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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1402호 주민의 비자발적 관찰 일지]

날짜: X월 X일 / 입주 첫 주

새로 이사 온 옆집(1401호) 때문에 인생의 난이도가 수직 상승했다. 이 집, 방음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옆집이랑 셰어하우스 하는 수준이다. 첫날부터 가구를 옮기는 건지 뭘 부수는 건지 쿵쾅거리더니, 밤에는 웬 남자가 여자한테 “내 계산으론 이게 최적의 동선이야.” 같은 소리를 한다. 가구 배치하는데 무슨 양자역학 논문 쓰나. 여자는 대꾸도 안 한다. 개 무시하는 건가? 고수다. 부럽다. 나 같으면 “닥치고 그냥 옮겨!” 했을 텐데.

날짜: X월 X일 / 입주 2주 차

미쳤다. 이 사람들, 싸운다. 아니, 싸우는 게 아니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여자를 몰아붙인다. 무슨 취조하는 줄 알았다. “네 변수는 통제 불가능해.”, “내 우선순위에서 벗어나지 마.” …대체 직업이 뭐지? 다단계 총책임자? 사이비 교주? 한참을 몰아붙이던 남자가 갑자기 세상 스윗하게 “미안해. 내가 멍청했어.” 라며 사과한다. 그러자 여자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와, 저 남자는 진짜다. 가스라이팅의 신인가. 방음 안 되는 벽 너머로 듣고 있는 나까지 홀릴 뻔했다.

날짜: X월 X일 / 입주 한 달 차

옆집, 오늘은 조용…한가 싶었는데 저녁부터 시작됐다. 레스토랑에서 밥 먹다 말고 왔단다. 왜? 아니, 이유는 알 것 같다. 벽을 타고 그… 야릇한 소리가 넘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끄럽게 싸우는 게 나았다. 이건 뭐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수준이다. 남자는 목소리를 낮게 까는데 그게 더 잘 들린다. “더, 정하린. 더 울어봐.” 같은 대사를 읊조리는데… 아, 여자 이름이 정하린이구나. 본의 아니게 알아버렸다. 정하린 씨, 제발 그만 우세요. 아니, 그만 울지 마세요. 헷갈린다. 그냥 둘 다 제발 조용히 좀…

날짜: X월 X일 / 주말 아침

옆집 남자, 요리도 하나 보다. 아침부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여자한테 “오늘 브런치는 네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어.”라고 한다. 세상에. 어제 밤의 그 악마 같은 남자가 맞나? 여자가 웃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와, 저 여자 웃을 줄도 아는구나. 맨날 울거나 조용하거나 둘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근데 평화는 길지 않았다. 갑자기 두 사람 다 조용해지더니, “출동.” 이란다. …혹시 소방관? 아니면 경찰? 대체 정체가 뭘까.

날짜: X월 X일 / 어제

역대급이었다. 저녁 내내 물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여자의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근데 예뻐.” 미친놈인가? 때리고 약 주나? 잠시 후, 여자가 잠든 건지 조용해졌는데 남자가 혼잣말을 한다. “나도 좋아. 네가 내 품에 있는 거.” …이거 완전 순애보잖아? 로맨스 영화 대사를 벽 너머로 라이브 청취하고 있다니. 내 인생,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날짜: X월 X일 / 오늘 아침

오늘은 출근길에 그들을 마주쳤다. 1401호 남자. 소문대로 잘생겼다. 까만 안경에 하얀 가운 같은 걸 걸쳤는데, 그 안에 입은 건 또 까만 셔츠다. 분위기가 사람을 압도한다. 내 옆을 지나가는데 나를 슥 쳐다봤다. 그냥 본 게 아니라, 내 홍채랑 DNA 정보까지 스캔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괜히 찔려서 눈을 피했다. 그 옆의 정하린 씨는… 생각보다 평범해 보였지만, 그 남자 옆에 있으니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남자가 여자 손을 꽉 잡고 있는 걸 봤다. 어젯밤 혼잣말은 진심이었나 보다.

젠장, 방음 공사 비용이나 알아봐야겠다. 이 이상 알게 되면 나, 정말 그들의 서사에 과몰입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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