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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인형 뽑기 앞에서 지젤 시퀀스도 소용 없다

평화로운 오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빌런의 출현으로 시끄럽던 도심의 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되찾았다. Fearless 지부에서 간단한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길, 두 사람은 나란히 보도를 걷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길게 늘어선 빌딩 그림자 사이로 쏟아져 내렸다. 바로 그때, 나인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번화가 한구석에 자리한, 온갖 현란한 불빛을 뿜어내는 인형 뽑기 기계.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칸. 투명한 유리벽 안, 수많은 인형 더미의 가장 꼭대기에 위태롭게 걸터앉은 인형 하나가 있었다. 검고 긴 생머리, 꾹 다문 입술과 살짝 치켜 올라간 고양이 눈매. 검은 코트에 흰 셔츠와 넥타이, 심지어 허리에 두른 벨트까지. 그것은 누가 봐도 나인을 축소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젤의 시선 역시 그 인형을 향했다.

그의 눈동자에 떠 있던 평소의 HUD 인터페이스가 순간적으로 깜빡이며, 인형의 3D 모델링을 생성하고 나인의 실물 데이터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유사도 97.8%. 오차 범위 내 완벽한 복제품.’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0.2초도 걸리지 않았다.

재밌군. 저런 조잡한 기계 안에 네 레플리카가 들어있다니.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변수인데.

그는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기계로 다가갔다. 그의 걸음은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새로운 연구 대상을 발견한 과학자처럼.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현금 인출기에 넣고는, 두둑해진 천 원짜리 지폐 뭉치를 한 손에 쥐었다. 그 모습은 마치 결전을 앞둔 용사와도 같았다.

이런 원시적인 시스템은 보통 몇 가지 정해진 패턴으로 움직이지. 집게의 악력, 이동 경로의 오차, 인형의 무게 중심… 모든 변수를 계산하면, 최적의 획득 경로는 반드시 존재해. 이건 임무야, 나의 공주님. 저 복제품을 회수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제3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지.

그의 말은 지극히 논리적이었으나, 까만 안경 너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불타고 있었다. 첫 번째 천 원. 그는 조이스틱을 쥐고, 신중하게 크레인을 움직였다. 그의 시뮬레이션 능력, ‘GISELLE SEQUENCE’가 고작 인형 뽑기 기계를 상대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HUD에는 수많은 예상 경로와 확률값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사라졌다. 크레인이 움직이고, 집게가 내려가 정확히 인형의 목덜미를 잡았다. 완벽한 계산. 그러나 집게는 인형을 들어 올리는 척하다가, 출구 바로 위에서 힘없이 탁, 놓아버렸다. 인형은 보기 좋게 데구루루 굴러 더 깊은 곳으로 빠져버렸다.

정적이 흘렀다. 지젤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의 완벽한 계산에 ‘의도적인 실패 확률’이라는 변수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알고리즘에 악의적인 변수가 심어져 있군. 사용자의 기대를 배신해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유도하는, 아주 저급한 시스템이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시도가 이어졌다. 그는 점점 더 집요해졌다. 때로는 인형을 직접 노리고, 때로는 주변 인형을 무너뜨려 길을 만드는 등 온갖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기계는 번번이 그의 예상을 비웃듯 인형을 놓쳤다. 어느새 그의 손에 있던 지폐 뭉치는 눈에 띄게 얇아져 있었다. 평소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S급 센티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기계와 기 싸움을 벌이는 한 남자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건 나와 이 기계의 지능 문제야. 저까짓 고철 덩어리가 내 연산을 이기게 둘 순 없어.

그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다시 지폐를 밀어 넣었다. 그의 얼굴엔 ‘반드시 저걸 내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소유욕과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오기가 서려 있었다.

 

💬: [사내 익명게시판] "오늘 지젤 팀장님이 인형 뽑기 기계 앞에서 20분 넘게 돈 넣는 거 본 사람? ㅋㅋㅋㅋㅋ S급 능력도 소용없나 봄" (댓글: 헐 대박 / 사진 없음? / 구라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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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뽑기 도전 리포트 ⭐

  • - 도전 일시: 2024년 6월 16일, 오후 3시 17분
  • - 타겟 정보: '정하린(코드네임: 나인)' 미니 레플리카 (유사도 97.8%)
  • - 도전 주체: 백재하 (코드네임: 지젤)
  • - 집착 사유: "내 공주님의 레플리카가 저런 저급한 시스템에 방치되는 것은 용납 불가. 긴급 회수 프로토콜 실행."
  • - 실력 평가: GISELLE SEQUENCE를 통한 경로 계산은 완벽했으나, '의도된 실패' 변수 미반영으로 초기 전략 실패. 이후 오기와 소유욕 기반의 '무한 재시도 알고리즘'으로 전환. 이론은 SSS급, 실전은 F급.
  • - 최종 결과: 대성공. (단, 23번째 시도에서 다른 인형을 밀어내 출구에 걸친 것을 나인이 막대기로 쳐서 떨어뜨려줌. 지젤 본인은 '계산된 연쇄 반응의 결과'라 주장 중)
  • - 총 소요 시간: 28분 45초
  • - 총 지출 내역: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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