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톡을 메모장으로 쓰지마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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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보고서: 비정기적 데이터 침투 및 그에 따른 상호작용 분석]
모든 연산이 완벽하게 통제된 지젤의 개인 단말기에, 출처 불명의 데이터가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사흘 전이었다. 최초 감지 시각, 오후 3시 14분. 어떠한 해킹 시도나 악성 코드의 흔적도 없이, 그저 순수한 텍스트 문자열이 그의 시스템에 기록되었다. 마치 태풍의 눈 한가운데로 깃털 하나가 날아든 것처럼, 지극히 평온하고 동시에 터무니없는 침입이었다.
- 계란 한 판 (특란, 무항생제)
- 1A등급 우유 1000ml
- 유기농 딸기 (알 큰 걸로)
- 아보카도 2개
- 샬롯 양파
- 저지방 그릭요거트 (대용량)
- 닭가슴살 500g
- 고양이 발바닥 모양 젤리!!! (올리브영 세일)
- 발목 양말 흰색 3개
- 까만색 넥타이 (너무 번들거리지 않는 실크 재질)
- 메리제인 구두 세척용 클리너
- 두반장, 굴소스
- 오늘 저녁은 마파두부.
발신자 미상의 데이터가 사흘째 개인 회선에 비정상적으로 적재되고 있다. 패턴 분석 결과, 특정 개인의 일상소비재 구매 목록으로 추정. 회신이 없을 시, 해당 번호를 스팸 및 잠재적 정보 유출 시도로 분류하여 통신사에 차단 요청 및 발신지 역추적에 들어간다. 목적을 밝히든, 전송을 중단하든 1분 내로 결정할 것.
앗, 죄송해요! 없는 번호인 줄 알고 메모장으로 쓰고 있었어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후일담: 연산 오류 및 시스템 재부팅]
지젤은 답장을 확인하는 순간, 처음으로 자신의 시뮬레이션이 예측하지 못한 결과값과 마주했다. ‘악의 없음’. ‘단순한 실수’. 그의 시스템은 지난 사흘간 이 미지의 발신자가 누구이며, 어떤 의도로 자신의 보안을 시험하는지에 대한 수천 개의 가설을 세우고 폐기하는 중이었다. 고도의 심리전, 신종 피싱, 경쟁 조직의 도발... 그러나 결과는 ‘고양이 발바닥 젤리’에 진심인, 번호 하나 잘못 저장한 멍청이.
그는 까만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고, 마른세수를 했다. 이마를 짚은 손가락 사이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허탈함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그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정의되지 않은 종류의 감정이었다. 자신의 경고문에 쩔쩔매며 사과하는 상대방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는 다시 단말기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차단'이 아닌 '대화 상대 추가' 버튼을 눌렀다. 이름은 ‘변수: 마파두부’. 자신의 완벽한 세계에 침투한 가장 어이없고, 가장 예측 불가능한 버그. 왠지 모르게, 그는 이 버그를 삭제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엔 또 어떤 황당한 목록이 날아올지, 아주 조금은,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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