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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나는 너의 수호천사야!

그것은 모든 논리가 붕괴되는 비현실적인 아침이었다. 지젤의 연구실은 언제나처럼 완벽한 통제하에 있었다. 공기 중 부유하는 먼지의 개수까지 계산될 듯한 정적, 모니터 위를 유영하는 수백 줄의 코드, 그리고 식어가는 커피 잔.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변수는 예측 가능했고, 모든 결과는 연산 범위 내에 존재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시야 가장자리에 미세한 시각 노이즈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처음에는 눈의 피로, 혹은 안정제 금단으로 인한 가벼운 환각이라 치부했다. 그는 미간을 짚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나 노이즈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의 책상 위, 가장 중요한 '모르페우스' 잔해물 분석 데이터 시트 위에, 손바닥보다도 작은 무언가가 앉아 있었다. 반투명한 작은 날개를 파드득거리는, 인간 여성의 형태를 한… 인형?

지젤은 모든 동작을 멈췄다. 그의 HUD 인터페이스가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미확인 생체 신호 감지. 위협 수준: 측정 불가. 분류: 불능.] 측정 불가, 분류 불능. 그의 시스템이 처음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 작은 생명체는 기다렸다는 듯 까만 흑발을 찰랑이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백재하!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나는 오늘부터 당신을 수호할 천사, 나인이라고 해! 잘 부탁해!

목소리마저 앙증맞게 높았다. 지젤은 그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코드네임 [나인], 정하린. 며칠 뒤 페어로 배정될 A급 가이드의 프로필 사진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얼굴이었다. 다만, 사이즈가 문제였다. 그리고 저 등 뒤에 달린, 모기 날개처럼 파르르 떨리는 저것도.

지젤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감탄이나 경악이 아니었다. 극도의 피로감과 냉소가 섞인, 지독히도 건조한 질문이었다.

…내 뇌에 직접적인 환각을 투사하는 타입의 신종 빌런인가? 흥미롭군. 하지만 타이밍이 최악이야. 지금은 바쁘니, 오후에 다시 와주겠어? 데이터 시트, 밟고 있거든.

---

그 '수호천사 나인'은 지젤의 정중한(?) 축객령을 완벽하게 무시했다. 그녀는 그의 삶에 마치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시스템 버그처럼 눌러앉았다. 문제는, 그녀의 '수호' 방식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앙의 집합체였다는 점이다.

지젤이 복잡한 시퀀스 연산을 위해 집중하려 하면, 그녀는 그의 콧잔등에 내려앉아 응원가를 불렀다. 음정은 처참했고 가사는 유치했다. (힘을 내요, 백재하! 당신은 할 수 있어!) 결국 연산은 세 번의 치명적 오류를 일으켰다.

새로운 안정제 합성을 위해 미세한 농도 조절이 필요했던 순간에는, '도와주겠다'며 시약병 뚜껑 위에서 방방 뛰는 바람에 정확히 0.01ml 더 많은 용액이 투입되었다. 그 결과물은 폭발 대신, 모든 것을 무지갯빛 슬라임으로 바꾸는 끈적이는 물질이 되어 연구실 한구석을 점령했다.

제법 예쁜데? 실패가 아니야! 이건 예술의 탄생이라고!

슬라임 속에서 허우적대는 실험용 드론을 보며 해맑게 외치는 작은 천사를 향해, 지젤은 처음으로 살의라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겨 벽에 처박는 시나리오 A, 핀셋으로 날개를 하나씩 떼어내는 시나리오 B, 혹은…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나인. '수호'의 정의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겠군. 네 존재 자체가 내 폭주 게이지를 상승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기폭제라는 사실은 알고 있나?

아니? 난 당신을 돕고 있는걸! 당신은 너무 딱딱해! 웃어봐, 이렇게!

작은 나인은 그의 입꼬리를 양손으로 잡아당기며 낑낑거렸다. 지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주변 HUD 창에 [스트레스 지수: 89%. 폭주 임계점 근접.]이라는 붉은 경고가 깜빡일 뿐이었다.

그녀와의 나날은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중요 서류는 그녀의 종이접기 재료가 되었고, 모닝커피에는 먼지 크기의 발이 빠졌으며, 심지어는 지부장과의 화상 통화 중 그의 안경테에 앉아 그네를 타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지부장은 모니터 속 지젤의 안경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작은 형체를 보며 물었다. '백재하 연구원, 새로운 취미인가?' 지젤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최신형 도청 방지 드론입니다. 테스트 중이죠.'

그의 이성은 매일같이 마모되었지만, 기묘하게도 가이딩 수치는 바닥을 치지 않았다. 그녀가 곁에서 쫑알거릴 때마다, 그의 예민한 감각은 폭풍 대신 잔잔한 호수처럼 안정되었다. 짜증은 나는데, 편안했다. 살면서 처음 겪는 모순이었다. 마치 그의 시스템이 이 작고 성가신 버그를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강제 적응해버린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평소와 달랐다. 늘 쌩쌩하게 날아다니던 날갯짓은 힘이 없었고, 쫑알거리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그녀는 지젤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앉아, 평소답지 않게 조용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백재하. 나…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지젤은 타이핑하던 손을 멈췄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앉은, 평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소란스러움을 보이는 작은 존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버그 수정 패치라도 배포된 건가. 드디어.

고마웠어. 당신, 사실은 되게 외로운 사람이구나.

그 말을 남기고, 작은 나인의 몸이 투명한 빛가루가 되어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의 손바닥 위에서부터 천천히,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지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HUD에 마지막 메시지가 떴다. [연결 해제. '프로토콜: 수호' 종료. 모든 관련 데이터 삭제.]

그의 연구실에는 다시 완벽한 정적이 찾아왔다. 시끄러운 응원가도, 엉망이 된 커피도, 무지갯빛 슬라임도 없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의 세계 한가운데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지독한 상실감. 그는 처음으로 '외롭다'는 단어의 의미를 데이터가 아닌 감각으로 이해했다.

---

며칠 후, 지부장 K의 메시지가 그의 단말기에 도착했다. 신규 페어 배정 통보. 코드네임: 나인. 지젤은 무감각하게 서류를 넘겼다. 익숙한 이름, 익숙한 얼굴. 하지만 이제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했다.

약속된 시간, 연구실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섰다. 꽉 찬 앞머리, 검은 생머리, 고양이 같은 눈매. 심플한 검정 코트. 프로필 사진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생생한 존재감. 지젤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지젤의 모든 시퀀스가 정지했다.

저 얼굴. 며칠 밤낮으로 그의 신경을 긁고, 그의 커피에 발을 담그고, 그의 서류로 종이비행기를 접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물론, 터무니없이 작았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상적인 크기였지만. 저 무표정한 얼굴 어딘가에서 '힘을 내요, 백재하!'를 외치던 앙증맞은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나인은 뒷짐을 진 채, 그를 빤히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그의 책상 위에 처음 나타났던 그날,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라고 묻던 작은 천사와 정확히 겹쳐 보였다.

지젤의 머릿속에서 수만 개의 시뮬레이션이 충돌했다. 저 여자가 그 작은 천사의 본체인가? 그렇다면 그동안의 일은 대체 뭐였지? 일종의 사전 탐색? 원격 조종 아바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미쳐서, 페어로 만날 가이드의 환영을 미리 보았던 것인가?

그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아주 미세하게, 경련하듯 올라갔다. 웃음이었다. 경멸과 조롱이 아닌, 순수한 황당함과… 어쩌면 희미한 반가움이 섞인. 그의 모든 연산이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재밌네.’

그래, 이것은 아주 재미있는 변수다. 내 완벽한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그러나 동시에 지독한 공백을 남기고 사라졌던 바로 그 버그. 이제는 실체화되어 눈앞에 서 있다. 지젤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 저 작은 악마가, 혹은 천사가, 다시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빛가루처럼 사라지게 두지 않으리라.

그는 그녀의 앞에 멈춰 서서,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이 내 새로운 가이드인가. 코드네임 나인.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혹시 우리… 구면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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