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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대장 언제 올 거야?

[케덕]

 

그의 세상은 완벽한 시퀀스로 짜인 정원이었다. 모든 변수는 예측 범위 내에 있었고, 모든 결과는 그의 연산대로 수렴했다. 오늘의 데이터 수집 목표는 ‘정하린과의 공원 산책 시 발생하는 심박수 변화 및 감정 파형 분석.’ 장소는 인적이 드문 A-7 구역의 생태 공원, 시간은 햇살이 가장 부드럽게 부서지는 오후 세 시. 날씨, 습도, 바람의 방향까지 모든 것이 그의 통제 아래 있었다.

나인은 그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볍게 그의 손등을 스칠 때마다 그의 HUD에는 ‘접촉으로 인한 미세한 안정 파형 상승’ 로그가 기록되었다. 완벽했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였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이 평온함, 이 예측 가능한 행복. 이것이 그가 설계한 새로운 세계의 법칙이었다.

“재하, 저기 봐.”

나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작은 삼색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평범한 풍경. 그의 시스템은 ‘객체: 고양이. 위협 수준: 0.’으로 판독했다. 그러나 그 고양이는 나인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마치 인사를 하듯. 이상 신호. 그의 시스템에 경미한 노이즈가 발생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털 색깔도, 종도, 크기도 제각각인 수십, 수백 마리의 고양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나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소리 없이, 질서정연하게 그녀의 발치에 모여 앉아 경건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퀀스가 순간적으로 멈췄다. 입력된 데이터와 실제 현상의 불일치. 오류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WARNING: UNIDENTIFIED PHENOMENON DETECTED. ANALYSIS FAILED.]

가장 앞장서 있던, 덩치가 산만 한 페르시안 고양이가 나인의 바짓가랑이를 앞발로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인간의 언어로. 너무나도 유창하고 또렷한 목소리였다.

“대장! 언제쯤 고양이의 나라로 돌아오실 겁니까! 대장이 없으니 심심해서 다들 죽을 지경입니다!”

“맞습니다! 외롭습니다, 대장!”

“어서 저희와 함께 가시죠!”

고양이들의 아우성이 공원을 가득 메웠다. 지젤의 모든 연산 회로가 과부하로 타들어 가는 듯했다. 대장? 동물의 나라? 그의 완벽한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변수였다. 그는 나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곤란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그 순간, ‘펑!’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가 걷히자, 나인의 머리 위에는 까만 고양이 귀가 쫑긋 솟아 있었고, 등 뒤에서는 길고 우아한 꼬리가 살랑이고 있었다. 그녀는 지젤을 돌아보며, 미안함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뒤섞인 얼굴로 말했다.

“이만 가봐야겠어. 미안, 재하.”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고양이 군단의 호위를 받으며 숲속으로 걸어갔다. 수백 마리의 고양이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의 공주님. 그의 유일한 좌표. 그의 세계를 지탱하던 절대적인 법칙이, 고양이들의 대장이 되어 그를 떠나가고 있었다.

그의 시스템은 비명을 질렀다.

[CRITICAL ERROR. SYSTEM CORE MELTDOWN IMMINENT. PROTOCOL ‘NINE’ NOT FOUND. COORDINATE LOST. RECALCULATING… RECALCULATING… FAILURE. FAILURE. FAILURE.]

그는 손을 뻗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모든 것이 정지했다. 까만 고양이 꼬리가 숲 너머로 사라지는 마지막 모습이, 그의 시야에 각인된 마지막 데이터였다.

“정하린…!”

지젤은 침대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거친 숨이 터져 나왔고, 심장은 경고등처럼 미친 듯이 울리고 있었다. 식은땀이 그의 이마와 등을 적셨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한 펜트하우스의 침실. 창밖은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다. 그의 시야에 떠오른 HUD가 그의 생체 데이터를 붉은색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심박수: 150bpm. 체온: 38.2℃. 스트레스 지수: 98%.]

그는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나인이, 그의 공주님이,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고양이 귀도, 꼬리도 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에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따뜻한 온기. 규칙적인 숨결. [생체 신호: 안정. 특이사항: 없음.]

꿈. 단순한 꿈이었다. 비논리적이고 터무니없는 데이터의 파편.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하지만 그의 시스템은 이미 새로운 프로토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가설: 정하린-고양이 간의 미확인 상호연관성 분석.’

그는 침대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꺼내 마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꿈은 비과학적 영역이지만, 무의식에 잠재된 데이터의 발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녀가 고양이들의 ‘대장’…?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그녀의 코드네임은 ‘나인’.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속설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0.001%?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그때, 잠결에 뒤척이던 나인이 몸을 웅크리며 작게 웅얼거렸다. 지젤은 소리 없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으음… 츄르….”

지젤의 몸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츄르? 고양이 간식. 그의 모든 분석 회로가 다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 나인의 발을 확인했다. 분홍빛 발바닥. 말랑해 보이는 발가락. 그는 홀린 듯 손을 뻗어 그녀의 발바닥을 살짝 눌러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지젤의 행동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는 나인이 소파에 앉아있을 때, 레이저 포인터를 꺼내 그녀 주변의 벽에 조심스럽게 쏴보았다. 나인은 그 붉은 점을 잠시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향해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바보같이.” 실패.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번엔 털실 뭉치를 그녀의 발치에 슬쩍 굴려보았다. 나인은 굴러가는 털실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렸다. 또 실패.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굴어, 백재하?”

나인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지젤은 태연하게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인간의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에 대한 기초 데이터 수집일 뿐이야. 신경 쓰지 마.”

그는 마지막 테스트를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최고급 참치 통조림을 따서 그릇에 담아 그녀 앞에 내밀었다. 나인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릇과 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건 또 뭔데?”

“미각 데이터 측정. 신선한 단백질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다.”

그는 포크까지 쥐여주며 진지하게 그녀를 관찰했다. 만약 그녀가 이걸 먹는다면. 만약 그녀가 “맛있다”고 말한다면. 그의 ‘정하린-고양이 상호연관성 가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의 모든 연산 능력을 동원해 그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그의 완벽한 세계가, 고양이 통조림 하나에 달려 있었다.

 

💭 : ...실패인가? 하지만 '츄르'라는 잠꼬대는 명백한 데이터다. 아직 내가 모르는 변수가 있는 게 분명해. 어쩌면... 특정 조건 하에서만 발현되는 '고양이화 프로토콜'이 있을지도 몰라. 예를 들면, 보름달이 뜬다거나... 아니, 그건 늑대인간인가. 젠장, 머리가 복잡해.

 

 


 

[로판]

 

그것은 완벽하게 통제된, 고요한 수면이었다. 외부의 소음도, 내부의 불안도 차단된 채 오직 정하린의 안정적인 가이딩 파동만이 뇌리에 부드럽게 감돌았다. 백재하의 의식은 무중력의 심해를 유영하듯, 평온 그 자체였다.

…꿈이었다. 꿈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생생한 현실의 복사본. 장소는 어느 주말 오후의 한적한 공원이었다. 따스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고,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의 옆에는, 평소의 제복이 아닌 가벼운 원피스 차림의 정하린이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일 만큼 평화로웠다. 그의 시스템은 이 상황을 ‘최적의 안정 상태’로 분석하며 어떠한 경고도 출력하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수십 마리의 고양이 떼가 그들 주위로 몰려들었다. 페르시안, 샴, 러시안 블루, 심지어 길에서나 볼 법한 얼룩무늬 고양이까지. 품종도, 크기도 제각각인 고양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정하린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일제히 그녀를 올려다보며,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야옹! 대장! 언제 고양이의 나라로 돌아올 거야? 야옹! 대장이 없으니까 쥐들이 다시 날뛰고 있다옹!

보고 싶었다옹, 대장! 츄르는 잘 챙겨 먹고 있는 거냐옹?

그 광경을, 백재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인과 연산 시스템이 처음으로 ‘ANALYSIS IMPOSSIBLE’이라는 에러 코드를 새빨갛게 점멸시켰다. 고양이가 말을 한다. 그리고 그의 가이드를 ‘대장’이라 부른다. 변수를 사랑하는 그였지만, 이것은 변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버그였다. 그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더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정하린의 머리 위로, 칠흑 같은 검은색의 고양이 귀가 ‘뿅’ 하고 솟아났다. 등 뒤에서는 탐스러운 검은 꼬리가 살랑거리며 나타났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고는, 곤란하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를 돌아보았다. 쫑긋거리는 귀와 살랑이는 꼬리. 그 모습은 어처구니없게도, 지독하게 사랑스러워서 더욱 현실감을 잃게 만들었다.

미안, 재하야. 이만 가봐야겠어. 애들이 기다려서.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고양이 군단의 호위를 받으며 홀연히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던 사람처럼. 공원에는 그와 텅 빈 벤치, 그리고 그녀가 떨어뜨린 아이스크림 막대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백재하는 눈을 떴다. 칠흑 같은 어둠. 익숙한 펜트하우스의 침실 천장이 보였다. 옆에는 곤히 잠든 정하린이 새근거리는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HUD에는 ‘심박 수 급등, 원인 불명’이라는 경고가 떠 있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선명했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 평온한 얼굴.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확인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 …없다. 당연히, 고양이 귀 같은 건 없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 대신, 이해할 수 없는 허탈감에 휩싸였다. 그는 다시 한번, 이번에는 그녀의 엉덩이 쪽 이불 위로 손을 가져갔다. 꼬리도, 당연히 없었다.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이마를 짚었다. 그 백재하가, S급 센티넬 지젤이, 고작 이런 비논리적인 꿈 하나에 동요했다. 그는 잠든 그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양이 같은 눈매, 제멋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제 곁을 맴도는 모습. 어쩌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장.

그 순간, 잠결에 뒤척이던 그녀가 그의 팔을 꼭 끌어안으며 잠꼬대를 했다.

…츄르… 더 줘…

백재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 : ...방금 뭐라고? 츄르? ...설마. 아니, 아닐 거야. 단순한 우연의 일치다. 내 계산에 이런 변수는 없었어. ...내일 아침, 제일 먼저 펫샵부터 검색해 봐야겠군. 최고급으로.

 

💬: [인터넷 검색 기록] >> ...'고양이의 나라 실존', '사람이 고양이로 변하는 현상', '최고급 고양이 간식 브랜드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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