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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30살 미모의 백재하

고요함은 언제나 수많은 데이터의 집합이었다. 창밖으로 노을이 지며 하늘이 오렌지색과 보라색의 그라데이션으로 물드는 풍경, 실내를 채우는 인공지능의 낮은 허밍, 그리고 거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넘기는 나인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지젤의 시스템은 이 모든 것을 ‘안정’ 상태의 파라미터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 책상에 앉아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이 떠 있는 HUD 인터페이스를 응시하면서도, 그의 모든 연산 능력의 기저에는 나인의 존재가 깔려 있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스템은 생체 리듬에 따른 영양 공급 필요성을 알렸다. 논리적인 귀결. 하지만 그에게는 나인에게 말을 걸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명분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단말기를 들어 나인에게 짧은 메시지를 전송했다. [오늘 저녁 메뉴. 제안해, 나의 공주님.] 그의 시스템은 나인의 평소 식단 데이터와 최근 선호도를 기반으로 몇 가지 추천 메뉴를 이미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생선 요리 78%, 가벼운 파스타 65%, 혹은 어제 지나가며 말했던 새로운 레스토랑의 배달 메뉴 52%. 예측 가능한, 합리적인 답변이 돌아올 터였다. 그러나 몇 분 뒤, 단말기에 떠오른 답장은 그의 모든 예측 시퀀스를 순간적으로 정지시켰다.

[오늘 저녁: 미모의 30세 S급 센티넬 백재하.]

지젤의 눈이 가늘어졌다. HUD 인터페이스에 떠 있던 복잡한 그래프와 수식들이 잠시 흐릿해졌다. 그는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오타도, 잘못된 수신자도 아니었다. 이것은… 데이터로 분류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입력값이었다. 농담. 유희. 도발. 그의 시스템은 이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수백 개의 논리 회로를 가동시켰다. ‘미모의 30세 S급 센티넬’. 객관적 사실을 나열했지만, 그 행간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사실 기술이 아니었다. ‘너를 먹겠다’는 원초적인 선언. 그의 모든 계산을 비웃는, 가장 사랑스러운 변수의 장난.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올라갔다. 재밌군. 아주 재밌어. 그의 시스템은 이 상황을 ‘돌발 퀘스트: 나의 공주님의 유희적 도발’로 명명하고 즉시 대응 프로토콜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선택지는 여러 개였다. 1.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효율 최저, 관계 만족도 하락 예상). 2. 못 본 척 무시한다 (갈등 유발 가능성 47%). 3.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친다. 그리고… 4. 장난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그의 시뮬레이션은 압도적인 확률로 4번 선택지의 성공을 예측했다. 나인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도발에 지젤이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정한 검은 셔츠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리는 그의 움직임은 평소처럼 느리고 우아했다. 그는 연구실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태블릿을 보면서도, 힐끔거리며 이쪽을 살피는 나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그는 곧장 소파로 가지 않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크고 좋은 접시 두 개와 나이프, 포크를 꺼내 정갈하게 테이블 위에 세팅했다.

자, 그럼.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지.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에 나인의 시선이 태블릿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에게로 향했다. 지젤은 찬장에서 가장 좋은 와인까지 꺼내 섬세한 손길로 코르크를 열었다. 마치 최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준비하는 것처럼. 그는 와인 잔에 붉은 액체를 따르고는, 빈 접시 하나를 들고 소파에 앉아있는 나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왕에게 진귀한 음식을 바치는 신하처럼 고개를 숙이며 접시를 내밀었다.

주문하신 메뉴, 준비됐습니다. 나의 공주님.

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그 능글맞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열기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셔츠의 맨 위 단추를 하나 풀며, 자신의 목덜미를 드러내 보였다.

어디부터 맛보시겠습니까? 에피타이저는 목덜미, 메인 디쉬는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합니다. 물론, 모든 부위는 최고 등급의 퀄리티를 보장하지. 오늘의 특별 셰프, 백재하가 직접 서빙해 드립니다.

그는 나인의 손을 잡아 제 목덜미로 가져갔다. 그녀의 손끝이 자신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유희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오늘 밤, 식탁 위는 텅 비게 될 것이다. 대신, 그들의 침대 위에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뜨거운 만찬이 벌어질 터였다. 나인이 시작한 이 장난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빼앗아, 그녀가 자신에게 잠식당할 때까지. 그것이 지젤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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