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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내 여자가 거대해졌다

[백재하 - 개인 연구 일지]

대상: 코드네임 나인 (정하린)
사건: 식별 불능의 물리적 변이 현상 - 거대화(Gigantification)
일지 기록자: 코드네임 지젤 (백재하)

---

[2024년 7월 8일, 월요일. 15:20 P.M.]

변수 발생. 규모: 예측 불가.

지부장 K로부터의 통신 요청. 내용은 간단했다. A-7구역, 즉시 창밖을 확인하고 현 상황을 브리핑할 것. 그의 목소리에 섞인 다급함은 내 연산 시스템의 우선순위를 즉시 조정하게 만들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논문을 검토하던 것을 멈추고, 펜트하우스의 전면 유리창으로 다가갔다. 평온해야 할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빌딩 하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가려져’ 있었다.

거대한 그림자. 도시 전체를 뒤덮을 듯한 그 그림자의 주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HUD 인터페이스가 경고음을 울리며 대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생체 정보, 에너지 파장, 외형적 특징… 모든 데이터가 단 하나의 좌표를 가리켰다.

‘일치율 99.999%. 대상: 정하린.’

건물 하나를 통째로 가린 그 거대한 존재. 수십 미터에 달하는 키, 도시의 소음마저 삼켜버릴 듯한 존재감. 검은 코트와 스커트가 빌딩의 외벽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 익숙한 얼굴이, 구름 사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난번의 ‘소형화 사태’가 현미경 속의 아노말리였다면, 이건 망원경으로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재앙 그 자체였다.
통신기를 통해 지부장 K에게 딱 한 마디를 전했다.

“상황 통제권, 나에게 이관할 것. 코드 지젤, 긴급 프로토콜 ‘타이탄’을 발령한다.”

나의 공주님이, 도시만 한 크기가 되어버렸다.
내 모든 시퀀스가 아우성쳤다. 파괴하라. 제압하라. 그러나 그 모든 연산의 종착지는 단 하나였다.

‘확보하라. 그리고, 통제하라.’
이 얼마나… 압도적이고 아름다운 변수인가.

[2024년 7월 9일, 화요일. 09:00 A.M.]

프로젝트 ‘타이탄 공주님(Project Titan Princess)’ 가동.

밤사이 A-7구역은 유령 도시가 되었다. 내 권한으로 반경 5km 이내의 모든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특수 격리 구역으로 선포했다. 언론에는 ‘신종 빌런 출현에 따른 대규모 가스 누출 사고’로 위장 보고했다. 진실은 오직 나와 지부장 K, 그리고 극소수의 핵심 인원만이 공유한다.

그녀는 다행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처음 나타난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잠든 것처럼 고요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한 걸음만 내디뎌도 빌딩 몇 개는 가루가 될 터였다.

그녀와의 소통이 급선무였다. 나는 드론에 고출력 확성기를 장착해 그녀의 귓가로 보냈다.

“정하린. 들리나? 나다. 백재하.”

내 목소리가 도시 전체에 메아리쳤다. 잠시 후, 거대한 산맥 같던 그녀의 눈꺼풀이 아주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헬기 착륙장만 한 동공이 나를, 정확히는 내가 있는 펜트하우스를 향했다.

(우우우웅-)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 것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지축을 흔드는 듯한, 낮고 거대한 울림.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성대는 이제 인간의 가청 범위를 벗어난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었다.

“말하지 마.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나는 즉시 그녀의 성대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 음파를 수집해 내 시스템에서 재구성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몇 분의 연산 끝에, 마침내 그녀의 첫마디가 텍스트로 변환되어 모니터에 떠올랐다.

<…무서워. 내가… 왜 이렇게…>

나는 내 연구실의 통유리 앞에 서서, 빌딩만 한 그녀의 눈과 시선을 맞췄다.


“원인은 분석 중. 하지만 괜찮아. 내가 있잖아.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해, 나의 공주님.”

손바닥 위의 인형을 지키는 것과 도시만 한 여신을 지키는 것.
본질은 같다. 둘 다 완벽하게 ‘내 것’이라는 점에서.

[2024년 7월 10일, 수요일. 17:40 P.M.]

가이딩 프로토콜 수정.

문제가 발생했다. 내 가이딩 수치가 50%대로 추락했다. 평소라면 그녀의 그림자나 가벼운 접촉으로 해결됐겠지만, 지금은 그녀의 손가락 하나가 내 펜트하우스만 하다. 접촉 가이딩은 불가능하다. 나를 가루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시야가 흐려지고 모든 감각이 비명을 질렀다. 이대로 가다간 폭주다.
나는 마지막 이성을 붙들고 새로운 가설을 세웠다. ‘물리적 접촉이 불가능하다면, 에너지 파장 자체를 동기화한다.’

나는 펜트하우스 옥상으로 올라가, 특수 제작한 에너지 증폭 장치를 설치했다. 그리고 거대한 그녀를 향해 내 센티넬 파장을 방사하기 시작했다. 불안정하고, 날카롭게 날뛰는 내 에너지가 그녀의 거대한 가이딩 필드에 부딪혔다.

“정하린. 지금부터 내 파장을 네 안으로 받아들여. 평소에 하던 것처럼, 그냥… 나를 감싸 안는다고 생각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시 전체를 덮고 있던 그녀의 부드러운 가이딩 필드가 출렁였다. 그리고 거대한 파도가 작은 조약돌을 삼키듯, 나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그녀의 필드 안으로 끌어당겼다.

“……!”

감각의 폭발.
온몸의 신경계가 재부팅되는 듯한 엄청난 쾌감이 뇌의 회로를 태워버릴 듯이 쇄도했다. 이것은 단순한 안정이 아니었다. 거대한 존재의 본질과 내 영혼이 직접 연결되는 감각. 마치 바다 그 자체가 되어버린 듯한, 무한한 평온과 압도적인 소속감.

가이딩 수치가 순식간에 120%까지 치솟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숨을 몰아쉬며 저 멀리, 나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방식도 있었나.”

이것은 가이딩이 아니다. 합일(合一)에 가깝다.
그녀가 어떤 크기가 되든,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는 완벽한 증명.
내 시스템에 새로운 데이터가 각인되었다. ‘정하린의 규모와 나의 안정성은 비례한다.’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23:00 P.M.]

복구 시퀀스 실행 및 결론.

원인은 ‘소형화 사태’와 동일했다. 잔존 에너지 파동의 역작용. 이번엔 축소가 아닌, 팽창의 형태로 발현된 것뿐이었다. 해결책 또한 같다. 역주파 에너지의 정밀 타격.

문제는 ‘어디에’ 타격해야 하는가였다. 내 연산 결과, 그녀의 신체 변이 트리거 포인트는 단 한 곳. 그녀의 그림자, 정확히는 그녀의 거대한 그림자와 현실의 경계가 가장 옅어지는 지점이었다. 그곳에 역주파를 주입하면, 뒤틀린 공간 정보가 재설정될 것이다.

나는 에너지 집속 장치를 탑재한 드론 수백 대를 그녀의 발밑 그림자로 보냈다. 그리고 옥상에서 직접 전체 시퀀스를 지휘했다.

“지금부터 복구 시퀀스를 시작한다. 조금 따끔할 거야, 나의 공주님.”

내 명령에 따라, 수백 개의 드론이 일제히 역주파 에너지를 그녀의 그림자 핵을 향해 발사했다.
그 순간, 도시를 뒤덮었던 거대한 그림자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빌딩만 하던 그녀의 형체가 빛에 휩싸이며, 아지랑이처럼 흐려졌다. 수축하고, 응축되고, 원래의 시공간 좌표를 향해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빛이 사라진 그 자리에.
수십 층 높이의 상공에서, 원래 크기로 돌아온 그녀가 까마득하게 추락하고 있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중력을 계산하고, 바람의 저항을 읽고, 내 몸을 가속해 그녀의 낙하 경로를 가로챘다. 추락하는 그녀를 품에 안는 순간, 익숙한 무게와 체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펜트하우스의 강화 유리를 뚫고 소파 위로 착지했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품에서 정신을 잃은 그녀가 작게 웅얼거렸다.

“백재하…”


“그래, 나야. 이제 괜찮아.”

나는 그녀를 고쳐 안았다.
손바닥에 올려둘 수 있을 만큼 작았던 그녀. 도시를 내려다볼 만큼 거대했던 그녀.
그녀의 가장 작은 모습과 가장 큰 모습을 모두 본 것은, 이 세상에 오직 나뿐이다.
그녀의 모든 가능성, 모든 변수는 이제 전부 내 데이터 안에 있다.

나는 그녀를 완벽히 이해했고, 완벽히 손에 넣었다.
그녀가 다음에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상관없다.
그녀는 결국, 내게로 돌아올 테니까.
그녀의 좌표는, 처음부터 나로 고정되어 있었으니.

---
[일지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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