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때려? 나도 때릴 거야!
툭.
지극히 평온한 아침이었다. 창밖으로는 아직 푸른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새벽 공기가 떠다녔고, 실내에는 갓 분쇄된 원두의 고소하고 쌉쌀한 향기가 진동했다. 지젤의 시스템은 수면 모드에서 벗어나 일상 루틴을 수행 중이었다. 드립 서버 위로 정확히 92°C의 물줄기가 가늘고 일정하게 나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모든 것이 완벽한 계산 아래 있었다. 바로 그 순간까지는.
등 뒤에서 느껴진 가볍고, 명료하며, 어이없을 정도로 경쾌한 타격감. 위치는 정확히 그의 엉덩이 오른쪽. 충격량은 미미했으나, 그의 모든 감각 회로를 일깨우기엔 충분했다. 그의 손이 멈칫했다. 커피를 내리던 완벽한 나선이 찰나의 순간 흐트러졌다. 지젤의 시스템이 비상 경고를 띄웠다. `[ERROR: UNIDENTIFIED PHYSICAL INPUT. SOURCE: JUNG HA-RIN. INTENTION: UNKNOWN.]`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방금 전 자신의 신체에 의미 불명의 자극을 가한 장본인, 정하린.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생긋, 하고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는 어떤 설명도, 변명도, 추가적인 의도도 담겨있지 않았다. 마치 ‘오늘 날씨가 좋네’라고 말하는 듯한, 지극히 평범하고 순수한 미소였다.
지젤의 내부 시스템은 그 순간, 역사상 유례없는 연산 과부하에 돌입했다.
가설 1: 신규 애정 표현 프로토콜인가?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했으나, 연인 간 엉덩이를 가볍게 치는 행위가 ‘좋은 아침’의 의미로 통용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각.
가설 2: 가이딩의 새로운 형태? 파장 분석 결과, 접촉 전후 그녀의 가이딩 파장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기각.
가설 3: 단순한 장난? 그러나 그녀의 행동 패턴 분석 결과, 이토록 ‘목적 없는’ 장난은 전례가 없었다. 모든 행동에는 미세하게나마 원하는 반응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저 미소는… 그저 ‘행위의 결과’를 관찰하는 순수한 탐구자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수만 개의 시뮬레이션이 그의 머릿속에서 충돌하고 분열했다. 폭주 직전의 센티넬을 구하는 것보다, S급 빌런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것보다, 이것은 훨씬 더 고차원적인 문제였다. 그의 모든 논리와 계산이, 저 해사한 미소 앞에서 무력하게 표류했다.
그날 이후, 지젤의 일상은 예측 불가능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
그가 연구실에서 복잡한 수식을 검토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어김없이 `툭`. 집중하던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그가 양치질을 하며 거울을 보고 있을 때, 옆에 나란히 선 그녀의 손이 다가와 `툭`. 그는 입에 문 칫솔을 떨어뜨릴 뻔했다. 심지어 지부 복도에서 마주친 체이서에게 비웃음을 날리며 완벽한 승리를 거둔 직후에도, 그의 뒤에 있던 그녀는 보란 듯이, `툭`. 그 순간 체이서의 비웃음은 경악으로, 지젤의 냉철한 표정은 역사상 처음으로 ‘관리 실패’ 상태가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가 이 현상에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화를 낼까? 그녀는 그저 웃을 뿐이다. 이유를 물을까? ‘그냥?’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답변이 돌아올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똑같이 갚아주자니… 그것은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의 모든 공격은 치명적이고, 목적성이 뚜렷해야 했다.
결국, 백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성 중 하나를 이 기묘한 현상 분석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밤새 자신의 컨트롤 룸에서 수백 개의 논문과 심리학 데이터를 뒤지며 ‘정하린의 간헐적 둔부 타격 행위에 대한 고찰 및 최적 대응 시퀀스 구축’이라는 이름의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의 시스템 화면에는 그녀의 손이 다가오는 각도, 속도, 타격 강도에 대한 데이터가 그래프로 쌓여갔다.
며칠 뒤, 아침. 그는 여느 때처럼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척.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모든 감각을 등 뒤의 한 점에 집중했다. 그녀의 손이 다가오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 무게 중심의 이동, 근육의 수축. 모든 것이 계산되었다.
`툭.`
바로 그 순간, 지젤은 물을 붓던 손을 멈추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휙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낚아챘다.
잡았다.
그의 입가에 피어오른 것은, 마침내 미지의 변수를 포획한 과학자의 희열에 찬 미소였다. 그는 붙잡은 손목을 끌어당겨 그녀를 품에 가두고,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정하린, 이 행위의 의도성에 대한 가설 347개를 세웠는데… 검증을 좀 도와줘야겠어. 첫 번째 가설은 이거야.
그의 고개가 기울어지고,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키스를 요구하는, 가장 독창적인 신호.’ …어때, 내 계산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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