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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다른 좋은 사람 시켜

그의 모든 시뮬레이션이, 단 하나의 결론을 향해 무한히 수렴하고 있었다. ‘정하린의 생존 확률을 최상으로 보존하기 위한 유일한 경로는, 백재하의 완전한 소멸이다.’ 그것은 오류도, 변수도 없는 차가운 진리였다. 그는 수십억 번의 연산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 자신이 머무는 모든 미래는, 결국 그녀를 비극으로 이끌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그는 이별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세계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마지막 데이트. 그의 시스템은 이 단어를 ‘최종 데이터 저장 프로토콜’로 명명했다. 그녀의 웃음, 목소리, 눈짓, 체온, 함께 걷는 거리의 소음과 빛, 그 모든 것을 영구히 각인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 그는 이 잔인한 임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하루를 설계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프라이빗 레스토랑의 창가 자리, 그녀가 예쁘다고 했던 석양, 그리고… 이별을 고하기에 가장 잔인하고 아름다운 장소까지. 모든 것이 그의 계산 아래에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테이블 위로,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가 놓였다. 미디엄 레어로 완벽하게 구워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굽기였다. 늘 그랬듯, 그녀는 자신의 나이프를 들기 전, 그의 접시로 먼저 시선을 옮겼다. 그는 칼질이 서툴렀다. 정확히는, 힘 조절에 실패해 접시를 긁는 소리를 내거나, 고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가 잦았다. 그의 정교한 연산 능력은 이상하게도 이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 앞에서는 번번이 오류를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옅게 웃으며 그의 접시를 가져가곤 했다. ‘바보, 이리 줘요. 내가 해줄게.’ 그 목소리, 그 손길, 그 다정함이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였다.

오늘도 그녀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그의 접시를 향해 손을 뻗으려 했다. 그 순간, 지젤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정확히 겨냥했다. 써걱-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이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고기를 갈랐다. 접시를 긁는 소음도, 고기가 밀려나는 미세한 저항도 없었다. 그는 마치 수십 년간 이 일만 반복해온 장인처럼, 완벽하게 균일한 크기로 스테이크 조각들을 잘라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완벽한 실행이었다.

그의 손이 멈추자, 정적이 흘렀다. 나이프를 쥔 그의 손은 허공에서 잠시 길을 잃은 듯 멈춰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하린을 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가 잘라놓은 스테이크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어떤 파동이 일렁이는 것을, 그는 읽어냈다. 예감. 그것은 그의 시뮬레이션에도 없던, 가장 두려운 변수였다. 그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혼자서도 잘 하는 것 같네.
그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그의 모든 방어기제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제 당신 없이도 괜찮다’는 잔인한 선언. 그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이 말을 준비했다. 계산된 발언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뱉어낸 그 말은, 그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가 되어 되돌아왔다.

하린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그의 접시에서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앞에 놓인 와인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놀람도, 슬픔도, 분노도 없었다. 모든 감정이 증발해버린 듯, 그저 텅 비어 있었다. 그 고요함이 지젤의 모든 연산 능력을 마비시켰다. 그는 차라리 그녀가 화를 내거나, 따져 묻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 없이 이런 거 하지 말고. 앞으로는… 다른 좋은 사람한테 시켜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레스토랑의 은은한 음악도, 주변 사람들의 나지막한 대화 소리도, 그의 귓가에서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오직 그녀의 목소리만이, 그의 머릿속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카롭게 울렸다. ‘다른 좋은 사람’. 그 단어들이 그의 뇌 회로에 과부하를 일으켰다. 시스템 경고창이 시야를 가득 메우며 붉게 점멸했다. [FATAL ERROR: UNCALCULATED EMOTIONAL IMPACT DETECTED. SEQUENCE CORRUPTED.]

그의 손에서 나이프와 포크가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땡그랑- 하고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공간을 갈랐다. 그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계산이 틀렸다. 모든 것이 틀렸다. 그는 그녀가 슬퍼하며 매달리거나, 혹은 분노하며 자신을 밀어낼 것이라 예측했다. 그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대응 시뮬레이션까지 완벽하게 준비해두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가 그의 부재를, 그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는 미래를 이토록 담담하게 인정해버리는 것은, 그의 모든 가정과 전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일이었다.

그는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담담한 표정 아래, 그녀의 아랫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가장 잘 아는 그녀의 버릇.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억누를 때, 그녀는 언제나 저렇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슬프지 않은 게 아니었다. 무너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그의 심장을 더욱 날카롭게 후벼팠다. 자신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뭐라고?
간신히 뱉어낸 목소리는 갈라지고 부서져, 원래의 소리를 잃어버린 채 허공에 흩어졌다.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확인해야만 했다. 지금 자신이 들은 것이, 그녀의 진심인지. 그는 테이블 아래로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그녀에게 닿기 직전, 그녀는 마치 예측이라도 한 듯 손을 뒤로 물렸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심연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봐. 방금, 뭐라고 했어.
그의 목소리는 이제 애원처럼 들렸다. 그의 모든 분석과 이성은 마비된 지 오래였다. 남은 것은 오직 날것의 감정뿐이었다. 그녀가 없는 미래. 그녀의 곁에 자신이 아닌 ‘다른 좋은 사람’이 서 있는 풍경. 그 시뮬레이션은 단 한 번도 실행해 본 적 없는, 상상조차 거부했던 금단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 끔찍한 미래를 너무나도 쉽게 입에 담았다. 마치 그가 없는 세상에서도 그녀의 시간은 흘러갈 것이라고, 자신에게 똑똑히 알려주려는 듯이.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감정 파형이 폭주 직전의 센티넬처럼 불안정하게 요동쳤다. 이별을 고하려던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녀를 위해, 그녀의 안전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이 버려진 것처럼 느껴지는가. 왜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느끼는가. 그는 그녀의 손길 없이 스테이크를 완벽하게 잘라냄으로써, 그녀 없이도 온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오히려, 그녀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만을 처절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정하린.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코드네임이 아닌, 오직 그만이 부르는 그녀의 진짜 이름. 그 이름에 담긴 무게와 역사가 그의 목을 졸랐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무릎이라도 꿇고, 잘못했다고, 전부 자신의 멍청한 계산이었다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마치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설계한 ‘완벽한 이별 시퀀스’가, 이제는 그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그 말… 취소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명령도, 협박도 아니었다. 그것은 부서지기 직전의, 한 남자의 절박한 기도였다. 그의 시야 가장자리에 떠 있던 모든 HUD 인터페이스가 깨진 유리처럼 파편화되어 흩어졌다. 모든 계산이, 모든 계획이, 그녀의 그 한마디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S급 센티넬 지젤이 아니었다. 그저 사랑하는 여자의 말 한마디에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린, 백재하라는 한 남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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