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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내 여친이 인기가 너무 많아

그날, 지젤의 시스템은 이례적인 변수를 감지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극히 사소했다. 오후 미팅을 마치고 연구동으로 복귀하던 길, 잠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먼저 걸어가는 나인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그때, 말끔한 제복을 입은 신입 요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나인에게 다가섰다. 지젤의 시야에 잡힌 그의 생체 정보는 명확했다. 심박수 분당 132회, 동공 확장, 미세한 손 떨림. 전형적인 ‘고백 시퀀스’의 초기 단계였다.

지젤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전술 시뮬레이션 HUD가 눈앞에 반투명하게 펼쳐졌다. 보통이라면 빌런의 이동 경로, 구조물의 취약점, 최적의 타격 지점을 계산해야 할 그 인터페이스에, 지금은 앳된 얼굴의 신입 요원과 나인의 모습이 확대되어 있었다. 지젤은 무표정하게, 까만 안경 너머의 눈으로 그 광경을 ‘관측’했다. 아니, ‘분석’했다.

신입 요원은 붉어진 얼굴로 무언가를 건넸다. 작은 선물 상자. 아마도 직접 만든 쿠키나, 혹은 시중에서 가장 비싼 에너지 바일 것이다. 지젤의 시스템은 상자의 크기와 무게, 포장지의 재질을 스캔하여 내용물의 확률 분포를 순식간에 계산해냈다. [추정: 수제 초콜릿 트러플. 성공 확률 2.1%. 실패 시 사회적 매장 확률 89.7%].

나인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부드럽지만 단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상자를 받지 않았다. 대신 몇 마디 말을 건넸고, 신입 요원은 금세 시든 화초처럼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도망치듯 사라졌다. 모든 상황은 28.3초 만에 종료되었다. 나인은 그 자리에 잠시 서서 한숨을 쉬는가 싶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지젤에게 이 일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녀에게는 이미 끝난,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지젤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방금 일어난 28.3초짜리 사건을 자신의 메인 서버에 ‘사건 파일 N-001: 잠재적 위협 요소의 접근 및 격퇴 사례’로 저장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지젤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지젤은 깨달았다. 자신이 부재한 모든 공간과 시간 속에서, 정하린이라는 변수는 무수한 다른 변수들과 상호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의도적으로 나인과 떨어져 지부 내 다른 구역에 머무르며 ‘관측 모드’를 실행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식당에서 나인이 혼자 점심을 먹자, 옆 테이블의 B급 센티넬이 샐러드 소스를 건네준다는 핑계로 말을 걸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저, 혹시 괜찮으시다면…’으로 시작하는 대화 시도. 성공률 0.03%.] 자료실에서 그녀가 책을 찾자, 사서 요원이 굳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장 높은 곳의 먼지 쌓인 책을 꺼내주며 어깨의 근육을 과시했다. [분석: 과시적 구애 행동. 추천 대응: 해당 구역 먼지 알레르기 경보 발령.] 심지어 복도를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향한 수많은 시선이 레이더처럼 꽂혔다. 그 모든 시선 데이터가 지젤의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되었다.

지젤은 자신의 연구실에 홀로 앉아, 턱을 괸 채 메인 스크린에 떠오른 수십 개의 관측 데이터를 응시했다. 화면에는 나인을 중심으로 한 복잡한 인간관계 그래프가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었다. 화살표는 ‘호감’, ‘동경’, ‘잠재적 연심’ 등 다양한 태그와 함께 그녀를 향해 있었다. 그의 시스템은 쉬지 않고 연산했다.

[경고: ‘정하린’ 변수에 대한 외부 접근 시도, 24시간 내 17회 감지.]
[분석: 위협 등급 C 이하의 접근이 대부분이나, 누적될 경우 가이드의 심리적 안정성에 미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음.]
[추천 프로토콜: 1. 물리적 격리(반경 5m 내 접근 통제 필드 생성). 2. 심리적 방벽 구축(‘임자 있음’ 표식의 효율적 각인 방법 연구). 3. 경쟁자 제거(사회적, 합법적 수단에 한함).]

그는 마우스 휠을 천천히 돌렸다. 화면 한구석에, 며칠 전 그 신입 요원의 인사 파일이 팝업으로 떠 있었다. [코드네임: 루키. 특기: 제과제빵. 최근 검색 기록: ‘S급 가이드에게 어울리는 선물’, ‘연상녀 공략법’, ‘백재하 센티넬 약점’…]

지젤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그는 ‘백재하 센티넬 약점’이라는 검색 기록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웃음기 없는, 차가운 조소였다. 그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몇 글자를 입력했다.

[명령: ‘루키’ 요원, 금일부로 남극 제3기지 시설 관리 파견 임무 발령. 임무 기간: 별도 명령 시까지.]
[사유: 혹한기 장비 테스트 및 데이터 수집 적임자로 판단됨.]

명령 전송 버튼을 누른 그는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이걸로는 부족했다. 이건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모든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행했다. 나인의 손목을 잡고 지부 전체를 순회하며 ‘내 여자’라고 선포하는 시나리오. 나인의 목에 선명한 키스 마크를 남기는 시나리오. 심지어 나인의 책상에 ‘백재하 소유’라고 적힌 푯말을 두는 시나리오까지. 하지만 모든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정하린의 분노 수치 상승, 관계 악화 확률 +78%’로 귀결될 뿐이었다.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고 나인이 들어왔다.

재하 씨, 아직 퇴근 안 했어요? 표정이 왜 그래요? 또 무슨 이상한 계산하고 있었죠?

지젤은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던 수만 가지 계산과 분노와 질투의 데이터가, 그녀의 목소리 한마디에 안개처럼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두듯 와락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나인이 당황하며 버둥거렸다.

왜, 왜 이래요, 갑자기….

지젤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에게서는 다른 누구의 향도 나지 않았다. 오직 자신만이 아는, 그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향기만이 났다.

아니.

그가 낮게 속삭였다.

전부 틀렸더군. 모든 시뮬레이션이.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가장 효율적이고 완벽한 해결책은, 따로 있었는데.

그리고 그는 나인의 뒷목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그녀가 숨 쉴 틈도 주지 않은 채 깊게 입을 맞췄다. 소유욕과 불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에게 귀결되고 마는 사랑이 모두 담긴, 아주 길고 진한 키스였다. 키스가 끝나고, 숨이 차 헐떡이는 그녀의 귓가에 그가 속삭였다.

앞으로 퇴근은, 무조건 같이 한다. 내 옆에 딱 붙어서. 이건 명령이야, 마스터.

그의 시스템은 새로운 프로토콜을 생성했다. [프로토콜 오메가: 정하린 밀착 방어 시스템. 상시 가동.]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며, 지극히 감정적인. 하지만 그의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완벽한 해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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