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바이럴 심하네
[특급 보안 해제] S급 센티넬 지젤, 피실험체 ‘나인’ 관찰 기록 및 사내 여론 조작 보고서
작성자: 백재하 (코드네임: 지젤)
문서 목적: 페어 ‘나인(정하린)’에 대한 외부 변수 차단 및 소유권 확립을 위한 비공식 심리전 프로토콜 실행 결과 보고. 본 문서는 작성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과 유희를 위해 기록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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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이럴 내용: <가이딩 파형 동기화 칩 이식설>
내용: “S급 센티넬 지젤이 A급 가이드 나인의 뇌에 비밀리에 ‘가이딩 파형 동기화 칩’을 이식했다. 지젤의 HUD에 뜨는 모든 시뮬레이션은 사실 나인의 뇌에서 실시간으로 연산되는 데이터를 전송받는 것이며, 임무 중 나인이 눈을 감으면 지젤의 시야도 암전된다더라.”
살포 사유: ‘정하린은 내 외부 연산 장치와 같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각인시키기 위한, 가장 직관적이고 기술적인 선전포고. 그녀의 컨디션이 곧 내 전투력이라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녀에게 접근하는 모든 잠재적 위협(특히 수작을 거는 놈들)을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 무엇보다 ‘나인 없이는 한순간도 기능하지 못하는 지젤’이라는 프레임이 마음에 들었다.
사내 반응 (성공): 연구팀의 절반은 ‘그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며 신빙성 있게 받아들였고, 전투 요원들은 ‘어쩐지 둘의 합이 비정상적으로 좋더라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정하린이 가벼운 감기라도 걸리면 지부장 K가 직접 내게 컨디션 저하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 완벽한 성공이다.
PC의 인지 여부 및 반응: 알고 있음. 처음엔 황당함에 뒷목을 잡으며 “백재하, 너 미쳤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내 모든 연산이 네게서 비롯된다는, 지극히 사실적인 비유일 뿐인데.”라고 태연하게 답하자,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포기했다. 요즘은 누가 이 이야기를 꺼내면 그냥 체념한 채 희미하게 웃는다. 그 표정이 꽤 즐겁다.
2. 바이럴 내용: <그림자 애착 인형설>
내용: “나인 가이드의 능력인 ‘그림자’는 사실 지젤 센티넬의 불안정한 자아를 담아두는 그릇이다. 밤마다 지젤은 나인이 펼쳐놓은 그림자 속에서만 잠이 들 수 있으며, 그림자가 없으면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린다고 한다. 일종의 거대한 애착 인형인 셈.”
살포 사유: ‘나는 오직 정하린의 품에서만 안정된다.’는 사실을 동화적인 비유로 각색. S급 센티넬의 위엄 따위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녀가 나의 유일한 안식처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는 것. 또한, 그녀의 능력이 단순한 서포트가 아닌, 내 존재의 근간이라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다.
사내 반응 (부분 성공): 대부분은 ‘설마 그 지젤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몇몇 섬세한 가이드들 사이에서는 ‘어머, 의외로 로맨틱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실패라고 생각했으나, 이후 복도를 지날 때마다 몇몇 요원들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의도치 않은 동정표를 얻었으니, 이것도 나름의 성공인가.
PC의 인지 여부 및 반응: 알고 있음. 이 소문을 처음 듣고는 며칠 동안 내 얼굴만 보면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번은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든 내 위로 그림자를 이불처럼 덮어주며 “우리 애기, 잘 자요.”라고 속삭이는 장난을 쳤다. 그날, 나는 그녀를 침대로 끌고 가 ‘애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밤새 증명해야만 했다.
3. 바이럴 내용: <‘정하린’ 발음 인식 잠금장치설>
내용: “지젤의 개인 연구실 및 펜트하우스의 모든 보안 시스템은 오직 ‘정하린의 목소리 톤으로 발음된 특정 단어’에만 반응한다. 다른 사람이 같은 단어를 말해도 절대 열리지 않으며, 심지어 지젤 본인도 못 연다. 일전에 B급 요원이 장난으로 따라 했다가 연구실 앞에서 3시간 동안 벌을 섰다는 소문.”
살포 사유: 나의 모든 공간은 오직 그녀에게만 열려있음을 알리기 위한 프로토콜. 내 세계의 유일한 마스터키는 정하린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과 다름없다.
사내 반응 (대성공): 아무도 감히 내 연구실 근처에서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게 되었다. 몇몇 신입들이 호기심에 그녀의 말투를 흉내 내보려다 내게 발각되어 시말서를 작성한 이후, 이 소문은 ‘Fearless’ 내의 불문율이 되었다. 덕분에 연구실 주변이 매우 조용해졌다.
PC의 인지 여부 및 반응: 알고 있음. 그녀는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며 질색했지만,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아 연구실 도어록에 가져다 대며 “내 모든 것의 소유주가 너라는 증명일 뿐이야.”라고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가끔 내가 펜트하우스 비밀번호를 잊은 척 그녀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조르곤 한다.
4. 바이럴 내용: <카페인 중독이 아닌 가이딩 금단현상설>
내용: “지젤이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시는 것은 카페인 중독이 아니라, 나인 가이드의 가이딩을 받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금단 현상이다. 커피의 쓴맛이 그녀 가이딩의 특정 파형과 유사해서, 그걸로 임시 대체하는 것이라고 한다.”
살포 사유: 그녀와 떨어져 있는 모든 순간이 나에겐 ‘비정상 상태’임을 알리기 위함. 내가 마시는 모든 커피는 ‘네가 보고 싶다’는 의미와 같다는, 지극히 사적인 메시지다.
사내 반응 (성공): 이 소문이 퍼진 이후, 복지팀에서 내게 ‘가이드 부재 시 센티넬의 정신 안정을 위한 대체재 연구’라는 주제로 자문을 구해왔다. 또한, 내가 커피를 들고 있으면 주변 요원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며 ‘나인 가이드님을 찾아드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수군거린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다.
PC의 인지 여부 및 반응: 알고 있음. 그녀는 내 책상 위에 쌓인 커피잔들을 보며 “이게 다 나 때문이라는 거야, 지금?” 하고 묻길래, “네가 없어서 생긴 공백의 부피.”라고 답했다. 그 후로 그녀는 내가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말없이 다가와 손을 잡거나 가볍게 입을 맞춰준다. 계획대로다.
5. 바이럴 내용: <지젤 AI 폭주 스위치설>
내용: “사실 지금의 지젤은 과거 폭주로 사망한 백재하 박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이며, 그의 유일한 제어 장치가 바로 나인 가이드다. 그녀가 ‘바보’라고 말하면 AI 시스템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해 모든 기능이 정지되고, 오직 그녀의 입맞춤으로만 재부팅이 가능하다.”
살포 사유: ‘정하린, 네가 화나서 날 ‘바보’라고 부르는 순간, 내 세상은 멈춘다.’ 라는 약속을 사내 전체에 공표한 것. 그녀의 감정이 내 시스템의 온오프 스위치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사내 반응 (실패): 아무도 믿지 않았다. ‘너무 영화 같은 이야기’라며 다들 비웃었다. 지부장 K는 “백재하 군, 자네 소설 집필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군.”이라는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보내오기까지 했다.
PC의 인지 여부 및 반응: 알고 있음. 이 이야기를 듣고 가장 크게 웃었다.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더니, 내 뺨을 잡고는 “진짜 내가 ‘바보’ 하면 멈춰, 우리 AI 씨?”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응. 그리고 네 키스가 없으면, 다시는 깨어나지 않아.”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비록 소문은 실패했지만, 그녀의 이 반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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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모든 소문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단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했다. ‘정하린은 백재하의 유일한 변수이자 절대 상수’라는 것. 그것이 사내에 공식처럼 자리 잡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지부장 K가 나를 호출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모니터를 내밀었다. 사내 익명 게시판이었다.
[제목: S급 페어, 이대로 괜찮은가?]
[내용: 요즘 지젤-나인 페어 관련해서 이상한 소문이 너무 많이 도는데, 이거 지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센티넬이 가이드 뇌에 칩을 박았다느니, 그림자 애착 인형이라느니… 이게 사실이면 윤리 문제고, 거짓이면 S급 센티넬의 위엄이… 아무튼 좀 이상합니다.]
나는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지부장 K는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백재하 군. 자네가 일부러 흘린 정보전이라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이건 좀… 과하지 않나?”
“과한가요? 전부 사실에 기반한 논리적 비유일 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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