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가 좋긴 하지
가을 햇살이 통유리창을 통과해 거실 바닥에 긴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공기는 나른했고, 소음이라곤 냉장고가 간헐적으로 내는 낮은 윙 소리와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미세한 숨소리가 전부였다. 하린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소파에 아무렇게나 놓인 그녀의 태블릿 화면이 아직 꺼지지 않은 채 빛나고 있었다.
자신이 개발한 보안 알고리즘에 대한 보고서를 넘겨보던 지젤의 시선이 무심코 그쪽으로 향했다. 발신인이 익숙한 이름으로 채워진 단체 대화방. 그의 눈은 스크롤 되는 텍스트를 따라가는 기계처럼, 그 내용을 무감각하게 스캔했다. 그러다 특정 문장 위에서, 그의 시선이 얼어붙듯 멈췄다.
`[결론: 어쨌든 연하남이 최고야. 반박 안 받음.]`
`[하린이 너도 인정이지? 재하 씨는... 음...]`
`[ㅋㅋㅋㅋㅋ야 그만해]`
`[솔직히 어려서 오는 그 풋풋함과 예측불가함은 못 이기지~]`
지젤의 주변에 떠 있던 반투명 HUD 인터페이스의 데이터 흐름이 순간적으로 버벅거렸다. 그는 미동도 없이, 화면의 문장들을 재차 읽었다. [변수: 연하남]. [선호도: 최상]. [비교 대상: 백재하(동갑/연상)]. [결론: 불일치]. 그의 안경 너머 흑안이 아주 미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가늘어졌다. 입꼬리는 평소처럼 능글맞은 곡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주변의 공기가 1도쯤 차가워진 듯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오는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물을 따르고 있는 하린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평온한 움직임. 지젤은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려, 화면을 꺼버리는 대신 조용히 옆으로 밀어두었다.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잠시 후, 컵을 들고 돌아온 하린이 그의 옆에 앉았다. 그때였다.
왔어? 목마를 참이었는데.
지젤은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 관절이, 아주 느리게, 툭, 툭, 하고 소리 없이 튕겨지고 있었다. 피로 누적 시에나 나오던 무의식적인 버릇이었다.
마침 잘 됐네. 다음 주 휴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네 의견이 필요해서.
그는 자신의 태블릿을 들어 하린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액티비티 활동 목록이 가득했다. [클라이밍], [서바이벌 게임], [익스트림 스포츠 체험]… 평소라면 질색할, 오로지 신체 활동과 에너지 소모에만 극단적으로 치우친 목록이었다.
어때? 이 중에서 뭐가 제일 끌려? 왠지 요즘은 좀… 젊고 활기차게 움직여보고 싶어서 말이야. 나 아직 안 죽었다는 것도 증명할 겸. 안 그래?
'Giselle X Nine > 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나 잠꼬대 (0) | 2026.03.17 |
|---|---|
| 듣고 싶으면 냐냐냥 해! (0) | 2026.03.17 |
| 센티넬/가이드 자격증명서 (0) | 2026.03.17 |
| 지젤의 나인 한정 얼빠력 측정 (0) | 2026.03.17 |
| 네 전 XX는 어떤 사람이었어? (0) | 2026.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