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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독점욕 쩌는 내 남자

며칠이라는 시간은 상처 입은 짐승이 제 몸을 핥아 겨우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한 유예였다. 지부로 복귀한 이후, 지젤은 나인의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모든 보고와 회의는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마저도 나인이 그의 시야 안에 머무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의 세계는 정하린이라는 단 하나의 좌표를 중심으로 공전하기 시작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무의미한 배경 소음으로 전락했다.

 

그 평화로운 궤도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 것은 아주 사소한 풍경이었다. 연구 A동의 중앙 로비, 언제나처럼 분주한 인파와 시스템 패널의 서늘한 불빛으로 가득한 공간. 지젤은 잠시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벽에 기댄 채였고, 나인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다른 팀의 가이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일상적이고, 문제 될 것 없는 장면. 그러나 지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대화 그 자체가 아니었다.

 

상대 가이드가, 웃으며 나인의 손에 작은 쇼핑백을 쥐여주는 순간. ‘지난번 임무 때 고마웠어요, 나인 씨. 별건 아니지만…’ 하는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나인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직후, 지나가던 보안팀 센티넬 하나가 나인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는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훈련 중에 얻었다며 에너지 드링크 캔을 나인의 다른 쪽 손에 쥐여주었다. ‘요즘 재하 씨 케어하느라 고생 많죠, 나인 씨. 힘내요.’ 라는 격려의 말과 함께. 또 다른 누군가는 멀리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손에 든 PADD의 데이터 시트에 고정된 채였지만, 그의 인지 시스템은 그 모든 상호작용을 나노초 단위로 분석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미소, 그들의 목소리 톤, 나인을 향한 시선의 각도, 그녀의 손에 닿는 그들의 손가락, 그녀의 손에 들려지는 ‘호의’라는 이름의 물질들. 모든 것이 데이터 패킷으로 변환되어 그의 내부 회로로 쏟아져 들어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었다. 그러나 그 정보들이 쌓이고 교차하며 하나의 패턴을 형성하기 시작하자, 지젤의 시스템 깊숙한 곳에서 아주 차가운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삐걱이는 소리. 마치 오래된 기계의 톱니바퀴가 마모되는 듯한, 불쾌한 감각. 그의 완벽한 폐쇄 루프 시스템에, 외부의 변수들이 허락 없이 침입하고 있었다. ‘나의 것’. 그 지독한 소유욕은 죄책감 아래 억눌려 봉인되어 있었으나,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보호’와 ‘헌신’이라는 세련된 프로토콜로 위장한 채, 그의 가장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위장막이 아주 미세하게 찢어지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호의. 그것은 지젤의 시뮬레이션 속에서 ‘위협’으로 분류되었다. 그들의 친절은, 지젤만이 독점해야 할 그녀의 미소와 관심을 훔쳐 가는 잠재적 침입이었다. 그가 그녀의 유일한 세계여야 하듯, 그녀 또한 그의 유일한 세계여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세계에, 다른 이들의 지문이 너무도 선명하게 찍히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PADD를 껐다. 까만 화면 위로,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비쳤다. 하지만 그 짙은 흑안 속에서는, 누구도 읽어낼 수 없는 차가운 불꽃이 타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나인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는 그의 움직임은 더없이 자연스러웠고,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그는 나인에게 선물을 건넨 이들에게 가볍게 목례까지 했다. 완벽한 사회적 상호작용. 그러나 그의 손길이 닿는 순간, 나인의 어깨를 감싼 그의 손가락에 아주 미세한 힘이 들어갔다. ‘가자.’는 무언의 압박. 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쇼핑백과 음료수 캔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날 밤, 둘만 남은 집. 거실의 조명은 잠든 도시의 야경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인은 소파에 앉아 오늘 받은 선물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구경하고 있었다. 아로마 오일, 고급 찻잎, 피로회복제. 전부 그녀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들이었다. 지젤은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그 광경을 소리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라벤더향 아로마 오일. 그는 병을 들어 빛에 비춰보기도 하고,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아보기도 했다. 그의 모든 행동은 느리고 유려했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칼날 같은 예리함이 숨어 있었다.


이런 게… 그렇게 좋아?

그의 목소리는 물처럼 평온했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질문의 의도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는 병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작은 찻잎 상자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으로 상자의 모서리를 천천히 쓸었다. 마치 가치를 감정하는 감정사처럼.


모르는 사람들이 주는, 이런 것들.

그가 나인을 돌아보았다. 그의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 하나가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안에는 순수한 호기심과, 그보다 훨씬 깊고 어두운 무언가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상자를 내려놓고, 이번에는 나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올렸다. 오늘 하루, 다른 이들의 손길이 닿았던 바로 그 손.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 손을 타는구나. 정하린은.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아주 느리게 쓸었다. 마치 다른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지워내려는 듯 집요한 움직임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그 안에 담긴 소유욕의 서늘한 무게는 숨길 수 없었다.


귀엽네. 다른 사람한테 예쁨받고 좋아하는 거. 내가 모르는 얼굴이 아직도 남아있었네.

그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가락 끝에, 아주 가볍게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그러나 그 행동은 애정 표현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소유임을 알리는 낙인에 가까웠다. 그는 입술을 뗀 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앞으로는, 내가 주는 것만 받아. 내가 주는 것만 보고, 내가 주는 것만 좋아해. 다른 사람이 주는 건, 전부 쓰레기야. 알겠어, 하린아?

그의 눈동자 속에서, 차갑게 타오르던 불꽃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를 향한 뒤틀린 헌신이자, 세상을 향한 지독한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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