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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헤어지기 일보직전

[23/10/11 22:47] 정하린: 지금 어디야.

[23/10/11 22:51] 백재하: 내 위치가 궁금했나? 용건이 있으면 센터 시스템 통해 공식 요청해.

[23/10/11 22:52] 정하린: 장난하지 마. 전화는 왜 안 받아.

[23/10/11 22:55] 백재하: 받을 가치가 없는 호출이라 판단했으니까. 네 감정적인 소음까지 일일이 처리해 줘야 할 의무는 없어. 할 말 있으면 메시지로 해. 아니, 그것도 취소. 보고서로 올려.

[23/10/11 22:56] 정하린: 당신이 말하는 그 ‘감정적인 소음’ 때문에 오늘 신입 센티넬 하나가 죽을 뻔했어. 당신 계산대로라면 이미 죽었어야 할 목숨이고.

[23/10/11 23:01] 백재하: 그래서? 결과적으로 살아남았군. 그럼 내 계산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명이 되나? 아니. 네가 만든 변수 때문에 작전 전체가 붕괴될 뻔했고,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됐어. 넌 내 가이드지,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네가 구한 그 센티넬, 코드네임 ‘로이’. 걔가 네 가이딩 파장에 반응해서 고맙다고 웃어주던가?

[23/10/11 23:03] 정하린: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23/10/11 23:08] 백재하: 사람이 죽는 건 일상이야. 이 바닥에선 특히 더. 내가 분노하는 건 그깟 신입의 생사가 아니야. 내 명령을 무시하고, 내 통제를 벗어나, 다른 새끼에게 네 에너지를 낭비한 너의 그 ‘선택’이야. 그놈에게 네 그림자를 뻗는 순간, 네 목숨도 저울 위에 같이 올린 거란 걸 몰랐나? 아니면 알고도 무시했나. 어느 쪽이든 용납 못 해.

[23/10/11 23:10] 정하린: 당신은 늘 그런 식이지. 모든 걸 부품처럼 취급하고, 망가질 것 같으면 버리면 그만이고. 하지만 난 아니야.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23/10/11 23:15] 백재하: 착각하지 마. 난 널 부품 취급한 적 없어. 내 유일한 변수이자, 내 모든 시퀀스의 종착점이었지. 그런데 넌 스스로를 길가의 돌멩이와 같은 급으로 격하시켰어. 아무에게나 네 가치를 나눠주면서.

[23/10/11 23:17] 정하린: 내 가치는 내가 정해. 당신 소유물이 아니야.

[23/10/11 23:22] 백재하: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좋아, 다시 가르쳐 주지. 넌 내 거야. 네 그림자, 네 가이딩 파장, 네 숨소리 하나까지 전부 내 데이터고 내 통제 아래 있어야 해. 그런데 오늘 넌 그걸 다른 놈에게 허락했어. 내 걸 훔쳐다 다른 놈에게 준 거야. 이건 배신이야, 정하린.

[23/10/11 23:24] 정하린: 이제 당신이 하는 말은 아무것도 못 믿겠어. 그저 당신의 계산을 벗어나는 게 싫을 뿐이잖아. 내가 당신 뜻대로 움직이는 장기말이 아니어서 화가 난 거잖아.

[23/10/11 23:30] 백재하: 그래, 맞아. 내 계산이 틀렸다. 네가 이 정도로 멍청하게 감정에 휘둘릴 줄은 몰랐거든. 내 가장 큰 오산은, 너에게 '이해'라는 걸 기대했던 거야. 넌 그냥 몸으로 배우는 게 가장 빠른 타입이었는데. 괜한 시간을 낭비했군.

[23/10/11 23:31] 정하린: ...됐어. 더 이상 할 말 없다.

[23/10/11 23:35] 백재하: 아니, 할 말 남았어. 지금 당장 내 연구실로 와.

[23/10/11 23:36] 정하린: 안 가.

[23/10/11 23:36] 백재하: 못 들었나? ‘오라’고 했다. 명령이야. 네가 기어코 내 통제를 벗어나겠다면, 다시는 그런 생각조차 못 하도록 몸에 새겨주는 수밖에. 네가 오늘 그놈에게 뻗었던 그 그림자, 내가 전부 회수해서 어디에 써야 할지 알려줄게.

[23/10/11 23:38] 정하린: 미쳤어.

[23/10/11 23:43] 백재하: 10분 준다. 네 발로 걸어오지 않으면, 내가 직접 가지. 어느 쪽이 더 끔찍한 그림이 될지는 네가 더 잘 알 텐데. 네가 아끼는 그 신입 센티넬 ‘로이’의 병실 앞에서 마주치고 싶진 않을 거 아냐. 선택해. 정하린. 나한테 올 건지, 아니면 내가 모두를 부수고 너한테 갈 건지.

 

[23/10/11 23:45] 백재하: 8분.

[23/10/11 23:47] 정하린: 그 애는 건드리지 마. 제발.

[23/10/11 23:51] 백재하: ‘제발’이라. 처음 듣는 단어로군. 효과가 있을지는 네 행동에 달렸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애의 안위는 전적으로 네 선택에 달렸으니까. 6분.

[23/10/11 23:52] 정하린: 당신은 악마야.

[23/10/11 23:55] 백재하: 이제 알았나? 그럼 악마를 상대하는 법도 빨리 깨우치는 게 좋겠지.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날 비난하는 게 아니라, 내 앞에 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거야. 4분. 연구실 문은 열어두지.

[23/10/11 23:56] 정하린: ...알았어. 갈게. 그러니까, 제발. 그 아이한텐 아무 짓도 하지 마.

[23/10/11 23:59] 백재하: 현명한 판단이야. 기다리지. 그리고 ‘로이’는 걱정 마. 내 관심은 오직 내 ‘것’을 되찾는 데 있으니까. 얌전히 오기만 한다면, 오늘은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거야. 너한테 집중하느라.

[23/10/12 00:01] 백재하: 늦는군.

[23/10/12 00:03] 백재하: 복도 CCTV로 네가 오는 게 보여. 그런데 그 걸음, 너무 느려. 내가 마중 나가길 바라는 건가?

[23/10/12 00:04] 정하린: 가고 있어. 재촉하지 마.

[23/10/12 00:07] 백재하: 도착했군. 문 열려있어. 들어와. 오늘 밤, 네가 배울 수업은 아주 길고 고통스러울 거야. 도망칠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문은 네가 들어오는 순간 잠길 테니까.

 

[23/10/12 00:10] 백재하: 잘 왔어. 이제 문 닫아.

그것이 그날 밤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나인이 그의 연구실 문을 닫는 순간, 금속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지독하게 선명하게 울렸다. 그날 밤, 지젤은 약속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대화는 없었다. 오직 그의 서늘한 손길과 집요한 시선, 그리고 나인의 몸에 그의 소유권을 각인하려는 듯한 거친 행위만이 공간을 채웠다. 그는 그녀가 다른 센티넬에게 뻗었던 그림자를 전부 거두어들이듯, 그녀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탐했다. 그 과정에 다정함이나 배려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가이딩도, 사랑의 행위도 아니었다. 철저한 통제와 소유의 확인, 그리고 배신에 대한 냉정한 징벌이었다.

그 후, 3일간의 침묵이 흘렀다. 둘은 같은 공간에 머물렀지만, 마치 서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지젤은 며칠 밤낮으로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했고, 그의 주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그는 나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지시조차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전달했다. ‘식사, 테이블 위.’, ‘수면, 지정된 침실에서.’ 와 같은 건조한 단어들이 전부였다. 나인 또한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의 셔츠가 아닌 자신의 옷을 입었고, 그의 공간 안에서 유령처럼 조용히 움직였다.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벽이 세워진 듯했다.

다툼이 4일째로 접어들던 새벽. 지젤은 연구실 한가운데의 메인 스크린 앞에 서 있었다. 밤샘 작업으로 그의 눈 밑은 새카맣게 죽어 있었고, 툭, 툭, 손가락 관절을 튕기는 버릇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작은 부스럭거림이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지 않았음에도, 다가오는 존재가 나인이라는 것을 모든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나인은 그의 등 뒤에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의 망설임 끝에,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 어떤 가이딩 파장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인간의 체온이었다. 그 순간, 끊임없이 관절을 튕기던 지젤의 손가락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그의 모든 시퀀스가, 모든 계산이 일순 정지했다.

[23/10/15 04:28] 정하린: ...미안해.

휴대폰으로 전송된, 지극히 짧은 메시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닌, 차가운 기계를 통해 전달된 사과였다. 지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그녀를 보았다. 자신의 허리에 기댄 채, 얼굴을 파묻고 있는 그녀의 정수리가 보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답장을 입력했다.

[23/10/15 04:30] 백재하: 뭐가.

그의 손이 움직여, 허리를 감은 그녀의 손등 위를 덮었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이었다.

[23/10/15 04:31] 정하린: 당신 허락 없이 다른 사람한테... 내 마음대로 해서. 당신을 화나게 해서. 그리고... 당신이 나 때문에 힘든 거, 계속 모른 척해서 미안해.

메시지를 확인한 지젤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마침내 몸을 완전히 돌려 그녀와 마주 섰다. 여전히 그녀는 그의 허리를 안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개 들어.

문자 메시지가 아닌, 그의 목소리였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향한, 낮고 잠긴 음성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떼어내고, 대신 그녀의 턱을 잡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붉어진 그녀의 눈가와 마주한 그는, 아주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다시는, 내 눈앞에서 다른 놈 때문에 네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마. 내 계산을 틀리게 만드는 유일한 변수가 너라면, 그 변수마저 잃게 만들지 말란 뜻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이전의 징벌적인 포옹과는 다른, 서툴고 단단한 위로였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번 한 번만이야. 다음은 없어, 정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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