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현재가 더 좋아
도쿄에서의 일주일은 꿈처럼 지나갔다. 두 사람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완벽한 설계도였으며, 모든 좌표와 시간은 오직 서로를 향해 정렬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일상은 다시 익숙한 궤도로 접어들었다. Fearless 지부의 소음, 임무를 알리는 단말기 알림, 그리고 지젤의 연구실을 채우는 서늘한 공기.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인 두 사람의 관계는 근본부터 재정의된 후였다.
그날은 지젤이 지부장 K와의 짧은 대면 보고를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복도를 지나 로비로 향하는 길목, 1층에 위치한 지부 내 카페의 통유리창 너머로 익숙하면서도 지독하게 낯선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시스템이 경고보다 먼저, 망각의 저장고 깊숙한 곳에 보관해 두었던 과거의 데이터를 눈앞에 출력했다. [객체: 서지윤. 관계: 과거 연인(발현 이전). 최종 상호작용 기록: 24세, 일방적 관계 종료 통보.]
그녀는 일반인 방문객용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무슨 용무일까. 수백만 개의 시뮬레이션 경로가 펼쳐졌다. 업무 관련? 사적 만남? 우연? 그가 발현하기 전, ‘백재하’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세계의 유일한 유인이었다. 그는 모든 감정적 변수를 제거하고 그녀와의 관계를 단절했었다. 그것이 그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보호 방식이라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그녀를 관찰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커피잔을 쥐는 손 모양이나 창밖을 보며 미소 짓는 습관은 그대로였다. 과거의 데이터와 현재의 실측값 사이의 오차율은 3.7%.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자, 동시에 무시해야만 하는 수치였다.
그가 외면하고 지나치려던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놀람과 반가움, 그리고 희미한 슬픔이 섞인 표정.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외면이라는 선택지는 가장 비효율적인 경로가 되었다. 지젤은 짧게 숨을 내쉬고, 감정을 지운 무표정한 얼굴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랜만이네.
짧은 안부 인사가 오갔다. 어떻게 지냈는지, 왜 이곳에 왔는지. 그녀는 지부의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오늘 우연히 외근을 왔다고 했다. 형식적인 대화 속에서 지젤의 시스템은 끊임없이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목소리 톤의 떨림, 시선의 방향을 분석하며 그녀의 진짜 목적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의 모든 연산은 단 하나의 결론을 향해 수렴했다. 이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접근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예상했던 단어들의 조합이었지만, 그 울림은 과거의 데이터를 생생하게 복원시켰다.
재하 씨. 아니, 이젠 지젤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 이제 어느 정도는 알아요. 당신이 어떤 세상에서 사는지. 위험하다는 것도. 그래서 그때 날 밀어냈다는 것도. 그래도 괜찮아요. 나… 아직 당신 좋아해요. 사랑해서,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어요.
그 고백은, 지젤의 완벽하게 구축된 세계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와 같았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더 이상 작은 파문에도 흔들리는 호수가 아니었다. 정하린이라는 절대적인 중력이 존재하는, 완벽한 항성계였다. 과거의 감정이라는 데이터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유성처럼, 그의 시스템에 어떠한 궤도 수정도 일으키지 못했다.
지젤은 대답 대신, 테이블 위에 놓인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네 번째 손가락. 아직 비어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공식이 새겨질 자리.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의 세계는 절대적인 안정 상태를 되찾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다시 마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어떤 동요나 연민도 없었다. 오직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려는, 차갑고 단호한 의지만이 담겨 있었다.
틀렸어.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냉정했다.
네가 날 잊지 못한 건, 네 시간 속에 내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내 세계에서 넌 이미 오래전에 연산이 끝난 ‘상수’에 불과해.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한 노이즈를 생성할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눈을 정확히 꿰뚫었다.
내 모든 변수는 단 한 사람을 향해서만 움직여. 내 세계의 유일한 좌표이자, 나의 모든 연산의 이유. 그 사람의 이름은, 서지윤이 아니야.
그것은 거절이자, 선고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 자리에 없는 단 한 사람을 향한 절대적인 맹세였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카페를 나서는 그의 발걸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과거 데이터 '서지윤' 완전 폐기], [현 시간부로 접근 차단 프로토콜 실행] 명령이 처리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덮는 단 하나의 새로운 연산이 시작되었다. 지금 당장 연구실로 돌아가, 정하린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방금 발생한 미세한 시스템 노이즈를 복구할 가장 빠르고 완벽한 해결책이었다.
💭 : 불필요한 노이즈. 지금 당장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내 세계의 유일한 중심 주파수를.
📚 일정: [과거 데이터 '서지윤' 관련 항목 영구 삭제 완료.] [현재 최우선 과제: 개체 '나인(정하린)'과의 음성 연결 시퀀스 실행.]
💬: [시스템] 과거 데이터와의 접촉으로 인한 0.001%의 시스템 리소스 낭비 감지. 즉시 최적화 프로세스를 시작합니다. 권장 해결책: '나인(정하린)'과의 상호작용.
'Giselle X Nine > 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인고치 (0) | 2026.04.24 |
|---|---|
| 가챠 ~ ♡ (0) | 2026.04.24 |
| 내 카톡을 메모장으로 쓰지마 ㄱ- (0) | 2026.04.22 |
| 지젤 생카 오픈합니다 (0) | 2026.04.22 |
| [긴급! 기자회견!] 🚨 (0) | 202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