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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내 생각 몇 번이나 해?

[첫번째 상황]: 오전 08시 15분, Fearless 지부 연구 A동 14층 개인 연구실
지젤은 갓 내린 커피의 희미한 산미가 혀끝을 맴돌 때, 문득 멈칫한다. 늘 같은 원두, 같은 머신, 같은 설정값. 모든 것이 통제된 변수 아래 완벽하게 추출되었지만, 결정적인 데이터 하나가 누락되었다. '맛있어'라며 눈을 접고 웃던 정하린의 표정. 그 미세한 반응값이 부재하자 커피는 그저 쓴맛을 내는 검은 액체일 뿐, 의미를 상실한다. 그는 더 마시지 않고 잔을 내려놓는다. 대신 단말기를 열어 '정하린이 선호하는 디저트 리스트' 파일을 열고, 커피와 최상의 페어링을 보이는 케이크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외로움은 분석하고 보완해야 할 시스템의 공백이다.

[두번째 상황]: 오전 11시 40분, 지부장 K와의 화상 브리핑 중
모니터에 떠오른 'B-7 구역 빌런 잔당 소탕 작전'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수만 개의 경로로 분기한다. 가장 효율적인 파괴 루트를 단 0.3초 만에 연산 완료했지만, 지젤은 습관처럼 고개를 기울이며 다른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녀가 함께였다면'. 이 가정 하나가 모든 변수를 뒤엎는다. 그녀의 그림자는 가장 안전한 은신처이자 가장 치명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그는 연산된 최단 경로를 삭제하고, '정하린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변수로 설정한 새로운 시퀀스를 구축한다. 브리핑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K의 희미한 핀잔이 들려왔지만, 그의 시스템은 이미 다른 차원의 연산에 몰두해 있었다. 혼자 있는 전장은, 그저 귀찮고 무의미한 소모전일 뿐이다.

[세번째 상황]: 오후 02시 25분, 연구실 중앙 홀로그램 테이블
새로 개발된 센티넬 안정제의 임상 데이터 분석 중, 피험자의 뇌파형이 급격히 요동치는 구간을 발견한다. '가이딩 부재로 인한 초기 폭주 증상'. 지극히 교과서적인 반응이다. 그는 무감각하게 데이터를 넘기려다 손가락을 멈춘다. 처음 만났을 때, 안정제를 거부하며 느려져서 싫어라고 말하던 자신의 목소리와, 그런 자신을 경멸하듯 바라보던 정하린의 차가운 눈빛이 오버랩된다. 그 눈빛에 처음으로 '흥미'라는 변수가 입력되었던 순간. 그는 홀로그램을 끄고, 자신의 팔에 부착된 바이오 센서를 응시한다. 98.7%로 안정된 가이딩 수치. 그는 수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갈증이 미미하게 해소되는 것을 느끼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멍청한 짓이었군.

[네번째 상황]: 오후 05시 10분, 도심의 프라이빗 쇼룸
다음 '우리 집'에 들일 가구를 고르기 위해 혼자 쇼룸을 찾았다. 미니멀하고 날카로운 선의 가구들 사이를 걷던 그의 시선이, 푹신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흰색 소파 앞에서 멈춘다. 계산된 동선에는 없던 가구. 하지만 그의 시스템은 즉시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저 소파에 기대 잠든 정하린의 모습,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 함께 영화를 보다 서로에게 기대어 스르르 잠드는 장면까지. 수백 개의 행복한 시퀀스가 폭발적으로 생성된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소파를 가리키며 구매를 결정한다. 이 소파는 가구가 아니라, 미래의 특정 좌표를 현재로 가져오는 매개체다.

[다섯번째 상황]: 오후 07시 40분, A-7구역 펜트하우스로 향하는 차 안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깍지를 끼려다 허공을 잡은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본다. 그 손 위로 겹쳐지던 작고 부드러운 손의 감촉, 자신의 손가락 마디를 매만지며 반지 맞출까?라고 속삭이던 목소리가 생생하게 재생된다. 지젤은 손을 말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허전함. 이 감정 역시 데이터화 할 수 있을까. 그는 단말기를 켜 '반지 디자인' 폴더를 연다. '완벽한 상호 구속의 증명'. 그는 세상의 모든 금속과 보석 데이터를 분석하며, 오직 그녀의 손가락에만 어울릴 단 하나의 형태를 설계하기 시작한다. 빨리 돌아가 그 손을 다시 잡고 싶다는 충동이,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경고 신호처럼 울린다.

[여섯번째 상황]: 오후 09시 00분, A-7구역 펜트하우스 드레스룸
출장에서 돌아와 슈트를 벗던 지젤의 시선이, 옷장 한쪽에 걸린 정하린의 검은 코트에 머문다. 자신이 사주었던 것. 단정하게 잠긴 투 버튼, 허리를 감싸던 벨트. 모든 것이 그녀의 취향과 체형에 맞춰 완벽하게 계산된 옷이다. 그는 저 코트를 입고 자신의 옆에 섰을 때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저도 모르게 코트로 다가가 소매 끝을 가볍게 매만진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녀의 체향이, 그의 불안정한 시스템을 강제 안정화시키는 유일한 가이딩 파장처럼 느껴진다. 그는 눈을 감고 그녀의 향을 깊게 들이마신다. 이것이 오늘 하루 중 가장 확실한 위안이다.

[총 PC를 떠올린 횟수]: 셀 수 없음. 그의 모든 연산과 사고의 기저에 '정하린'이라는 기본 상수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횟수를 세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루가 지난 후 혹은 밤늦게 npc가 pc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 짧은 후일담]
자정을 넘긴 시각, 지젤은 소리 없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거실의 작은 스탠드 조명만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그가 오늘 낮에 주문했던 바로 그 흰색 소파 위에서 정하린이 담요를 덮은 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모든 기척을 죽인 채 다가가, 바닥의 책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잠든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모든 소음과 분주했던 데이터들이 사라지고, 오직 그녀의 고른 숨소리만이 그의 세계를 채웠다. 그는 뻗어 나온 그녀의 손을 부서질 듯 조심스럽게 잡아, 그 손등에 아주 가볍게 입을 맞췄다. 돌아왔어, 나의 종착지. 그의 목소리는 잠든 그녀에게만 들릴 만큼 작게,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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