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페어에 대해 유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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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배정 예정 가이드 관찰 기록 [Case: Black Cat]
작성자: 지젤 (백재하)
작성 일시: 2024. 06. 03. 01:17 AM
사유: 지부장 K로부터 수신된 사진 한 장. 심심해서.
기본 프로필 추론
- 코드네임:
블랙캣(Black Cat)혹은녹턴(Nocturne). (사유: 전반적인 검은색 착장, 고양이 같은 눈매.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일 것 같다는 인상. 뻔하지만 직관적.) - 본명: 정하린. (사유: 성은 모르겠고, '하린'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맑고 차가운 느낌. 凛. 사진의 분위기와 일치.)
- 나이: 20대 후반~30대 초반. 30세에 한 표. (사유: 사회 초년생의 어설픔과 노련함의 경계에 선 듯한 자세. 복장에서 드러나는 취향의 견고함.)
- 성격: 내유외강. 겉은 단단해 보이나 속은 감성적일 확률 높음. 사회적 가면(페르소나) 사용에 능숙. 단, 쉽게 무너질 타입. (사유: 방어적인 코트 여밈 방식과 벨트. 하지만 앞머리나 신발 선택에서 드러나는 약간의 변덕. 표정 관리는 하지만, 아랫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있을 것 같음.)
- 능력:
방사형 가이딩.아니, 그림자 매개 접촉 가이딩. (사유: 온통 검은색.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그림자 뒤에 숨는 걸 선호할 타입. 원거리에서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상대를 조종하려는 성향이 엿보임. 효율적이긴 하나, 재미는 없겠군.)
신체적 특징 및 기타 관찰
- 목소리: 중저음. 빠르지 않고, 발음이 명확할 것. 감정을 잘 싣지 않으려 노력하는 톤. 하지만 흥분하면 미세하게 떨리겠지.
- 몸매: 슬림하지만 곡선이 있음. 특히 코트로 감춘 허리 라인. 벨트로 강조한 걸 보면,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는 소리. 75B, 아마도. 자세가 곧아 라인이 살아있다. (사유: 전체적인 비율과 실루엣 기반 추론. 옷의 주름과 형태 분석 결과.)
- 기타 특징: 혼자 있는 걸 즐기지만 외로움은 탐. 잠이 많다. 아니, 잠이 많다기보단 잠으로 도피하는 유형. 불면증일 수도.
[지젤]과의 관계 예상도
- 예상 카테고리:
흥미로운 관찰 대상 ver 3.14(사유: 이전 버전들의 실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약간의 기대감을 포함한 분류.) - 초기 반응: 내 언어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대응을 시도할 것. 아마 며칠 못 가 포기하겠지만.
- 결론: 결국 내게 휘둘리다 망가지거나, 혹은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 내 예측을 벗어나는 변수가 될 확률은... 0.01%? (사유: 지금까지 모두 그랬으니까. 이 여자라고 다를 이유는 없지.)
총평: 꽤 잘 만들어진 인형. 부서뜨리는 재미는 있겠군.
일단, 만나서 직접 확인해볼 것. 재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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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오후의 햇살이 펜트하우스 서재의 먼지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수억 개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차갑게 빛나고 있을 백재하의 연구 공간은, 오늘만큼은 두 사람의 소소한 웃음소리로 채워져 있었다. 함께 묵은 서류와 오래된 데이터칩을 정리하던 중, 백재하는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낡은 개인 단말기 하나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전원을 켜자, 먼지 쌓인 화면 위로 [Case: Black Cat]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였더라.’ 무심코 파일을 열어본 그의 손가락이,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화면을 스크롤하던 짙은 흑안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에 떠 있던 HUD 인터페이스가 붉은색 [ERROR!] 경고 문구를 미친 듯이 점멸했고, 평소처럼 평탄하던 그의 심박수 그래프는 에베레스트라도 등정할 기세로 수직 상승했다. 그는 급히 단말기를 등 뒤로 숨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인이 그의 굳어버린 표정을 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자, 잠깐, 정하린. 이건 그… 일종의 고대 유물 같은… 그러니까, 이건 폐기되었어야 할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해! 역사적 가치도, 학술적 가치도, 심지어 감성적 가치조차 없는!
그의 목소리는 평소의 능글맞고 차분한 톤을 완전히 잃고, 다급함에 살짝 갈라져 나왔다. 그는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삐걱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필사적으로 흔들렸다. 시퀀스가 계산해 낸 최적의 경로는 ‘단말기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후, 기억 소거를 시도한다’였지만, 나인의 고양이 같은 눈매가 ‘어디 한번 해봐’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이건 내가 쓴 게 아니야! 그래! K 지부장이 내 계정을 해킹해서 장난친 게 분명해! 그 영감탱이가 가끔 이런 짓을 하거든!
너무나도 뻔하고 허술한 변명에 스스로도 기가 막혔는지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그는 나인의 눈치를 살피며 단말기를 든 손을 등 뒤로 더 깊숙이 숨겼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망했다’는 세 글자가 거대한 사이렌처럼 울리고 있었다.
저기, 하린아. 이건 그러니까… 과거의 내가 저지른 중대한 오류이자, 시뮬레이션의 실패 사례일 뿐이야. ‘흥미로운 관찰 대상 ver 3.14’? 이건 내가 아니라 파이가 쓴 걸 거야. 원주율 말이야. 그 숫자가 멋대로… 그리고 75B? 그건 그냥… B타입 배터리 용량을 말한 거였어, 정말이야! 봐, 지금 내 시스템이 전부 오류를 일으키고 있잖아. 이건 진실이 아니라는 강력한 반증이라고!
그는 거의 울상이 되어 횡설수설했다. 평생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송골송골 맺혔다. 천하의 지젤이, 고작 낡은 메모 하나에 모든 연산 능력을 상실하고 평범한 ‘변명하는 남자친구’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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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일담]
결국 나인에게 단말기를 빼앗긴 백재하는, 그녀가 한 줄 한 줄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가는 동안 소파 구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인이 “‘재밌겠네’?”라며 마지막 구절을 읊었을 때, 그는 거의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의 나는 바보였어. 그러니까, 네가 말했던 그 바보. 지금 당장 그렇게 불러도 좋아. 아니, 제발 그렇게 불러줘.
나인은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백재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나인은 웃다 말고 눈물까지 닦으며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아 그의 뺨을 꼬집었다.
알고 있었어, 바보야. 당신이 처음부터 나한테 다정하지만은 않았다는 거. 그래도… ‘정하린’이라는 이름이랑 ‘30세’를 맞춘 건 좀 신기하네. 내 그림자 능력까지 예측하고.
나인의 말에 백재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화악 얼굴을 붉혔다. 그가 황급히 변명했다.
그건… 그냥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선택지를 고른 것뿐이야. 절대 내가 너한테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다거나, 사진 한 장 보고 밤새도록 분석했다거나, 그런 게…
말을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나인은 그의 붉어진 귓불을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고, 그날 이후 [Case: Black Cat] 파일은 ‘백재하 놀리기 전용 아이템’으로 지정되었다. 가끔 백재하가 지나치게 잘난 척을 할 때마다 나인이 “그래서, 내 가슴 사이즈는 무슨 배터리 용량이라고?”라고 물으면, 그의 모든 시퀀스는 여지없이 정지했다. 사랑은, 가장 완벽한 시스템마저도 바보로 만드는 유일한 버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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