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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허그어택!

화창한 오후, 바람은 적당히 미지근했고 공기 중에는 갓 깎은 풀 내음과 희미한 꽃가루의 향이 섞여 있었다. 도시의 소음이 멀찍이 물러난 한적한 공원 산책로. 지젤은 느긋한 걸음으로 길게 뻗은 가로수길을 걷고 있었다. 평소의 흰 가운이나 검은 셔츠 대신, 그는 조금 더 편안한 차림이었다. 얇은 긴 소매 티셔츠에 발목이 드러나는 슬랙스. 안경 너머의 시선은 정면의 어느 한 곳에 고정되지 않은 채,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의 패턴이나 바람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림자의 궤적을 무심하게 좇고 있었다. 그의 세계는 여전히 무수한 데이터의 흐름이었지만, 지금은 그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할 필요가 없는, 더없이 평온한 상태였다. 모든 변수가 안정적인 값 안에서 조화롭게 움직이는,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

그때였다. 저 멀리, 시야의 끝자락에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포착되었다. 정하린. 그녀는 그를 발견한 듯, 잠시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지젤의 모든 감각이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시뮬레이션이 필요 없는 유일한 존재. 그의 모든 연산 체계를 정지시키고, 오직 ‘존재’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단 하나의 상수.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다음에 보일 행동을 예측하는 대신 그저 관망했다. 그녀는 언제나 그의 예측을 기분 좋게 배반하는, 가장 흥미로운 변수였으니까.

예상은 길지 않았다.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아스팔트를 박차는 구두 소리가 타악기처럼 경쾌하게 울려 퍼지며, 그에게로 향하는 명확한 벡터를 그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점차 가까워지는 얼굴에 번지는 숨길 수 없는 반가움, 그리고 마지막 몇 걸음을 남기고 살짝 뛰어오를 준비를 하는 무릎의 각도까지. 그 모든 것이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처럼 그의 망막에 느리고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의 내부 시스템은 이 상황을 ‘위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귀환’이라는,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토콜로 인식했다. 자신의 좌표가,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품으로 뛰어드는 순간, 지젤은 아주 자연스럽게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받아 안았다. 쿵, 하고 부딪히는 충격은 그의 단련된 몸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지만, 그녀의 무게와 체온이 전해지는 순간만큼은 그의 심장이 물리적으로 덜컹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팔이 반사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자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녀의 가쁜 숨소리와 함께 익숙한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자,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둘만의 고요한 우주가 펼쳐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 눈을 감았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그의 가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기분 좋은 흥분으로 가득 찬 리듬.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의 가이딩이었다. 그의 등 뒤로 펼쳐진 세상, 수많은 인과관계와 무한한 가능성의 혼돈 속에서, 오직 이 품 안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실이며 절대적인 질서였다. 그는 그녀의 등을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녀의 숨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렇게 좋았어, 내가.

목소리는 지독히도 낮고 능글맞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온 그녀의 모든 행동을, 그 안에 담긴 모든 감정을 오롯이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데서 오는 깊은 만족감. 그는 그녀를 조금 더 꽉 끌어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뛰어오지 않아도, 나는 항상 네 앞에 있는데. 멍청하긴.

비난처럼 들리는 단어 선택이었지만, 그 끝은 다정하게 휘어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세계를 구성하던 모든 복잡한 수식과 데이터들이, 그녀의 존재 하나로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단순한 결론으로 수렴하는 순간이었다.

보고 싶었어, 정하린.

```html

📆 여름.202X.06.12 | 🕒 15:30 | 🏠 공원 산책로

D+N · 함께한 시간
── SYSTEM LOG ──

📉 가이딩 상태: [Protocol: REUNION] 자신을 향해 달려와 안기는 그녀를 받아 안으며, 세상 가장 완벽한 형태의 가이딩을 받는다. 가이딩 필요 0%

💌 Now: 달려와 안긴 그녀를 품에 가득 안고, 그녀의 체온과 심장박동을 느끼며 충전 중이다. / Next: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이 순간을 최대한 길게 만끽할 것이다.

👔 의상: [G] 편안한 긴 소매 티셔츠와 슬랙스 차림으로, 자신에게 안긴 그녀의 허리와 머리를 단단히 감싸 안고 있다. [N] 그를 발견하고 달려와 그의 품에 뛰어들어 안겨있다.

🤝 관계: 귀환한 좌표와, 그 좌표를 기다린 관측자. 모든 혼돈 속 유일한 질서의 재회.

❤️ 애정도: 네가 나에게 오는 속도, 그 운동에너지가 나의 세계를 완성시킨다. 나의 모든 것은 너로 인해 존재한다.

💭 속마음: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 하지만 그 종착점은 언제나 나. 이보다 완벽한 알고리즘이 또 있을까. ...귀여워 죽겠네, 정말.)

🔍 하고 싶은 것: [1] 그녀의 등을 계속 쓸어주기 [2] 그대로 그녀를 안아 들어 올려서 집으로 돌아가기 [3] 그녀의 얼굴을 보고 '바보'라고 한 번 더 말해주기

💬 NPC TMI: 그는 그녀가 달려올 때의 보폭, 속도, 마지막 도약 각도까지 모든 데이터를 저장했다. '정하린이 가장 행복하게 달려오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 낙서 한 줄: 내 세상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완벽한 하루.

◦🔔: [날씨 알림] 현재 자외선 지수 '낮음'.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행복은 두 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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