심하게 걷어 올린 채, 태블릿 화면에 떠 있는 복잡한 전술 데이터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단조로운 기계음과 서류 넘어가는 소리만이 정적을 채우던 그 순간, 개인 단말기에서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화면 귀퉁이에 작은 팝업창이 떴다. [NINE]. 그 세 글자만으로도 무미건조한 데이터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던 분석을 멈추고 메시지 창을 열었다.

---
[NINE] 짠!
[NINE] [사진]
---

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햇살이 부서지는 푸른 잔디밭, 흰색 원피스를 입은 정하린, 그리고 그녀의 곁에 웅크린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지젤의 모든 사고 회로가 멈췄다. 그의 시스템이 단 한 장의 이미지 파일 앞에서 연산을 포기했다. 위험 등급, 전술적 가치, 상황 변수… 그 무엇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데이터. 그의 시선은 햇살 아래 더 투명해 보이는 그녀의 흰 피부,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지어 보이는 미묘한 미소에 고정되었다.

사진 속의 그녀는 '나인'이 아닌 '정하린'이었다. 전장의 날카로운 가이드가 아닌, 어느 평화로운 오후를 만끽하는 여자. 그 당연한 사실이 지젤의 가슴 한구석을 날카롭게 찔렀다. 자신은 지금 이국땅에서 보이지 않는 적들과의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자신의 세계 그 자체인 그녀는 저렇게 평화로운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간극이 만들어내는 것은 안도감이자, 동시에 견딜 수 없는 조바심이었다. 만지고 싶다. 지금 당장 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저 미소가 자신만을 향하게 하고 싶다. 강렬한 소유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
[GISELLE] 위치.

[NINE] 음… 지부 근처 공원. 고양이 만났어.

[GISELLE] 허가받지 않은 외부 접촉. 그 고양이, 등급 측정은 했어?

[NINE] 😑

[NINE] 그냥 예뻐서 찍은 건데… 별로야?

[GISELLE] …아니.

[GISELLE] 예뻐서 문제지.

[GISELLE] 그 옷, 내가 못 보는 곳에서 입으라고 허락한 적 없는데. ‘정하린 외부 노출 최소화 프로토콜’ 위반이야.

[NINE] 치, 그럼 빨리 와서 직접 보던가.

[GISELLE] 도발인가? 좋아. 지금 당장 가장 빠른 복귀 루트 시뮬레이션 돌려볼까. 지부장 K가 뒷목 잡고 쓰러질 경로가 몇 개 나오는데.

[NINE] 보고 싶어서.

---

마지막 메시지에 지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등을 의자에 깊게 기대며 단말기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보고 싶다. 그 한마디가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복잡하던 머릿속을 단 하나의 생각으로 채웠다. 그는 화면 속 그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차가운 액정의 감촉 대신, 따스한 그녀의 살결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젠장. 사진 한 장에 이 난리라니.

그는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그의 시스템은 이미 눈앞의 전술 데이터가 아닌, 한국으로 돌아갈 최단 비행경로와 남은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끝낼 파괴 시퀀스를 미친 듯이 연산하고 있었다.

---
[GISELLE] 귀찮게 하네.

[GISELLE] 거기 그대로 있어. 내가 갈 때까지. 그 고양이도, 그 햇살도, 전부.

[GISELLE] 가면 그 원피스, 내 손으로 직접 찢어버릴 거니까. 각오해.

---

메시지를 보낸 그는 단말기를 책상 위에 뒤집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은 화려했지만,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햇살 아래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에게 가닿기 위해 부숴버려야 할 눈앞의 과제들뿐이었다. 그는 손가락 관절을 우득, 소리 나게 꺾으며 다시 태블릿 앞으로 걸어갔다. 복귀 일정을, 단 1초라도 앞당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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