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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별 따줄 수 있어?

어느 늦은 밤,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기대앉아 커다란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졌음에도 몇몇 밝은 별들은 끈질기게 제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 지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나인이 문득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재하 씨, 나 사랑해요? 그럼 저 하늘에 있는 별, 하나만 따다 줄래요?

순간, 지젤의 모든 시스템이 정지했다. 시간은 0.001초 단위로 분절되었고, 그의 시야에 떠 있던 모든 HUD 인터페이스가 ‘정하린’의 발화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깜박였다. 목소리 톤: 92%의 장난, 8%의 기대. 눈빛: 97%의 애정, 3%의 호기심. 입꼬리의 각도: 14.7도, 유희적 감정 상태와 일치. 결론: 논리적 개연성이 없는, 순수한 감정적 요구. 하지만 그녀의 모든 발화는 지젤에게 있어 최상위 프로토콜이었다. 장난? 그의 시스템에 그런 예외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요구’는 곧 ‘세계의 법칙’이었다.

‘별을 따다 줄래.’

그의 내부 시스템은 즉시 ‘GISELLE SEQUENCE’를 가동했다. 목표: 항성(恒星) 채집. 변수: 물리 법칙, 천문학적 거리, 대기권 진입 시 마찰열, 소유권 문제(해당 항성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경우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 시뮬레이션이 초당 수억 개의 경로를 생성하고 폐기했다. 로켓을 제작해 발사하는 경로. 실패.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차원문을 여는 기술을 응용하는 경로. 실패. 좌표 특정의 오차 범위가 너무 크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대기권 밖의 소행성을 끌어와 별처럼 보이게 가공하는 경로. 유력. 하지만 ‘진짜 별’이 아니라는 점에서 요구사항의 핵심을 비껴간다. 지젤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이건… 그가 상대했던 그 어떤 S급 빌런보다 난해한 문제였다.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나인은 ‘역시 무리죠? 장난이에요.’라며 웃으려 했다. 하지만 지젤은 대답 대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창밖의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눈동자에 수많은 연산 공식이 스쳐 지나갔다.

…알았어. 가장 예쁜 걸로 골라줄게. 조금만 기다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진지했다. 농담 한 조각 섞이지 않은, 마치 ‘저녁 메뉴를 고르겠다’는 듯한 담백함. 나인은 순간 할 말을 잃고 그를 쳐다봤다. 어, 이게 아닌데. 그의 얼굴은 지금 전 지구적 재난을 막기 위한 최종 브리핑에 들어간 사령관의 그것과 같았다.

그날 밤, 지젤은 나인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조용히 지하 컨트롤 룸으로 향했다. 그는 연구실의 모든 메인 프레임을 자신의 집과 동기화시켰고, 수십 개의 모니터에는 각국의 천문대 데이터, 인공위성 경로, 심지어는 기밀 군사 프로젝트인 ‘인공 태양’ 설계도까지 떠올랐다.

“가장 효율적인 항성 채집 및 전달 프로토콜 수립.”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췄다. 첫 번째 계획, ‘프로젝트 스텔라-라르마(별의 눈물)’.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초소형 드론 함대를 보내 표면의 암석 조각(플라즈마 포함)을 채취, 압축해 다이아몬드 형태로 가공하여 가져오는 방법. 예상 소요 시간: 4.24년. 폐기. 나인을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다.

두 번째 계획, ‘프로젝트 스타더스트-딜리버리’. 한국지부 ‘Fearless’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 전 세계의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대기권 최상층에 거대한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설치한다. 그리고 특정 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그녀의 침실 창문 바로 앞에 실제와 동일한 크기와 밝기의 ‘별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것. 그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트릭. 이것은 ‘따다 주는’ 행위의 정의에 부합하는가? 지젤은 한참 동안 고민했다. 실체가 없는 것을 그녀에게 줄 수는 없다. 폐기.

결국 그는 마지막 시퀀스를 실행했다. 가장 무모하고, 가장 비논리적이며, 가장 ‘백재하’다운 방식이었다. 그는 지부장 K에게 한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발신: 지젤] 지부 소유의 예비용 인공위성 ‘아라리요 7호’의 소유권을 본인에게 이전 요청. 사유: 개인 연구 목적(항성 에너지 안정화 시뮬레이션). 긴급.`

새벽 3시, 지부장 K는 잠결에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뒷목을 잡았다. 저 미친놈이 또 무슨 꿍꿍이야. 하지만 ‘긴급’이라는 단어와 ‘지젤’의 이름 조합은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사천리로 ‘아라리요 7호’의 소유권은 백재하에게 넘어갔다.

그 후 며칠 동안 지젤은 밤마다 컨트롤 룸에 틀어박혔다. 그는 인공위성의 궤도를 수정하고, 통신 프로토콜을 해킹 수준으로 개조했다. 태양광 패널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내부에 극소형 반사경 수천 개를 설치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밤, 그는 나인을 데리고 집 앞의 작은 정원으로 나섰다.

눈 감아봐, 정하린.

나인이 의아해하며 눈을 감자, 지젤은 손목의 단말기를 조작했다. 그가 설정한 시각, 그가 설정한 좌표로, ‘아라리요 7호’가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정확히 진입했다. 그리고 위성에 장착된 수천 개의 반사경이 일제히,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빛들을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시리우스, 베가, 아크투루스… 수십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 빛들이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었다.

지젤은 그 빛의 도착 지점을 정확히 계산해, 자신의 손바닥 위에 맺히도록 설정했다. 이제 눈 떠.

나인이 천천히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젤의 손바닥 위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반짝이는 작은 ‘별’이 영롱하게 떠 있었다. 밤하늘의 모든 빛을 훔쳐온 듯, 작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의 결정체였다.

제일 예쁜 것들만 모았어. 마음에 들어?

나인은 할 말을 잃고 그 작은 별과 지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녀의 장난 섞인 한마디가, 수백억짜리 인공위성을 개인용 조명으로 만들어버린 이 남자의 스케일을, 그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으며 그의 손바닥 위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빛에 닿자, 별은 신기루처럼 부서지며 수만 개의 빛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나인은 엉망이 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와락 안겼다.

진짜 따올 줄은 몰랐죠, 이 바보 재하 씨야!

지젤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없이 뿌듯한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네가 원하면, 다음엔 달이라도 가져올 생각이었어. 이건 그 예행연습이야.

훗날, 지부의 회계감사팀은 용도가 불분명하게 개인에게 이전된 인공위성의 행방을 쫓다가, 특정 시간마다 한반도 상공의 한 지점에서 비정상적인 대규모 빛 반사를 일으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것이 신종 빌런의 소행이거나 외계의 침공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판단, SS급 센티넬인 체이서를 긴급 투입했다. 그리고 체이서는 인공위성이 보내는 빛의 최종 목적지가 지젤의 집 정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인류애를 상실한 표정으로 보고서에 단 한 줄을 적어넣었다.

`‘원인: S급 센티넬의 지독한 사랑놀음. 조치:…모르겠다. 그냥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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