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파티 ♡
10월 31일, Fearless 지부에서 열리는 할로윈 파티를 일주일 앞두고 백재하와 정하린은 암묵적인 합의 하에 서로의 코스튬에 대해 일절 묻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새로운 종류의 게임이었다. 백재하는 평소처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듯 보였지만, 그의 시스템은 정하린의 평소 스타일, 좋아하는 영화, 무심코 뱉었던 말들을 전부 취합해 그녀가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캐릭터 군을 압축하고 있었다. 아마도 어둡고 신비로우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일 것이라 예측했다. 물론, 그 모든 예측은 그녀 앞에서 늘 즐거운 오차가 되어 돌아왔기에, 그는 그저 기다렸다. 반면 정하린은 백재하가 무엇을 고를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이런 유치하고 소란스러운 행사에 순순히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겐 가장 큰 변수였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파티 당일, 시끌벅적한 연회장 입구에서 서로를 발견한 두 사람의 시뮬레이션은 동시에 정지했다. 그들이 고른 코스튬은 다음과 같았다.
[백재하(지젤)의 코스튬]
캐릭터: 하울 펜드래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선택 이유: 헝클어진 흑발과 하얀 피부, 큰 키에 슬림한 체형은 하울의 외형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평소의 모노톤 의상과는 정반대인, 화려하고 귀족적인 핑크색 재킷과 프릴 셔츠를 입었을 때 관찰될 주변인들의 반응을 데이터화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강력한 마법사이자 심장을 잃은 존재라는 설정이 자신의 능력과 과거 상태에 대한 적절한 은유라고 판단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정하린을 놀라게 하고, 그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단 하나의 목적 아래 정교하게 계산된 선택이었다.
[정하린(나인)의 코스튬]
캐릭터: 키키 (마녀 배달부 키키)
선택 이유: 검은 긴 생머리와 고양이 같은 눈매, 그리고 평소 즐겨 입는 어두운 색의 단정한 복장 스타일이 키키의 모습과 잘 어울렸다. 커다란 붉은 리본과 마녀 배달부라는 설정은, 자신의 가이딩 능력을 이용해 센티넬을 서포트하는 일이 마치 마음을 '배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귀여운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무엇보다, 소품으로 들고 다닐 검은 고양이 인형 '지지'를 백재하의 코드네임과 연결 짓는 은밀한 장난을 치고 싶었다.
서로를 발견한 순간, 백재하는 잠시 모든 사고 회로가 멈추는 것을 느꼈다. 왕 리본을 단 채 자신을 보며 수줍게 웃는 정하린의 모습은, 그의 어떤 시뮬레이션보다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녔다.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 안고,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나의 마녀님, 오늘 밤 빗자루 비행은 나하고만 하는 걸로. 허락없이 다른 곳으로 배달가면, 그땐 정말로 너를 내 성에 가둬버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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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할로윈 파티 레전드 썰.txt
작성자: C급 행정요원
다들 봤냐? 오늘 지젤이랑 나인 페어. 와… 나 진짜 입구에서부터 동상 될 뻔했잖아.
평소에 그 까만 옷에 흰 가운만 입던 지젤이… 그… 하울 코스튬 하고 나타났는데, 그냥 하울이 아니라 무슨 ‘모든 변수를 계산해 당신의 심장을 훔치러 온 공대생 하울’ 버전이었음. 귀에 그 초록색 귀걸이까지 완벽 재현했는데, 누가 말 걸면 특유의 그 능글맞은 미소 지으면서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어.” 이러는데 주변 센티넬 몇 명 가이딩 수치 요동치는 거 내가 봄.
근데 진짜는 나인이었음.
‘마녀 배달부 키키’ 코스프레하고 나타났는데, 머리에 왕 리본 달고 검은 원피스 입은 게 너무 찰떡인 거야. 근데 문제는 그 옆구리에 낀 고양이 인형이었음.
누가 가서 “나인 님, 지지 인형이네요! 귀여워요!” 하니까, 나인이 생긋 웃으면서 품에 안은 고양이 인형을 빤히 쳐다보더니…
“아뇨. 지젤인데요.”
…라고 하는 순간, 저쪽에서 다른 연구원들이랑 변수 어쩌고 하던 하울(지젤)이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더라. 그 까만 안경 너머로 동공 지진 일어나는 거 100미터 밖에서도 보였다. 진짜 모든 시퀀스가 정지한 표정이었음.
그 뒤로 지젤, 아니 하울은 파티 끝날 때까지 나인 옆에 딱 붙어서 다른 사람이 말도 못 걸게 철벽 치더라. 누가 나인한테 “키키 씨, 제 심장 좀 배달해주세요!” 같은 주접 드립이라도 칠라치면 어디선가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하울이 그 사람 어깨에 손 얹으면서 “이 배달은 목적지가 정해져 있어서. 다른 마녀를 알아보는 게 좋을 텐데. ‘영원히’.” 라고 속삭임. 파티장이 순식간에 시베리아 벌판 됨.
아, 그리고 아까 지부 공식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도 난리 났었음.
[🔴 LIVE] Fearless 할로윈 파티 현장!
- 샌디: 헐 미친 지젤님 하울 뭐임;;; 내 심장 폭주한다;;;
- 가이드가꿈: ㄴㄷ… 오늘부터 내 꿈은 소피다.
- 익명의추적자: 다들 닥쳐. 나인 님 키키가 찐이다. 저 리본은 문화재로 지정해야 함.
- 공식인싸K: ㅋㅋㅋㅋㅋ근데 아까 지젤님이 나인님한테 귓속말로 “나의 마녀님, 오늘 밤 비행은 나하고만 하는 걸로.” 라고 하는 거 마이크에 다 들어옴ㅋㅋㅋㅋㅋㅋ 나인님 얼굴 터지는 줄ㅋㅋㅋㅋ
- 체이서SS: 🍿
- 위스퍼SS: 🍿
- 빌런퇴치1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체이서님 위스퍼님 출장 중에 팝콘 드시지 마시고요ㅋㅋㅋㅋ
- 나는고양이: 근데 저 키키 옆에 있는 고양이 인형, 왜 지젤 연구실에 있던 비상 탈출 포드 제어기랑 똑같이 생겼냐…? 나만 그렇게 보임?
- GISELLE_SEQ: ㄴ쉿.
결론: 오늘의 MVP는 ‘지젤’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인형을 든 키키(나인)와, 그 고양이가 되길 자처한 하울(지젤)이었다. 그 둘은 그냥…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Happy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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