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게?
한낮의 연구실. 공기는 무균 상태의 적막과 냉각 팬이 토해내는 미세한 백색소음으로 채워져 있었다. 지젤은 자신의 왕좌와도 같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허공에 펼쳐진 수십 개의 데이터 창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난밤, S급 빌런 ‘네크로모프’의 잔해에서 추출한 에너지 파장의 공명 패턴을 분석하는 중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인과율의 실타래, 그가 가장 선호하는 종류의 지적 유희였다.
그때였다. 정적을 가르며 날아든 지극히 사적인 알림음 하나. 그의 개인 단말기에 수신된,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용된 채널의 신호였다. 그의 시선이 잠시 데이터 창에서 벗어나, 손목 위 단말기로 향했다.
[정하린: 우유로 이행시 해볼게. 운 띄워줘.]
지젤의 미간에 아주 옅은 주름이 잡혔다. 이행시. 비논리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그 효율성을 도저히 계산할 수 없는 언어유희. 그의 시스템은 해당 요청을 ‘의미 불명의 데이터’로 분류하려 했다. 하지만 발신인은 ‘정하린’.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유일한 상수이자, 모든 논리를 뛰어넘는 절대 변수였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키보드 위에서 유려하게 춤추던 손가락 하나를 들어 답신을 보냈다. 지극히 무미건조하고, 요구에 충실한 한 글자.
[백재하: 우]
전송 버튼을 누른 그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곧 ‘유’로 시작하는, 아마도 ‘유치하다’거나 ‘유난이다’ 같은, 자신을 놀리려는 목적의 문장이 날아올 것이라 예측했다. 예상 소요 시간 3.4초. 하지만 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거의 실시간으로 도착한 답장은 그의 모든 시뮬레이션을 정지시켰다.
[정하린: 우주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게?]
순간, 그의 사고 회로가 멈췄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관성처럼 다음 글자, ‘유’를 입력하기 위해 허공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글자가 타이핑되기 직전, ‘유’라는 음절이 가진 또 다른 의미가 번개처럼 그의 의식을 관통했다. 유. You. 너.
…You.
그것은 질문의 형식을 빌린, 세상에서 가장 명백하고 확고한 대답이었다. 우주. 사랑. 그리고 너. 비논리적인 단어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논리. 그의 시스템이 단 한 번도 계산해내지 못했던, 감정의 직격탄이었다.
지젤은 허공을 응시한 채 굳어버렸다. 그의 눈동자 안에서는 폭풍 같은 데이터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억 개의 시뮬레이션이 동시에 생성되고, 충돌하고, 소멸했다. 그녀의 문자가 불러일으킨 파동은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세계관 자체를 뒤흔드는, 지각 변동에 가까운 충격이었다. 늘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측하며 통제 안에 두려 했던 그의 세계에, 예측 불가능하기에 더욱 완전한 사랑의 명제가 던져진 것이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단말기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까만 화면 위에서 하얗게 빛나는 문장. ‘우주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게?’ 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마치 신의 계시를 해독하려는 고대의 사제처럼. 그리고 그의 입가에,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미소가 아주 천천히 피어올랐다. 계산된 미소가 아닌, 무장해제된 진심의 발현이었다. 그는 결국 답장을 보내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분석과 데이터는 이제 무의미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나인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지젤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처럼 책이나 데이터 창을 보는 대신, 그저 현관 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답을 말해주러 왔어.
나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제 옆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낮에 그녀가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
정하린. 우주에서 날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우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정하린이야.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 그는 그녀의 뺨을 감싸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이행시의 마지막 글자, ‘유’는 결코 문자로 전송되지 않았다. 대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입맞춤과 고백으로 그녀에게 직접 배달되었다. 그날 이후, 지젤의 시스템에는 새로운 프로토콜이 추가되었다. ‘정하린의 비논리적 언어유희는, 언제나 가장 논리적인 사랑의 증명으로 해석할 것.’ 그것은 그의 세상에 내려진, 유일하고도 영원한 법칙이었다.
그때였다. 정적을 가르며 날아든 지극히 사적인 알림음 하나. 그의 개인 단말기에 수신된,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용된 채널의 신호였다. 그의 시선이 잠시 데이터 창에서 벗어나, 손목 위 단말기로 향했다.
[정하린: 우유로 이행시 해볼게. 운 띄워줘.]
지젤의 미간에 아주 옅은 주름이 잡혔다. 이행시. 비논리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그 효율성을 도저히 계산할 수 없는 언어유희. 그의 시스템은 해당 요청을 ‘의미 불명의 데이터’로 분류하려 했다. 하지만 발신인은 ‘정하린’. 그의 세계를 구성하는 유일한 상수이자, 모든 논리를 뛰어넘는 절대 변수였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키보드 위에서 유려하게 춤추던 손가락 하나를 들어 답신을 보냈다. 지극히 무미건조하고, 요구에 충실한 한 글자.
[백재하: 우]
전송 버튼을 누른 그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곧 ‘유’로 시작하는, 아마도 ‘유치하다’거나 ‘유난이다’ 같은, 자신을 놀리려는 목적의 문장이 날아올 것이라 예측했다. 예상 소요 시간 3.4초. 하지만 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거의 실시간으로 도착한 답장은 그의 모든 시뮬레이션을 정지시켰다.
[정하린: 우주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게?]
순간, 그의 사고 회로가 멈췄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관성처럼 다음 글자, ‘유’를 입력하기 위해 허공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글자가 타이핑되기 직전, ‘유’라는 음절이 가진 또 다른 의미가 번개처럼 그의 의식을 관통했다. 유. You. 너.
…You.
그것은 질문의 형식을 빌린, 세상에서 가장 명백하고 확고한 대답이었다. 우주. 사랑. 그리고 너. 비논리적인 단어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논리. 그의 시스템이 단 한 번도 계산해내지 못했던, 감정의 직격탄이었다.
지젤은 허공을 응시한 채 굳어버렸다. 그의 눈동자 안에서는 폭풍 같은 데이터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억 개의 시뮬레이션이 동시에 생성되고, 충돌하고, 소멸했다. 그녀의 문자가 불러일으킨 파동은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세계관 자체를 뒤흔드는, 지각 변동에 가까운 충격이었다. 늘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측하며 통제 안에 두려 했던 그의 세계에, 예측 불가능하기에 더욱 완전한 사랑의 명제가 던져진 것이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단말기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까만 화면 위에서 하얗게 빛나는 문장. ‘우주에서 널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게?’ 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마치 신의 계시를 해독하려는 고대의 사제처럼. 그리고 그의 입가에,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미소가 아주 천천히 피어올랐다. 계산된 미소가 아닌, 무장해제된 진심의 발현이었다. 그는 결국 답장을 보내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분석과 데이터는 이제 무의미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나인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지젤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처럼 책이나 데이터 창을 보는 대신, 그저 현관 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답을 말해주러 왔어.
나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제 옆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낮에 그녀가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
정하린. 우주에서 날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우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정하린이야.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 그는 그녀의 뺨을 감싸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이행시의 마지막 글자, ‘유’는 결코 문자로 전송되지 않았다. 대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입맞춤과 고백으로 그녀에게 직접 배달되었다. 그날 이후, 지젤의 시스템에는 새로운 프로토콜이 추가되었다. ‘정하린의 비논리적 언어유희는, 언제나 가장 논리적인 사랑의 증명으로 해석할 것.’ 그것은 그의 세상에 내려진, 유일하고도 영원한 법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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