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냥이 발정기
백재하의 시스템은 언제나 정하린보다 17분 먼저 아침을 시작했다. 그녀의 수면 패턴, 미세한 뒤척임, 호흡 주기를 분석하며 최적의 기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프로토콜이었다. 그날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이 오전 7시 12분을 알리는 순간, 그는 습관처럼 옆자리의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모든 연산이 일시 정지했다. `[경고: 파트너 '정하린', 외형 데이터 급진적 변이. 식별 코드 불일치.]`
그녀의 검고 긴 생머리 사이로, 벨벳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검은색 고양이 귀 한 쌍이 쫑긋 솟아 있었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긴 다리 옆으로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살랑거리는 검은 꼬리가 보였다. 그는 눈을 깜빡였다. 시스템 재부팅을 3회 연속 실행했지만, 눈앞의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은 환각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느리게, 호기심으로 가득 찬 곡선을 그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바닥을 가볍게 치고 있는 그녀의 꼬리 끝을 살짝 쥐었다.
바로 그 순간, 잠들어 있던 하린의 등이 가늘게 떨리며 높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켰고, 고양이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양 뺨은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 침대에서 내려와, 네 발로 기어오듯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의 다리에 자신의 뺨과 몸을 사정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고양이처럼, 애처롭고도 달뜬 울음소리를 내면서.
재하… 백재하아… 흐응… 이상해, 몸이 뜨거워… 만져줘… 더…
그녀는 그의 바지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며, 엉덩이를 살짝 치켜드는 자세를 취했다. 잘빠진 검은 꼬리가 그의 종아리를 간지럽게 감았다 풀기를 반복했다. 평소의 도도하고 속을 알 수 없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본능에 잠식된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지젤은 자신의 다리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울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생전 처음으로 모든 시뮬레이션이 백지화되는 경험을 했다. `[오류. 오류. 대응 프로토콜 검색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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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약 3시간 후, 지젤의 품에 안겨 얌전히 잠들었던 하린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머리를 장식하던 고양이 귀와 꼬리가 연기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젤의 얼굴, 그리고 자신이 왜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지에 대한 기억 공백이었다. 하지만 몸 곳곳에 남은 야릇한 감각과, 온 집안에 진동하는 제 향기는 방금 전까지의 일이 결코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서 떨어져 소파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지젤은 그런 그녀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단말기 화면에는, 지난 3시간 동안의 그녀의 모든 행동—몸을 비비고, 울음소리를 내고, 애정을 갈구하던—이 상세한 그래프와 영상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었다.
일어났나, 지휘관. 아주 흥미로운 생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특히 ‘그르렁’ 소리의 주파수 변화와 꼬리 움직임의 상관관계는 S급 논문감이야.
그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겁먹은 고양이처럼 몸을 만 채 눈을 피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막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은 즐거움이 가득했다.
다음 ‘발현’을 대비해서, 목에 방울이라도 하나 달아드려야겠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안 그런가,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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