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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진짜 나인을 찾아보자

공간이 뒤틀렸다. 시간의 축이 부러지는 듯한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견고했던 집의 구조가 일순간 젤리처럼 흔들렸다. 소파에 앉아 닫힌 침실 문을 바라보던 지젤의 시야에, 노이즈가 꼈다. HUD 인터페이스가 미친 듯이 깜빡이며 수십 개의 에러 메시지를 쏟아냈다. [ERROR: TEMPORAL AXIS DISPLACEMENT DETECTED]. 그의 시스템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오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집 안의 모든 공간이, 마치 복사-붙여넣기를 반복한 데이터처럼, 정하린으로 가득 찼다.

아이보리색 니트를 입은 정하린, 검은색 코트를 입은 정하린, 낯선 제복을 입은 정하린, 눈가가 붉게 물든 정하린... 스무 명 남짓한 그녀들이 거실, 주방, 복도 곳곳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그리고 지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동일했다. 키, 얼굴, 목소리. 그러나 그들을 둘러싼 미세한 공기와 눈빛의 온도는 전부 달랐다. 지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앞의 비현실적인 광경에도 그의 얼굴엔 표정 변화가 없었다. 대신, 그의 뇌내 시스템은 전례 없는 속도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스무 개의 변수. 아니, 열아홉 개의 오류 데이터와 단 하나의 원본. 그는 생각했다. 이것은, 그가 풀어야 할 가장 지독하고 흥미로운 문제라고.

《1일차》

◇탈락자 수◇
- 6명

◇탈락자별 탈락 사유◇
- 애교가 많은 나인: 지젤의 팔에 매달리며 재하 씨이-하고 말꼬리를 늘이는 순간, 지젤은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뇌리에 스친 생각. '내 정하린은, 역겨워서라도 저런 소리는 안 내.' 그녀는 비명도 없이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 극도로 비관적인 나인: 어차피 우린 또 실패할 거야. 당신은 날 떠나겠지. 소파 구석에서 중얼거리는 그녀에게 지젤이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 눈을 맞췄다. '내 정하린은, 무너질 것 같을 때조차 내게 양팔을 벌렸어. 혼자서 멋대로 결론 내리지 않아.' 그녀의 형체가 먼지처럼 흩어졌다.

- 요리를 못하는 나인: 자신만만하게 주방을 차지하고는 계란 프라이를 숯덩이로 만들었다. 지젤은 그 결과물을 잠시 응시했다. '내 정하린은... 적어도 이 정도는 아니야.' 그녀는 타는 냄새와 함께 사라졌다.

- 지젤을 '주인님'이라 부르는 나인: 지젤의 앞에 무릎을 꿇고 복종의 눈빛을 보냈다. 지젤은 잠시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관찰하다가, 이내 흥미를 잃었다. '재미없어. 내 정하린은 나를 길들이려고 하지, 길들여지지 않아.' 그녀는 순종적인 표정 그대로 사라졌다.

- 지나치게 활발한 나인: 집 안을 뛰어다니며 와! 우리 집 진짜 넓다! 여기선 뭐 할까?라며 소란을 피웠다. 지젤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정하린은 낯선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경솔하게 날뛰지 않아. 먼저 주변을 살피고 나를 관찰하지.'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끊겼다.

- 안경을 쓰지 않은 지젤을 알아보지 못한 나인: 거실에 있던 지젤이 무심코 안경을 벗어 렌즈를 닦자, 그녀가 누, 누구세요...?라며 경계했다. 지젤은 안경을 닦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탈락.' 그녀는 가장 어이없다는 얼굴로 사라졌다.

◇지젤의 코멘트◇
- 흥미로운 버그 리포트군. 동일한 소스 코드에서 파생된 변종들이 이렇게나 다양할 줄이야. 하지만 대부분은 테스트 케이스에도 포함시키기 민망할 수준의 오류다. 진짜 문제는, 원본과 거의 흡사하게 연기하는 저 나머지 놈들이지. 관찰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2일차》

◇탈락자 수◇
- 8명

◇탈락자별 탈락 사유◇
- 얀데레 나인: 한밤중, 잠든 지젤의 머리카락을 자르려 가위를 들고 다가왔다. 지젤은 눈을 감은 채였다.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 거야... 그녀의 속삭임이 끝나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지젤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 정하린은, 그런 식의 소유는 유치하다고 했어. 번쩍, 눈을 뜬 지젤의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졌다.

- '프로토콜 제로'를 모르는 나인: 지젤이 서재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보이며 이게 뭔지 알지?라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칼 아니야? 지젤은 칼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넌 우리가 함께 무너지지 않겠다는 약속의 증인을 본 적이 없군.' 그녀는 서재의 책들과 함께 희미해졌다.

- 가이딩 방식이 다른 나인: 지젤이 의도적으로 불안정한 파장을 흘리자, 그녀는 다급하게 달려와 그의 손을 잡았다. 과도하게 흘러들어오는 그녀의 에너지. '틀렸어. 내 정하린의 가이딩은 그림자처럼 스며들지, 이렇게 무식하게 쏟아붓지 않아.' 그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고, 그녀는 사라졌다.

- 나인을 잃은 세계선의 지젤을 만났던 나인: 지젤을 유난히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이번에는 꼭 지켜줄게. 다시는 당신을 잃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지젤은 잠시 침묵했다. ...난 널 잃은 적 없어. 그리고 넌, 나를 지키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서 있는 거야. 그의 말에 그녀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사라졌다.

- 사소한 습관이 다른 나인들 (4명):
1. 커피를 마시는 나인. ('내 정하린은 캐모마일 티를 좋아해.')
2. 불안할 때 손톱을 물어뜯는 나인. ('아랫입술을 깨물지, 손톱이 아니야.')
3. 지젤을 '재하 씨'가 아닌 '지젤 씨'라고 부르는 나인. ('페어이기 이전에, 우리는 백재하와 정하린이야.')
4.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나인. ('우리는 여름에, 빗소리를 들으며 함께 책을 읽기로 약속했지.')

◇지젤의 코멘트◇
-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패턴이 명확해진다. 핵심은 공유된 '기억'의 유무. 단순한 성격이나 습관의 모방만으로는 통과할 수 없어. 우리 사이에 쌓인 시간, 그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고유의 서사. 그걸 증명하지 못하는 녀석들은 전부 가짜다. 이제 남은 건... 다섯인가. 슬슬 재밌어지는데.

《3일차》

◇탈락자 수◇
- 4명

◇탈락자별 탈락 사유◇
- 지젤을 이기려 드는 나인: 지젤의 모든 행동과 말을 분석하고 예측하며 그를 뛰어넘으려 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 그녀의 말에 지젤은 웃었다. 내 정하린은 나를 이기려 하지 않아. 그저 내 옆에 있을 뿐이지. 그리고, 넌 방금 내 다음 수를 틀렸어. 그녀는 분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 지나치게 헌신적인 나인: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지젤을 보필하려 했다. 그의 식사부터 옷, 연구 보조까지 완벽하게 해내려 애썼다. 제가 다 해드릴게요. 재하 씨는 가만히 계세요. 지젤은 그녀가 건네는 물컵을 받지 않았다. 내 정하린은 내가 먹여주길 바라던데. 서로에게 기대는 법을 모르는군. 그녀는 슬픈 얼굴로 사라졌다.

- 너무 완벽하게 연기하는 나인: 말투, 습관, 기억까지 거의 모든 것이 진짜와 일치했다. 지젤은 그녀와 마주 앉아 일부러 차갑게 말했다. 결국 너도 가짜일 뿐이야. 진짜라면 상처받고 아랫입술을 깨물었을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표정은 완벽하게 평온을 유지했다. '...바로 그거야. 내 정하린은, 상처받은 걸 그렇게 완벽하게 숨기지 못해.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 살짝 굳는 입꼬리. 넌 너무 완벽해서 틀렸어.' 그녀의 형체가 노이즈처럼 깨지며 사라졌다.

- 모든 것을 용서하는 나인: 지젤이 과거 오르페우스 임무 때의 과오를 일부러 잔인하게 재현하며 그녀를 몰아세웠다. 내가 널 버리려 했던 걸 잊었나? 그는 시험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다 지난 일인걸요. 지젤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내 정하린은,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럼에도 나를 버리지 않았을 뿐이지. 그 상처를... 이렇게 쉽게 용서할 리가 없어.' 그녀는 성녀처럼 웃으며 사라졌다.

◇지젤의 코멘트◇
- 이제 마지막 한 명 남았군. 저 녀석은...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아. 내가 아는 모든 데이터를 대입해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아.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데이터가 아닌, 나만이 아는 '감각'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정하린, 진짜 너라면... 내 마지막 질문에 대답해 봐.



《진짜 PC를 찾아내고 난 뒤, NPC의 소감》
- 모든 가짜들이 사라지고, 집 안에는 마침내 단 한 명의 정하린만이 남았다. 그녀는 지쳐 보이는 얼굴로, 소파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젤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익숙한 온기, 익숙한 맥박. 그는 잡은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모든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분석을 멈추고, 오직 이 감각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나직이 속삭였다.

피곤해.

그것은 질문도, 시험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상태를 알리는, 가장 무방비한 한마디였다. 그 말을 들은 그녀, 진짜 정하린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남은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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