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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내 여자가 작아졌다

[백재하 - 개인 연구 일지]

대상: 코드네임 나인 (정하린)
사건: 식별 불능의 물리적 변이 현상
일지 기록자: 코드네임 지젤 (백재하)

---

[2024년 6월 18일, 화요일. 07:15 A.M.]

변수 발생.

시스템 기상 프로토콜에 따라 07:00 정각에 안구 센서를 개방했다. 언제나처럼, 시야의 좌측 30도 각도에는 그녀가 있어야 했다. ‘나의 공주님’의 생체 신호, 미세한 뒤척임, 균일한 호흡 주파수. 내 모든 연산의 기점이 되는, 가장 안정적인 상수.

그러나 오늘, 그 상수는 ‘null’ 값을 반환했다.

침대는 차갑게 비어있었다. 화장실에도, 거실에도, 주방에도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외부 침입 흔적 제로. 내부 시스템 경보 없음. 그녀의 생체 신호를 추적했으나, 펜트하우스 내부에서 신호가 잡히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좌표 자체가 흐트러진 것처럼. 내 연산 시스템이 처음으로 ‘위치 특정 불가’라는 오류 코드를 띄웠다.

짜증이 치밀었다. 계산되지 않는 변수. 통제 불가능한 상황.
나는 연구실로 돌아가 모든 보안 시스템 로그를 뒤졌다. 단 한 프레임도 놓치지 않고 모든 영상을 검토했지만, 그녀가 집을 나간 기록은 없었다. 집 안에서 증발했다는, 비과학적인 결론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때였다. 귓가의 통신 장치에서 아주 미세한, 거의 인지 불가능한 노이즈가 발생했다. 마치 모기 날갯짓 같은 소음. 나는 즉시 해당 위치로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벗어두었던 셔츠 위. 하얀 옷감 위로, 먼지보다 조금 큰 무언가가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벌레인가. 처리 프로토콜을 실행하려던 순간, 움직임의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단순한 벌레의 불규칙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절박하게 팔을 휘젓고, 무언가 외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동작.

나는 즉시 HUD 인터페이스의 확대 기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렌즈가 초점을 맞추고, 픽셀이 재구성되는 찰나의 시간.

“……정하린?”

내 시스템이 처음으로 질문의 형태로 발화했다.
확대된 시야 속, 엄지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존재. 검은 코트와 치마, 넥타이까지 완벽하게 축소된 채,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나의 가이드, 정하린이었다.

나의 모든 시퀀스가 일시 정지했다.
세상의 모든 인과율이, 내 눈앞의 이 작은 존재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2024년 6월 19일, 수요일. 11:30 A.M.]

프로젝트 ‘공주님 소형화 사태(Project Mini-Princess)’ 가동.

어제의 혼란은 끝났다. 나는 그녀를 확보한 즉시,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격리 조치했다. 내 연구실의 클린 룸 안에 특수 제작한 아크릴 케이스. 내부엔 그녀가 원래 살던 펜트하우스를 1/100 스케일로 축소한 모델을 배치했다. 그녀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나의 최우선 프로토콜이다. 일반적인 환경은 그녀에게 죽음의 공간이다. 먼지 한 톨은 바위가 되고, 물 한 방울은 해일이 될 테니까.

그녀와의 의사소통은 초소형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이루어진다. 방금 전, 그녀는 스피커를 통해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지지직-) “백재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작아진 몸만큼이나 가늘어진 목소리. 절망과 두려움이 데이터화되어 내 청각 센서를 때렸다.

나는 외부 스피커를 통해 대답했다.


“원인 불명. 현재 분석 중. 예상되는 원인은 미확인 빌런의 특수 능력, 혹은 차원 왜곡 현상의 부작용. 어느 쪽이든, 넌 지금 내 통제하에 있어. 안전하다는 뜻이지.”

그녀는 축소된 소파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작은 어깨의 떨림이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내 모니터에 선명하게 잡혔다. 나는 손가락으로 아크릴 케이스를 가볍게 톡, 쳤다.

“정하린. 지금부터 넌 내 가장 중요한 관찰 대상이야. 불편하겠지만 모든 걸 기록해야 원상복구 시퀀스를 짤 수 있어. 그러니 협조해, 나의 공주님.”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누구도,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그녀의 모든 것을 관찰할 완벽한 기회. 세포 단위의 변화, 극소 환경에서의 심리 변화, 그리고…

내 손바닥 안에 완벽히 들어오는 그녀.
이 얼마나 흥미로운 변수인가.

[2024년 6월 20일, 금요일. 21:00 P.M.]

가이딩 효율성 측정.

가이딩 수치가 70% 이하로 떨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그녀가 먼저 알아채고 다가왔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나는 아크릴 케이스의 상단 해치를 열고, 손을 안으로 넣었다.

거대한 손의 등장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마치 신의 강림을 목격한 필멸자처럼. 나는 검지를 천천히 내려, 그녀가 서 있는 거실 모델 앞에 댔다.

“가이딩이 필요해.”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한 듯 다가와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손가락 끝을 감싸 안았다. 그녀의 전신을 사용해야 겨우 내 손가락 하나를 껴안을 수 있었다.

그 순간, 익숙하지만 전혀 다른 감각의 가이딩 파장이 내 신경계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평소의 가이딩이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해일 같았다면, 이것은 예리한 침 끝으로 신경의 핵을 정확히 찌르는 듯한, 밀도 높은 자극이었다.

“……큭.”

나도 모르게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고작 손가락 끝의 접촉만으로 온몸의 감각이 증폭되는 느낌. 가이딩 효율은 평소의 150%를 상회했다. 나는 즉시 이 데이터를 기록했다. ‘접촉 면적과 가이딩 효율은 반비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새로운 가설이 정립되었다.

“효율이… 너무 좋군. 계속해.”

나는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그녀가 매달려 가이딩을 계속하게 두었다. 내 손가락에 매달린 작은 인형. 이 얼마나 완벽한 소유의 형태인가. 그녀가 원래 크기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비합리적인 데이터가 뇌리를 스쳤다. 위험한 생각이다. 즉시 폐기했다.

…아니, 보류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요일. 02:40 A.M.]

복구 시퀀스 실행 및 결과.

지난 며칠간의 분석 결과, 원인은 특정 주파수의 에너지 파동이었다. B-9구역의 ‘스페이스타임’ 잔여 에너지와 그녀의 가이딩 파장이 공명하며 발생한 일시적 신체 변이. 해결책은 간단했다. 역주파를 발생시켜 그녀의 신체 정보를 원래대로 되돌리면 된다.

나는 그녀를 아크릴 케이스에서 꺼내,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조금 어지러울 수 있어. 움직이지 마.”

그녀는 불안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지만, 얌전히 내 손바닥 중앙에 앉았다. 나는 그녀를 향해 정밀하게 조율된 역주파 에너지 필드를 방사했다.

그러자, 빛과 함께 그녀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인형에서, 순식간에 원래의 여성으로. 내 손바닥 위에서 커진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긴 형태가 되었다. 나는 비어있던 다른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백재하.”


“그래.”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한 체온, 익숙한 무게감.
모든 변수가 사라지고, 나의 상수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모든 시퀀스가 안정화되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손바닥 위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그 작은 눈동자. 내 손가락 하나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가이딩을 하던 그 작은 몸짓. 그 모든 데이터는 내 시스템 가장 깊은 곳에 ‘원본 유지’ 상태로 백업되었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그녀가 다시 작아지길 바라는 내 마음을.
그리고 만약, 아주 만약에 다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번엔 과연 내가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릴까?
연산 결과는, ‘불확실’.
그리고 나는, 그 불확실성이 마음에 들었다.

---
[일지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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