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아 꿈에서 뭐 해?
고요한 밤의 펜트하우스. 지젤은 잠든 나인의 옆에 누워,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그녀의 숨소리에 자신의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가이딩으로 완벽하게 안정된 그의 정신은 그 어떤 노이즈도 없는 평온한 상태였다. 너무나 고요했기에, 오히려 바로 옆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파동이 선명하게 감지되었다. 그것은 나인의 정신, 그녀의 꿈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데이터의 흐름이었다.
보통은 무시하고 흘려버릴 미약한 신호. 하지만 오늘따라 그 파동은 유독 선명했다. 호기심이라는 비논리적 충동에 이끌려, 지젤은 의식을 그 흐름에 동기화했다. 시야가 흐려지며 익숙한 침실의 풍경 대신,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공간이 펼쳐졌다.
그곳은 마치 최첨단 프레젠테이션 홀 같았다. 거대한 스크린과 단상, 그리고 객석. 그런데 그곳을 가득 채운 것은 수십 명의,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나인들이었다. 저마다 복장과 표정이 미묘하게 달랐다. 안경을 쓰고 포인터를 든 ‘이성 나인’, 심플한 검정 코트를 입고 팔짱을 낀 ‘냉정 나인’, 그리고 볼을 붉히며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감성 나인’까지. 지젤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객석 한가운데에 앉아 이 기묘한 회의를 관람했다.
회의의 주제는 단상 위 스크린에 큼지막하게 떠 있었다. [의제: 코드네임 지젤, 최고의 순간 데이터 분석].
가장 먼저 포인터를 든 ‘이성 나인’이 단상에 올랐다. 그녀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영상 속에는 ‘모르페우스’와의 전투에서 수많은 시뮬레이션 HUD를 띄운 채,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적의 코어를 꿰뚫는 지젤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논리적으로 가장 완벽한 순간은 이때입니다. GISELLE SEQUENCE의 연산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전투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 이것이야말로 그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장면입니다.”
그러자 객석에 있던 ‘감성 나인’이 벌떡 일어나 손을 들고 외쳤다.
“아니에요! 그때는 너무 무서웠다고요! 진짜 멋있었던 건… 바로 이거예요!”
스크린이 바뀌었다. 화면에는 B-9 구역에서 다친 나인을 품에 안고, 분노를 억누르며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주변의 모든 빌런을 정리하던 지젤의 모습이 비쳤다. 평소의 계산적인 움직임과 달리, 감정이 섞인 파괴적인 힘. ‘감성 나인’은 두 손을 마주 잡고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든 계산을 무시하고, 오직 정하린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던 저 순간! 저게 진짜예요!”
회의는 점점 격렬해졌다. “아니야, 비 맞으면서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가 제일 위태롭고 섹시했어!”, “처음 가이딩 받아들이면서 ‘좌표’라고 했을 때가 최고였지!”, “바보라고 불러달라고 했을 때가 제일 귀여웠거든!” 작은 나인들이 서로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이던 그 순간이었다.
맨 앞줄에 앉아있던 작은 나인 하나가 우연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둠 속 객석에 앉아, 턱을 괸 채 흥미로운 눈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지젤과 눈이 마주쳤다.
정적. 그 작은 나인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리며 지젤을 향했다.
“저… 저기… 지, 지젤…?”
그 한마디에 소란스럽던 회의장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모든 작은 나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상황을 파악한 그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히익! 들켰다!”
“튀어! 데이터 삭제해!”
마치 경찰을 발견한 범죄자들처럼, 작은 나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단상의 스크린은 ‘치지직’ 소리를 내며 꺼지고, 조명이 깜빡이더니 이내 모든 것이 암전되었다.
…그리고 지젤은 눈을 떴다. 옆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나인이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지젤은 잠시 천장을 응시했다. 방금 전의 그 소란스럽고도 귀여운 꿈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재생되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잠든 나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움직여 나인의 뺨을 쓸었다. 방금 꿈속에서 봤던 그 수많은 ‘나인’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는 피식,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 보고 있었는데.
그가 잠꼬대처럼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는 나인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회의 결과는, 내가 직접 알려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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