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할 줄 알았지?
어느 평범한 오후, 지부에서의 서류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펜트하우스는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해가 기울며 도시의 실루엣 위로 금빛과 주황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서류를 넘기던 지젤의 시선이, 맞은편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 나인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흰 셔츠 깃 한쪽이 살짝 안으로 접혀, 목선이 비대칭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 미세한 비틀림. 지젤의 시스템에 입력된 '완벽한 정하린'의 데이터에서 벗어난 오류값.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인에게로 다가갔다. 별다른 말 없이 그녀의 앞에 멈춰 선 그는 몸을 숙여 접힌 옷깃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자신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나인이 반사적으로 두 눈을 스르르 감는 것이 보였다. 입술은 살짝 벌어진 채, 다가올 입맞춤을 기다리는 고요한 자세. 하지만 지젤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모든 시퀀스가 일시 정지. 그의 흑안이 미동도 없이, 눈을 감은 나인의 얼굴을 스캔했다.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이 작게 파르르 떨리는 것, 미세하게 상기된 뺨, 그리고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무방비한 표정까지. 모든 데이터가 그의 연산 시스템으로 흘러들어와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학습 완료.’
지젤의 입꼬리가 소리 없이, 아주 느리고 유려하게 호선을 그렸다. 재밌네. 정말, 재밌는 변수다.
그는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옷깃을 정리하려던 손을 거두고, 팔짱을 낀 채 그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1초, 2초... 예상했던 접촉이 오지 않자, 나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마치 ‘로딩 중 오류’가 뜬 기계처럼. 그 작은 표정 변화조차 놓치지 않은 지젤의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
…계속 그렇게 감고 있을 건가?
그가 일부러 나른하고 짖궂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자 나인의 눈꺼풀이 움찔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떠졌다. 마주친 시선 속에는 당혹감과 ‘어라?’ 하는 순수한 의문이 뒤섞여 있었다. 그 표정을 정면으로 받은 지젤이 결국 참지 못하고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 키스라도 해줄 줄 알았어?
그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 다시 몸을 숙였다. 이번에는 정말로 그녀의 입술을 향해서. 그리고는 입술이 닿기 직전, 고개를 살짝 틀어 엉뚱하게 접혀 있던 셔츠 깃을 손가락으로 톡, 펴주었다.
오답이야. 이건 정리해주고 싶었는데.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옷깃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잔뜩 약이 오른 표정이 되었을 나인의 붉어진 얼굴을 향해, 보상처럼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정답은 이거고. 다음엔 헷갈리지 마, 정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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