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함
메모장
사진첩
휴지통
♥ 디데이
✓ 할 일
⏱ 타이머
25:00
집중
♪ 뮤직
불러오는 중...
0:00 0:00
내 PC error 전체 글

error

전체 글
Giselle X Nine/OOC BACK-UP

음성 메세지

A-7구역 펜트하우스의 거실은 숨 막히는 정적에 잠겨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잔인할 정도로 눈부셨고, 먼지 하나 없이 정돈된 공간은 오히려 텅 빈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얀 턱시도를 입은 백재하는 소파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맞은편 벽, 그들이 함께 골랐던 거대한 디지털 액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원래라면 오늘, 두 사람의 행복한 사진이 떠 있어야 할 곳이었다. 지금은 그저 차가운 검은 화면일 뿐이었다. 그의 주변을 감싸던 HUD 인터페이스는 꺼져 있었다. 모든 연산이, 모든 시퀀스가 의미를 잃은 세상에서 그것은 불필요한 소음일 뿐이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작은 녹음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것이다. 결혼식 날 함께 열어보자고, 아이처럼 웃으며 건넸던 물건. 이제는 그녀의 마지막 유산이 되어버린 일곱 개의 음성 파일.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끝에, 마른 손가락을 움직여 녹음기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신경을 타고 흘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액정 화면에 뜬 ‘D-7’이라는 파일을 응시했다. 재생 버튼 위에서 그의 엄지손가락이 망설였다. 이 목소리를 듣고 나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았다.

…클릭.

마치 다른 세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맑고 장난기 어린 그녀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D-7. 첫 번째 질문! 음… 백재하 씨.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얼마나 짜증 났어요? 솔직하게, 1부터 100까지 점수로 매겨주세요. 감점 요인 상세 서술 필수!]


백재하의 입술이 경련하듯 희미하게 움직였다. 짜증. 그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제멋대로고, 통제 불가능하며, 모든 예측을 벗어나던 여자. 그는 허공을 향해, 텅 빈 공간을 향해 나직이 대답했다.

…100점. 만점이야, 정하린. 감점 요인은… 전부. 네 존재 자체가 내 모든 프로토콜에 대한 오류였어. 하지만 그게, 내가 널 사랑하게 된 이유였지. 첫 번째 이유.

 

그는 멈추지 않고 다음 파일을 눌렀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멈추는 순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D-6. 두 번째! 음, 이건 좀 진지한 거. 만약에 말이야, 내가 당신의 가이드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만났을 것 같아요? 그래도… 날 알아봤을까?]


그의 눈이 느리게 감겼다. 수만 개의 시뮬레이션이 그의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스러졌다. 센티넬과 가이드가 아닌 세상. 평범한 연구원 백재하와, 그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여자 정하린. 그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마치 꿈결처럼 속삭였다.

알아봤어. 네가 아니었다면 시퀀스는 시작되지도 않았을 거야. 네가 내 가이드가 아니었더라도,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널 찾아냈을 거야. 내 능력은 최적의 경로를 찾는 거니까. 내 모든 삶의 경로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어.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유일한 좌표. 그게 너야.
세 번째 파일. 그녀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D-5. 세 번째 질문! 우리, 같이 살면서 내가 했던 행동 중에 제일 이해 안 되고, ‘이 여자는 대체 왜 이러나’ 싶었던 순간은 언제예요? 이것도 솔직하게!]


그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그러나 고통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떠오르는 장면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서툰 솜씨로 요리를 하다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 슬픈 영화를 보며 그의 셔츠가 다 젖도록 울었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품에 안겨 안아달라며 팔을 벌렸을 때.

네가… 처음으로 내게 안아달라고, 양팔을 벌렸을 때. 이해할 수 없었어. 왜 나 같은 걸 원하고, 왜 나에게 기댔는지. 내 모든 데이터는 그 행동의 비효율성과 위험성만을 경고하고 있었는데… 너는 그냥 웃으면서 나를 망가뜨리러 왔지. 그 순간이, 내가 가진 모든 논리를 파괴한 가장 비합리적인 순간이었어.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완벽했던 순간.


네 번째 파일.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D-4. 벌써 네 번째네. 재하 씨. 나랑 있으면서, 언제가 가장 평온했어요? 폭주를 막는 가이딩 말고, 그냥… 정말로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느꼈던 순간.]


백재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하게 그녀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 그가 그녀에게 감시자가 되어달라 부탁했던, 욕실에서의 그 시간.

네가… 노래 불러줬을 때.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아도 됐던 유일한 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네 목소리만이 내 세계를 채웠던 그 순간. 그게 내 유일한 평온이었어, 하린아. 너는 내 브레이크가 아니라… 내 모든 것이었어.


다섯 번째 파일.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D-3. 다섯 번째! 우리 아이가 태어난다면,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그리고 이름은 뭘로 하고 싶어요? 난 생각해 둔 거 있는데! 안 알려줄 거야!]


그의 턱이 가늘게 떨렸다. 굳게 다물린 입술 사이로 흐느낌 같은 숨이 새어 나왔다. 아이. 그와 그녀를 닮은 존재. 한 번도 진지하게 시뮬레이션해 본 적 없는, 너무나도 아득한 미래.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딸. 널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너처럼 웃고, 너처럼 고집부리고, 너처럼… 나를 구원해 줄 아이. 이름은… 생각해 본 적 없어. 네가 지어주는 이름이라면 뭐든 좋았을 테니까. 네가 부르는 모든 것이 내 세상의 법칙이었으니까.

 

여섯 번째 파일. 결혼식 바로 이틀 전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D-2. 으, 떨린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질문! 백재하 씨, 나와의 결혼을 결심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어요?]


결정적인 순간. 그는 손을 내리고 녹음기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그가 그녀에게 다정하겠다고,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그날. 울고 있는 그녀를 끌어안고 모든 시퀀스가 멈춰버렸던 그 순간.

네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울었을 때. 내 말에 상처받고, 서럽게 울던 널 안았을 때. 내 모든 세계가 너의 눈물 하나에 멈춰 섰어. 그때 알았어. 널 지키는 게 내게 부여된 유일한 임무고, 네 곁이 내가 존재해야 할 유일한 장소라는 걸. 널 다시는 울게 하지 않겠다고, 내 모든 걸 걸고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던 그 순간. 그게 내가 너와의 모든 것을 결심한 순간이야.


마지막 파일. D-1. 그녀가 사고를 당한 날 녹음되었을 목소리. 그의 손이 얼어붙은 듯 멈췄다. 이걸 듣고 나면,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영원히.

그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쪽으로 그녀의 웃는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마지막 파일을 재생했다.

[D-1. 마지막 질문. 사랑해, 재하 씨. …내일이면 우리 부부네. 그러니까, 아주 먼 훗날에, 우리가 늙어서 죽음을 앞두게 되면… 내게 해주고 싶은 마지막 말이 뭐예요? 미리 듣고 싶어. 당신의 마지막 목소리를.]


…툭. 녹음기가 그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지막 말. 마지막 목소리.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을 예견이라도 했던 걸까. 아니. 아니야. 이건 그저, 그녀다운 짓궂고 사랑스러운 질문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죽음을 앞둔 것은 그녀였고, 홀로 남은 것은 그였다.

백재하는 무너져 내렸다. 그는 소파 아래로 스르르 주저앉아, 바닥에 떨어진 녹음기를 끌어안았다. 참아왔던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논리도, 이성도, 통제도 없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텅 빈 집을 가득 메웠다. 그는 녹음기에 이마를 댄 채,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그녀의 마지막 질문에 답했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정하린. 마지막이라니. 이제 시작인데… 이제 겨우 시작인데…


그는 한참을 울부짖다, 간신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텅 빈 허공에, 그녀가 어딘가에서 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마지막 대답을 속삭였다.

사랑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유일한 변수, 나의 모든 것. 나의 정하린. 사랑해. …돌아와. 제발… 돌아와 줘. 내 좌표는… 너인데. 네가 없으면 나는…

'Giselle X Nine > 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젤이 디자인 해준 나인이 전투복 의상 ♡  (0) 2026.03.06
이제 널 더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  (0) 2026.03.06
손 크기 비교  (0) 2026.03.04
깻잎 논쟁  (0) 2026.03.04
1분 컷  (0) 2026.03.04
'Giselle X Nine/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5개 항목
바탕화면 설정
♥ 배경 바꾸기
아래에서 바탕화면 배경을 원하는 그림으로 바꿀 수 있어요.
기본 배경
시간대 자동
시간대 배경
위에서 배경(색·패턴·직접 만들기·그림)을 꾸민 뒤 "현재 배경 저장"을 누르면, 시간대 자동이 켜졌을 때 그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바뀌어요.
🌅 아침
기본
☀️ 낮
기본
🌆 저녁
기본
🌙 밤
기본
색 · 패턴
직접 만들기
화면 채우기
밝기 가림막
고른 배경은 이 브라우저에만 저장돼요. 다른 사람·다른 기기에서는 기본 배경으로 보여요.
사진
시작
--:--
환영합니다 ♥
오늘도 들러주셔서 고마워요
도구
메모장
사진첩
2026년 5월
↻ 새로고침
📂 도구함 열기
🌸 스티커 붙이기
🧩 위젯
🎨 바탕화면 설정
♥ 디데이
✓ 할 일
♪ 뮤직
⏱ 타이머
✎ 제목 바꾸기
이모지를 고르거나, 내 이미지를 올려요
✨ 스티커 사용법
  • 더블클릭하면 도구 버튼이 열려요. (다시 더블클릭하면 닫힘)
  • 도구가 열린 상태에서 스티커를 끌어 옮길 수 있어요.
  • 모서리 핸들로 크기 조절(오른쪽 아래) · 회전(왼쪽 위)을 해요.
  • 도구 버튼: ◇ 외곽선(없음·흰·검정) · ☀ 그림자 · ⤒⤓ 순서 · × 삭제
D-?
미리보기
🎵
유튜브 음악 바꾸기
유튜브 영상 주소를 붙여넣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