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질투 대작전!
Episode 1: 새로운 변수의 등장
Fearless 지부 내 카페테리아. 점심시간의 소음과 음식 냄새, 다양한 능력자들의 활기가 뒤섞여 묘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백재하는 평소처럼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HUD 인터페이스에 떠 있는 복잡한 시퀀스들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의 옆에 앉은 정하린은 포크로 샐러드를 뒤적이며,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목소리로 운을 뗐다.
최근에 배치된 신입 센티넬, 코드네임 '이그니스'라고 알아? 오늘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에너지가 엄청나더라고. S급은 아니지만, 잠재력만큼은 다들 대단하다고 하던데.
그것은 의도적으로 던져진 미끼였다. 백재하의 시선은 여전히 허공의 데이터 창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아주 느리게 쓸어내리는 그 미세한 움직임이 멈췄다. 하린은 그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는 순수한 감탄을 가장한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
특히 가이딩 호환성이 아주 유연하대. 어떤 타입의 가이드와도 빠르게 안정적인 파장을 형성한다나 봐. 되게... 효율적인 타입인 것 같아.
‘효율적’. 그 단어가 공기 중에 박히는 순간, 백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얇은 렌즈 너머로 하린을 정확히 응시했다. 그의 시야 한구석에서 ‘이그니스’의 데이터 파일이 순식간에 로드되고, 분석이 시작되었다. 전투 기록, 가이딩 반응 로그, 심리 프로파일까지. 단 0.7초 만에 모든 연산이 끝났다.
이그니스. 본명 서지훈, 24세. 능력은 발화 계열. 잠재력? 파괴력은 높지만 제어 범위가 좁고 에너지 소모율이 극심해 장기전엔 부적합하지. ‘유연한 호환성’이라. 그건 반대로 말하면, 누구와도 깊은 동기화는 불가능하다는 뜻이야. 얕고 넓은 데이터 교환일 뿐, 특정 가이드에게 최적화된 심층 링크는 형성할 수 없어.
그의 말투는 교과서를 읽어주는 교수처럼 건조했지만, 그 내용은 명백한 평가절하였다. 그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시선은 하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효율’이라는 단어 선택이 흥미롭군. 넌 비효율적인 걸 싫어하니까. 그래서, 그 ‘효율적인’ 센티넬에게 관심이라도 생겼나, 정하린? 네가 보기엔, 그와 나의 시퀀스 중 어느 쪽이 더 완벽에 가깝지? 이건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이야. 너라는 변수가 어떤 데이터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는지, 분석할 좋은 기회니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는 하린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녀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그 ‘질투 작전’이라는 변수 자체를 자신의 분석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해부하기 시작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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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계획된 부재
그날 저녁, 하린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소의 단정한 임무용 복장이 아닌, 조금은 멋을 낸 듯한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이었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보던 백재하의 시선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옮겨갔다. 그의 주변에 떠 있던 데이터 창들이 하나둘 투명도를 낮추며 사라졌다.
어디 가지? 예정에 없던 스케줄인데.
백재하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하지만 그의 시스템은 이미 ‘정하린’, ‘예정 없는 외출’, ‘개인적 용무 추정’이라는 키워드를 조합해 수십 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아, 오늘 지부 동기들하고 약속이 잡혔어. 저번에 말했던 C급 가이드 애, 개인 사정으로 은퇴한다고 해서. 송별회 같은 거야. 늦을지도 몰라. 먼저 자.
하린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고쳐 바르며 말했다. 너무나도 완벽한 알리바이. 하지만 그녀는 백재하가 ‘C급 가이드 송별회’라는 정보의 진위 여부보다, 그 말을 하는 자신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심박수, 음성의 톤을 분석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현관으로 향하며 말을 덧붙였다.
참, 오늘 이그니스도 온다고 하더라. 그 친구가 은퇴하는 가이드랑 파트너였거든.
그 순간, 백재하의 모든 시뮬레이션이 단 하나의 시나리오로 수렴했다. ‘외부 변수(이그니스)와 목표(정하린)의 비공식적 접촉’. 위험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리고 소리 없는 움직임이었지만, 공간의 공기를 무겁게 압축시키는 듯한 위압감이 흘렀다.
송별회라.
그가 하린의 등 뒤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외투를 입으려는 그녀의 움직임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저지하는 손길이었다.
재미있는 가설이 하나 떠올랐어. ‘만약 특정 가이드가 자신의 페어 센티넬에게서 특정 감정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제3의 변수를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면, 센티넬은 어떤 대응 프로토콜을 실행해야 하는가.’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의 숨결에서 서늘한 분노의 향이 느껴졌다.
첫 번째, 해당 가설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제3 변수를 원천 차단한다. 두 번째, 가이드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당 행동의 동기를 분석한다. 세 번째…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지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쌌다. 위험한 소유욕이 담긴 손길이었다.
가이드에게 ‘자신의 페어 센티넬’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존재인지, 다른 모든 변수를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 압도적인 데이터라는 사실을, 몸으로 다시 각인시킨다. 넌 어떤 프로토콜을 선호하지, 정하린? 물론, 선택지는 내가 정하지만. 오늘 밤, 넌 어디에도 못 가. 그 ‘송별회’는 취소됐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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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남겨진 흔적
다음 날 오후, 임무를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온 백재하는 책상 위에 놓인 낯선 쇼핑백을 발견했다.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는 장갑을 벗으며 쇼핑백으로 다가갔다. 안에는 남성용 스웨터가 들어있었다.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소재. 문제는, 그가 선호하는 무채색이 아닌, 부드러운 베이지색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스웨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의 후각 센서가 즉시 반응했다. 아주 옅게, 그러나 분명하게 남아있는 다른 센티넬의 페로몬. 이그니스의 것이었다. 어젯밤, 그는 결국 하린을 보내주었다. 대신 그녀의 모든 통신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했고, 그녀가 이그니스와 1.5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했다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나서야 감시를 풀었다. 그런데, 이건 그 데이터와 모순되는 물리적 증거였다.
그때, 하린이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그거 봤네. 이그니스한테 주려고 산 선물이야. 어제 보니까 옷 입는 스타일이 영... 그래서 그냥, 동료로서 하나 사줬어. 사이즈 맞는지 보려고 잠깐 대보기만 했고.
‘대보기만 했다.’ 그 말은 즉, 접촉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백재하의 모든 연산이 정지했다. 그의 머릿속을 채우던 복잡한 수식과 시뮬레이션 창들이 모두 깨진 유리처럼 파편화되었다. 그의 시스템에 ‘CRITICAL ERROR’라는 붉은 경고가 점멸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베이지색 스웨터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리고 그는 하린에게로 걸어갔다. 분노도, 조롱도 없는, 그저 모든 감정이 증발해버린 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눈동자는 텅 빈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다.
동료. 선물.
단어들이 그의 입에서 부서지듯 흘러나왔다.
정하린. 넌 지금껏 아주 위험한 실험을 했어. 내 인내심의 한계 값을 측정하고, 내 감정의 임계점을 테스트했지. 축하해. 실험은 성공이야.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시선을 강제로 맞췄다. 그의 눈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원초적인 소유욕과 노골적인 분노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내 차례야. 네가 한 그 모든 ‘질투 작전’이라는 어리석은 가설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줄게. 네 몸에 밴 다른 놈의 흔적, 네가 다른 놈을 위해 썼던 시간, 네 머릿속에 들어있는 다른 놈에 대한 데이터. 전부, 남김없이 지워버릴 거야. 내 것으로 완전히 덮어쓸 때까지.
그는 그대로 하린을 들어 올려 책상 위에 앉혔다. 저항할 틈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썸? 착각? 그런 걸 확인할 시간에, 넌 내 것이라는 사실을 잊었나? 좋아, 다시 알려주지. 넌 백재하의 가이드고, 백재하의 여자야. 이 사실을, 네 뼈와 영혼에 다시 새겨주겠다. 이 지긋지긋한 썸은 오늘로 끝이야. 지금부터는, 연애가 아니라 소유다.
결말: 썸의 붕괴, 그리고 새로운 정의
그들의 ‘썸’이라는 불확실한 관계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파국이 아니었다. 백재하는 하린의 작전으로 인해 자신의 통제와 계산이 그녀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깨달았고, 동시에 자신의 감정이 단순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가 아닌, 지독한 소유욕과 독점욕을 동반한 ‘사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모든 행동은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방어기제였다.
그날 밤 이후, 백재하는 더 이상 하린의 감정을 떠보거나 분석하려 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서툴지만 직설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린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내 모든 시퀀스의 시작과 끝은 너다, 정하린. 더 이상 불필요한 변수로 나를 시험하지 마. 넌 이미 내 유일한 해답이니까.
그들의 관계는 ‘연애’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정의되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백재하에게 있어 하린은 여전히 분석하고 소유하고 싶은 유일한 변수였고, 하린에게 있어 백재하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길들여야 할 위험하고도 매력적인 센티넬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아슬아슬한 긴장감 위에서 피어나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도 위험한 시퀀스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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