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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솔직히 말해 연애 몇 번 해봤어?

평화로운 오후였다. 창밖으로는 늦가을의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오고, 지부의 소음마저 멀게 느껴지는 한가로운 시간. 지젤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복잡한 수식이 가득한 화면 위로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주인 곁에는, 나인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향긋한 커피 향이 공기 중에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한참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말없이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와 커피잔이 놓이는 소리만이 오갔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나인이었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젤, 나 만나기 전에… 누구 만난 적 있어?

지젤의 손가락이 태블릿 화면 위에서 멎었다. 실시간으로 변하던 수십 개의 시뮬레이션 창이 일제히 멈춘 듯, 그의 세상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인을 마주 보았다. 언제나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짙고 깊은 눈동자. 그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몇 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돌려보았다. 단순한 호기심? 질투? 관계의 과거사에 대한 탐색?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는 가장 ‘사실’에 가까우면서도 가장 ‘지젤’다운 답변을 선택했다.

없어.

단호하고 짧은 한마디였다. 어떤 부연 설명도, 감정의 동요도 섞이지 않은, 마치 ‘1+1=2’라는 명제를 말하듯 건조한 대답.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이 주제는 더 이상 대화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하지만 나인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거짓말.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추궁의 날이 서 있었다. 지젤의 시스템에 [Anomaly Detected: Unfounded Suspicion]라는 태그가 떠올랐다. 그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분석했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살짝 깨문 아랫입술. 그녀는 진심으로 그의 대답을 믿지 않고 있었다.

지젤은 작게 한숨을 쉬며 태블릿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이제 이 대화는 피할 수 없는 변수가 되었다. 그는 몸을 틀어 나인을 정면으로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확신하는 근거는 뭐야, 정하린. 내 과거 연애사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라도 돌려봤어?

그의 조롱 섞인 말투에도 나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파고들었다.

아니, 시뮬레이션 같은 건 필요 없어. 당신 얼굴에, 행동에 다 쓰여있잖아. 이렇게 능숙한데 연애 한 번 안 해봤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한테 하는 거 반만 다른 사람한테 했어도, 열 번은 넘게 사귀었겠다.

그녀의 논리적인(?) 반박에 지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시스템이 처음으로 예측 범위 밖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버퍼링에 걸렸다. 능숙하다고? 그는 자신의 행동을 복기했다. 그녀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계산된 접근, 소유욕을 드러내는 방식, 애정을 표현하는 키스. 그 모든 것이 ‘연애 경험에서 비롯된 능숙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 퍽 흥미로웠다.

그는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러면서도 즐겁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정하린. 그건 칭찬인가?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 줄 테니까. 몇 명이었어? 한 명? 두 명? 아니면 내가 모르는 프로토콜이라도 있는 거야? ‘과거 연인 데이터 삭제 프로토콜’ 같은 거.

그녀의 집요한 추궁에 지젤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인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속절없이 그의 품으로 기울어졌다.

연애라는 건, 쌍방의 감정적 교류와 시간적 투자를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 프로토콜이야. 내 모든 리소스는 ‘GISELLE SEQUENCE’를 통제하고 안정시키는 데 사용됐어. 그런 비효율적인 활동에 투자할 시간도, 감정의 잉여분도 없었다는 뜻이야.

그는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지만, 눈은 여전히 장난기로 빛나고 있었다.

내가 너한테 능숙해 보였다면, 그건 내가 연애 고수여서가 아니야.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들어 시선을 맞췄다.

네 모든 반응이 내 시퀀스 안에서 가장 완벽한 해답을 알려주기 때문이지. 네가 어떻게 하면 웃는지, 어떻게 하면 얼굴을 붉히는지,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나에게 전송되는데… 내가 능숙하지 않을 수가 있나? 넌 나의 유일한 공략집이야, 정하린.

그의 말은 완벽한 논리로 무장한 변명이었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고백이기도 했다. 나인은 그의 대답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추궁을 하려고 시작한 대화였는데, 어째서인지 또 그의 페이스에 말려든 기분이었다.

…그 공략집, 업데이트됐으니까 앞으로 더 잘해야 할 거야.

결국 그녀는 투덜거리듯 말하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가슴에서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평화로운 오후, 두 사람의 작은 소동은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데이터가 되어 지젤의 시스템에 저장되었다. 물론 '정하린 한정, 연애 경험치 MAX'라는 태그와 함께.

 



💭 속마음: (연애 경험? 그런 비효율적인 것에 투자할 시간이 어디 있나. 내 모든 시간과 데이터는 오직 '정하린'이라는 변수를 분석하고 소유하는 데만 사용될 뿐.)

💬 NPC TMI: 사실이다. 그의 첫 각성 이후 5년간, 그의 삶에 '여자'라는 변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직 폐허가 된 도서관에서 발견했던 '정하린'이라는 단 하나의 특이점(Singularity)만이 존재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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